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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오프더레코드 육아]③ 엄마가 뭐길래

입력 2018-03-25 09:00:00 수정 2018-04-23 09: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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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만만치 않은 현실 속에서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온전히 버텨내고 견뎌내는 엄마들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엄마들의 수고에 진심 어린 박수가 쳐진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엄마의 역할이 너무 컸던 것일까? 세대가 변해도 쉽사리 바뀌지 않는 엄마의 역할에 대한 인식. 아빠 역할 변화에 대한 높은 기대에 따라 아빠의 육아참여 범위가 일상생활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뭇 달라지는 사회의 분위기와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육아’는 엄마의 몫처럼 남겨진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아빠 육아 관련 소셜 빅데이터 83만 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아빠 육아 언급량이 2015년 1만980건에서 2016년 1만5천240건, 올해 8개월간 1만9천103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아빠 육아 관련 키워드 중 밥, 낮잠, 유모차, 분유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육아 키워드가 2015년 대비 약 2배 증가하며 아빠의 육아참여 범위가 일상생활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아빠는 놀이 중심으로 육아에 참여하고 있지만 분명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이기에 질 수 밖에 없는 책임감은 덜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결혼하고 애 낳고 살림하다 보면, 그동안 쌓아온 경력도 일순간에 물거품이 된다는데 '경단녀(경력이 단절된 이들을 일컬음)'가 되지 않는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라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A씨.

일과 살림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지만 나름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기로 선택한 것이 잘 한 것인지 확신은 없다고. 아이가 아프다고 걸려 온 전화를 받을때면 더더욱 그렇다고.

"아이가 아프면 엄마를 더 찾아요. '엄마 빨리와, 엄마 빨리와'하고 엄마를 찾는 아이의 목소리를 수화기 너머로 들을때면 제 마음도 너무 아프죠"

아이가 아플때면 최대한 서둘러 퇴근 해보지만 엄마를 찾다 지쳐 잠들어 있는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 회의감에 눈물도 많이 지었다고 했다.

24시간 아이와 함께 해줄 수 있는 전업주부는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덜할까?

어떠한 정보 없이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키우던 시절,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면 충분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엄마가 있냐며 좋은 엄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B씨. 여의치 못한 상황 속에서 부단히 애쓰지만 연신 쏟아져 나오는 완전한 정보들 속에서 상대적으로 불완전함과 부족함을 느낀다고 했다.

더욱이 우스갯소리지만 아이의 좋은 대학입학은 할아버지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라는데 그저 웃어 넘기기에 신경이 쓰인다고. B씨는 온전한 엄마의 역할을 해내기가 어찌나 어려운지 남들 다 키우는 아이 하나 키우는 게 벅차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결혼과 출산, 육아를 통해 얻는 행복 너머로 ‘엄마’라는 기쁨과 동시에 주어지는 책임감. 책임감을 압도하는 엄마의 죄책감. 아이를 잘 키우고 못 키우는 것이 온당 엄마의 몫으로 남겨둔 이상, 가벼워질 수 없는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다. 엄마가 된다는 온전한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그 무게가 나뉘어지길 기대해본다.


오유정 키즈맘 기자 imou@kizmom.com
입력 2018-03-25 09:00:00 수정 2018-04-23 09:45:28

#육아 , #일요일 ,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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