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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원 이야기]④ 덕수궁

입력 2011-08-22 11:01:46 수정 2011082211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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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의 추억

여름비가 지독히도 많이 내리는 여름의 정점에서 딸아이와 함께 덕수궁을 찾았다. 원래는 딸아이 과제를 위해 남산에 있는 국립극장을 들렀다가 내친김에 덕수궁까지 왔다.

날씨도 비가 오고, 국립극장의 차편이 번거로워 차를 가져왔지만, 막상 덕수궁에 오고 보니 주차할 곳이 마땅찮았다. 유료주차장이란 푯말을 보고, 무작정 들어갔는데, 근세 고딕풍의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시립미술관이었다.

본래는 1928년 경성재판소로 지어졌다고 한다. 주변경관은 덕수궁 돌담길과 맞물려 역사문화거리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있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정문인 대한문으로 걸어갔다. 비가 와서인지 돌담길은 깨끗하고 말숙했으며, 인적이 드물었다.

문득 중학교1학년인 딸애에게 "덕수궁 돌담길은 연인과 함께 걷으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어!" 라고 하자, 딸아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 숙연하고 정숙한 분위기에서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이별의 길목에서 너무 좋은 곳이라 그 감정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인가? 아님 가정법원 가는 길목이라서 그런가? 어째든 지금은 입구부에 시청별관이 들어서고, 신문고의 역할을 하는 장소로 바뀌어서 한적한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정동극장으로 가는 돌담길 주변은 여전히 예전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경운궁에서 덕수궁으로

정문인 대한문을 막 통과하면, 바로 금천교의 형태를 가진 교각이 한눈에 들어온다.

궁궐 내는 다른 궁궐에 비해 규모에서도 많이 축소된 느낌이며, 근엄한 분위기도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덕수궁은 원래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의 집인데, 선조25년 행궁으로 사용하였으며, 광해군이 이 행궁의 즉조당에서 즉위하여 창덕궁으로 옮기면서 경운궁이라 칭했다.

그 후, 고종이 아관파천으로 경운궁에 거쳐하고, 순종에게 제위를 물려주고 난 뒤에도 계속 경운궁에 머물자 고종의 호를 따서 덕수궁이라 부르게 되었다. 대한제국의 정궁이라 할 수 있다.


최초의 서양식 정원

1908년 고종에 의해 중화전이 완성되었고, 대안문이 대한문으로 개명되었으며, 1910년 최초의 서양식 석조건물인 석조전과 내전인 후원에 침상형의 서양식 정원이 조성되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 삼국은 개방으로 인해 서구문물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으며, 그것이 정원문화에서도 표현되었다.

중국 청나라 말기 원명원이나 일본의 명치시대 구고하 정원 등, 좌우대칭의 서양식 정원양식이 나타났는데,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석조전 정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정원으로 중앙에 분수가 있고, 동서남북에 네 마리의 물개조각이 청동으로 조형하였으며, 정원부분의 지형이 다른 곳보다 낮은 침상형(沈床形)으로 되어 있다.


고종의 삶이 아스란히 묻혀 있는 덕수궁 후원

덕수궁 일곽에서 가장 고종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침전인 함녕전과 덕홍전 뒤 후원의 정관헌과 화계이다.

정관헌은 중화전을 사이에 두고, 서양 신고전주의 양식의 석조전과 동쪽의 함녕전과 덕홍전이 나란히 있는 뒤편, 고종의 침전 후원에 있다.

침전 뒤편 화계 위에 놓인 서구풍의 건물은 서양식으로 만든 찻집 즉 커피숍이라고 할 수 있다.

기둥과 기둥 사이가 아치형으로 되어 있고 발코니가 꾸며져 있는 곳으로, 다른 궁궐의 정자에서 보여지듯 주변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후원의 정자 역할을 하는 곳이다.

침전인 함령전에서 과묵의 시간을 보내며, 주변을 산책하면서 커피의 향을 즐기고 음미한 공간으로 볼 수 있다.

최초로 커피의 쓴 맛과 부드러움을 즐겼던 고종에게 정관헌이란 신선계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곳의 화계 또한 다른 궁궐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석조물과 석함 및 괴석들의 배치가 적었고, 몇 개의 굴뚝만 있어,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더해지고, 경사면도 넉넉하게 자리 잡고 있어, 푸르름은 배가 되는 것 같았다.


정관헌에서 커피를 음미한 후 전통담장과 협문형식의 유현문을 빠져 나오면, 석어당 뒤편에서 석조전 뒤편으로 연결되는 곳, 한적하면서 조용하게 펼쳐진 산책로가 나온다.

덕수궁 돌담길에 인접해 있는 곳이며, 인적이 더물고, 여러 갈래의 소로가 경사지를 따라 놓여 있어 깊은 숲속 길을 걷는 느낌으로, 고종은 항상 그 곳을 거닐며 사색에 잠기지 않았을까?


벽돌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유현문

정관헌을 나오는 작은 협문인 유현문은 경사진 지형에 계단형의 전통담장에 연결된 문이다.

함녕전의 침전과 즉오당과 석어당을 구획하는 유현문은 벽돌로 만든 화담으로 아름다운 조형미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경기도 용인의 호암미술관 후원인 전통정원양식으로 조성된 ‘희원’ 입구문으로 재현될 만큼 아름답기도 하다.


야생화가 가득 핀 궁궐 뜰

궁궐 후원의 야취가 비오는 날의 정감과 어울려 아련함이 더해지고, 궁궐 마당에 핀 야생화에 감탄하면서 딸애와 함께 걸어 나왔다.

대한문 가까이에서 한적하고 고요한 분위가 느껴지는 곳이 있어 시선을 돌리니, 너그러운 지당 하나가 수림에 가려 시야에 들어왔다.

깊숙한 곳에 찻집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곳에서 시선이 가는 쪽으로 다가가니, 둥그스름한 지당과 원형의 섬이 우거진 수림 속에 숨져져 있었다.

원래는 없었던 곳으로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것이라고 한다. 근대문화재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까?

경복궁이나 창덕궁에서 그렇게 많이 보였던 지당과 정자들의 모습을 덕수궁에서는 찾을 수 없었고, 서양식 정원 형식이 대표적으로 표현되면서, 궁궐의 앞마당은 직선동선이 많아졌다.

조선시대 전통정원형식에서 서양의 영향을 받아 현대적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정원형식이 남아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아관파천으로 이곳에 옮겨와 상념의 시대를 보냈던 고종의 일상이 담겨 있는 곳이기에 여기를 방문하는 우리들은 더 남다르지 않을까?

<글: 김묘정 성균관대 조경학과 겸임교수 現 경기도 문화재 위원>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손은경 기자(sek@km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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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22 11:01:46 수정 2011082211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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