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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다른 나라에서’ 이 답도 속도 없는 영화야!

입력 2012-05-17 17:11:11 수정 2012051717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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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상수가 칸에 간다.

매끈하게 잘빠진 임상수의 ‘돈의 맛’이 그것이고 투박하게 어리숙한 홍상수의 ‘다른 나라에서’가 또 하나다. 두 영화는 철저하게 다르면서도 닮았다. 그 속에 이야기가 있고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상수의 영화가 매혹적이고 묘하게 이야기 뿜어낸다면 홍상수의 영화는 손으로 점자를 읽듯 일상을 더듬는다. 가만히. 천천히.


홍상수다. 홍상수의 영화다.

그의 이름은 대명사처럼 그의 작품세계를 대변한다. 홍상수식 말걸기.

점이 모여 하나의 선이 되듯 영화가 끝날 즈음 ‘아 그런의미었나’하고 짐작해 볼 수 있는 느리고 어리숙한 홍상수의 말걸기가 이번 영화 ‘다른 나라에서’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영화는 정유미가 쓰는 시나리오 속 ‘안느’라는 프랑스 여인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세 가지의 상황을 다룬다. 첫 번째는 잘나가는 영화감독 ‘안느’가 한국인 감독 종수, 그리고 그의 아내와 모항에 여행 오는 이야기다. 두 번째 안느는 프랑스인 남편의 눈을 피해 영화감독 문수와 불륜 때문에 모항에 내려온다. 세 번째 상황은 한국여자 때문에 남편에게 이혼당한 ‘안느’가 알고 지내는 민속학 교수와 마음을 달래기 위해 모항을 찾는 내용.

홍상수는 이번 영화에서 스크린의 용적을 아낌없이 사용한다.

영화의 배경인 모항의 바다가 화면을 구석구석 빈틈없이 채운다. 이렇게 사람들을 비워 내고 바다와 바람을 채워, 영화는 자유롭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다.

‘일상이 무한한 금광’이란 그의 말처럼 전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해변의 여인’에서 별일 아닌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대 ‘그 무엇’을 하나씩 찾아갔다면 이번 영화는 조금 다르다.

이야기들 속에 ‘등대’라는 공통된 개체가 어떻게 다른 느낌으로 비춰질 수 있는지, 그녀는 왜 등대를 찾아가려 하는 지를 계산해 보게 한다. 그러다 보면 막연한 그것을 왜 찾고 있는 가, 혹은 그 등대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솟아오른다.

그러면서 그는 이 영화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그대가 느껴지는 대로 느끼면 되는 것 뿐 스스로 보여 주려하는 거대한 의도는 없다’고 답했다. 또 홍상수에게 당했다.


영화 속 배우들은 연기하기 보단 설정만으로 움직인다. 세가지 이야기에서 이자벨 위페르는 시크했다가, 사랑스럽고, 찌질하기도 한다. 별다른 요령 없이도 그녀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홍상수의 전작들을 거치면서 ‘홍상수의 페르소나’에 등극한 유준상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굴지 않고 조금은 특이한, 마음의 날것을 숨기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소화해냈다. 문소리, 권해효, 문성근, 정유미 모두가 분주하게 삶을 표현한다.

사실 진짜 멋없이 이 영화를 설명하자면 ‘이자벨 위페르가 등대 찾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두 번 보기를 권한다. 홍상수의 영화니까 말이다.

31일 개봉.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송혜리 기자(shl@km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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