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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진의 육아사생활] 갑자기 찾아온 둘째 출산, 그 생생한 후기 (2)

입력 2016-10-31 18:10:00 수정 2016-11-07 14: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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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 팔다리를 흔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심효진 씨, 일어나세요! 심효진 산모님, 수술 끝났어요.”

어지러운 터라 정확한 말은 기억나지 않지만 무언가 나에게 정신을 차리라는 요구임은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얼른 깨어나고 싶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얼마간의 시간이 더 지나고 어렴풋이 남편이 옆에 앉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여보, 수술 중에 혈압이 180이 넘게 올라가는 바람에 지혈이 잘 안 됐대. 걱정 많이 했어.”

그 말을 듣고 벽에 걸린 시계를 응시하니 대략 오후 6시인 듯 했다. 오후 2시 50분쯤 수술을 들어갔던 걸 생각하면 3시간 정도 시간이 흐른 뒤였다. 눈은 떠졌지만 아직은 두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뿅갹이때 처럼 이가 딱딱 부딪히는 지독한 추위를 느끼진 않았지만, 여전히 추웠고 무수한 바늘이 다리를 찌르는 것처럼 저려왔다. 남편은 핸드폰으로 찍은 샤인이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내가 누구 닮고 그런 거 잘 모르잖아. 그런데 얘는 보자마자 느낌이 왔어. 그냥 나야.”

나는 열 달 동안 고생해서 남편을 하나 더 낳은 것인가. 정신이 아직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시원한 입매가 진짜 남편을 닮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다리가 움직일 때까지 두시간 정도 더 걸렸고 회복실에서 나갈 준비가 되었을 때 마침내 샤인이를 만날 수 있었다.

“산모님, 아기 왔어요.”

가장 설레는 순간이 왔다. 활발한 태동과 엄청난 붓기를 선사했던 녀석, 이래저래 태교에 신경을 못 써줘서 미안했던 녀석, 앞으로 매일매일 얼굴 맞대고 웃고 떠들고 때로는 화내고 다시 얼싸안을 녀석, 나의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순간이다.

아직은 새빨간 피부와 뱃속에서 갓 나와 쭈글쭈글한 얼굴을 하고 그 아이는 내게 안겼다. 까맣고 숱많은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아이였다. 엄마냄새를 알아보는지 눈을 떠 내쪽을 바라보며 입술을 모아 쪽쪽거렸다. 이마를 맞대보았다. 아이의 온기가 전해져왔다.

‘그래, 내가 네 엄마야. 만나서 반가워.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

다리에 감각이 조금씩 돌아왔고 병실로 옮겼다. 출혈이 많아서 배에 올려놓았다는 샌드백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오늘 밤은 남편이 옆에 있어 주기로 하였다.

문득 뿅갹이를 낳던 날 밤이 생각났다. 연애 기간이 짧았던 우리는 어쩌면 서로를 아직도 한참 알아가야 할 시기에 난생 처음 부모라는 무게를 지게 된 함께 지게 된 밤이었다.

남편은 나의 소변을 대신 버려주고 오로가 묻은 패드를 갈아주었다. 30년 가까이 가족이었던 친정아빠도 못할 일을 안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남자가 기꺼이 해주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그와 정말 가족이라는 생각을 했던 밤이었다. 3년이 지난 오늘 밤에도 남편은 나의 소변을 대신 비워주고 오로를 닦아주며 함께 밤을 지새웠다.

둘째를 갖는다는 것. 그것은 그 자체로 나에게 큰 결심이었고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9개월의 임신기간은 붓기와 피로와 함께 해야 하는 괴로운 것이었다. 그리고 3주간의 휴식 후에 다시 육아전쟁이 날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출산이라는 큰 관문을 지나온 오늘 밤은 그 모든 고민을 내려놓고 쉬고 싶다. 일단 낳아서 속이 시원하다.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전)넥슨모바일 마케팅팀 근무
(전)EMSM 카피라이터
(현)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6-10-31 18:10:00 수정 2016-11-07 14:10:46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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