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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군대육아'하는 대튼 엄마의 편지

입력 2017-08-21 17:35:36 수정 2017-08-21 17: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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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튼이 아빠, 안녕? 인사하고 나니까 생각 난건데 우리 아이 태명을 대튼('대박 튼튼'의 줄임말)이로 지은 후로는 당신을 대부분 '대튼 아빠'라고 불렀던 것 같네. 자엽스럽게 '자기', '신랑', '여보'라는 애칭은 쏙 들어갔어. 그런데 사실 아빠라고 불리는 건 쉬웠지만 막상 아빠가 되는 건 쉽지 않았지? 나도 그랬고 지금도 그래.

남들은 신혼 초에 많이 싸운다고 하잖아. 우리 부부는 그런 사람들을 보고 말했지. 기억나? "우린 참 쿵짝이 잘 맞는다"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거 참 이상한 일이었다? 수십 년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한 지붕 아래서 별다른 싸움 없이 지냈다는 건 아마도 한 쪽의 이해와 인내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 물론 우리 아이가 태어나면서 달라졌지만. 맞아, 힘들어서 그랬지. 우리 둘 다 엄마와 아빠가 처음이라서, 부모는 처음이라서. 모든 것이 어려웠지. 나는 '환경'탓을 하며 넋두리를 늘어놓았고.

당신은 나를 이렇게 비유했지. 공군 전투기 조종사 아내 3년차 그리고 엄마 9개월차. 당신은 나라와 가족을 위해 전투하듯 살고 나는 육아를 위해 매일 ‘전투’하듯 하루를 보냈지.

그러니까 우리 일상은 레알 전투 군대 독박육아를 하고 있는 셈이었어. 독박육아, 이 단어는 본래 만성적인 야근, 회식 문화가 잦은 우리나라에선 엄마들이 주양육자가 될 수밖에 없어서 탄생한 건데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닌 거 알지?

당신은 본래 기본 퇴근시간은 정확한 직업군인, 공무원인데도 불구하고 매일 야간자율학습을 하듯 고3수험생의 삶을 살고 있잖아. 저녁 먹은 후에도 비행준비를 하러 다시 대대에서 평균 2시간씩 공부를 하고 오고 다녀오면 보통 밤 10시 30분. 다음날 컨디션을 위해 씻고 바로 잠을 자야하고.

여기까지는 괜찮아. 생명과 직결된 일이니까 당신의 잠도 보장해줘야지. 이게 참 어려웠던 것 같아. 내 몸도 힘든데 혹시나 건넌방에서 자고 있는 당신이 깨서 뒤척이지 않을까 신경이 쓰이는 거야. 깨울 수 없는 현실도 쉽지 않았고 나에게도 양질의 수면을 보장해 달라고 짜증내기도 했지.

심지어 다음날 비행이 없으면 없는 대로 대대회식이 잡힐 가능성이 높았지. 그러다 보니 독박의 굴레에서 헤어 나오는 건 어려운 일이었어. 그렇다고 주변에 누가 있기라도 하나? 임신 중에 연고도 없는 강원도로 발령이 나서 친정은 먼데다 운전연수도 못 받아서 아기띠하고 혼자 힘겹게 버스를 타고 다녔지. 그래서 군인 아빠의 장점보다는 단점 찾기에 급급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신에게 참 미안하고 고마워. 이렇게 바쁜 현실 속에서도 당신은 당신 나름대로 '아빠육아'를 하려고 노력하잖아. 퇴근하고 대대에 다시 갈 때까지 남는 시간에 대튼이 목욕도 해주고, 근무 없는 주말에는 내게 자유시간도 주는 거 말이야.

내가 요즘 느낀 건데 대튼이는 내가 씻겨 주는 것보다 당신과 목욕하는 걸 더 좋아하는 듯 해. 돌도 안 된 어린 아이인데 아빠가 퇴근 하면 기가 막히게 알고 환호성을 지르거나 좋아하고 물장구도 치는 걸 보니 신기해. 둘 사이에 심리적 유대감이 쌓인 것 같아서 내가 아주 뿌듯해.

아빠가 아이와 놀아주지 않으면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부의 문제, 가정의 불안까지 야기할 수 있다고 해. 엄마만이 아니라 아빠와 함께 부대끼고 성장하는 아이는 사회성이나 인지력이 균형감 있게 발달한다더라. 이렇게 극한 상황에서도 아빠 육아를 하려는 당신, 대단해 참.

물론 이 모든 게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었지. 주로 평일에 엄마인 내가 아이를 돌보니 당신은 아이의 성향이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 놓았잖아.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어. 예컨대 내가 상병계급이라면 당신은 이제 갓 일병이 됐다고 생각했으니까.

내 기대치가 채워지질 않다보니 당신도 답답했던 모양이야. 언젠가 자기가 말했지. "나도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 아이가 자랑스러워하는 아빠가 되는 게 내 꿈이야"라고. 정말 짠했어. '도와주는'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는 아빠의 현실, 시대가 요구하는 아빠의 역할이 충돌해 본인도 힘들었을거라 생각하니 말야. 어쩌면 나야말로 임신부터 지금까지 '엄마'역할에만 갇혀있던 것 같기도 해. '며느리', '딸', '아내', '여자 이소영'을 뒤로 한 채 말이지.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해. 우리 둘다 '군대 육아'를 하지만 육아가 결코 전쟁이면 안 된다는 거.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힘이 되는 존재가 되어야지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상황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 우리 앞으로도 쉽지 않겠지만, 군대육아도 나름 평화로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 엄마 아빠가 '지휘관' 역할을 잘 하면 할 수 있을 거야. 그런 작은 희망을 품으며 우리 둘 다 파이팅 해보자!

대튼 엄마가.

대튼 엄마 이소영 씨는요…
자연육아 예찬자. 현재 강원도 원주 끝자락 군부대서 전투군대육아를 하고 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몰랐던,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된 가치를 모으고 있는 '엄마 자람 프로젝트' 진행 중

정리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
입력 2017-08-21 17:35:36 수정 2017-08-21 17: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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