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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진의 육아사생활] 소비의 무한궤도에 빠진 당신에게

입력 2017-09-13 14:50:12 수정 2017-09-13 14: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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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김생민의 영수증'이라는 팟캐스트가 매우 핫하다. 재테크에 관심 있는 초심자들의 경제 상황을 진단해주고 지난 한 달간의 영수증 사용 내역을 점검해주며 새는 돈을 막을 방법을 함께 연구하는 프로그램이다.

언뜻 들으면 딱딱할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개그맨들이 진행하는 프로이기에 웃음이 깔려있어 누구나 쉽게 경제상식을 얻고 생활 속에서 절약을 실천하는 팁을 얻을 수 있다. 그 인기에 힘입어 공중파에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이 되었을 정도니 청취자들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짐작할 수 있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생긴 그의 팬클럽은 현재 가입자 수가 2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데뷔 25년을 넘긴 이 중견 개그맨이 이제야 주목을 받는 것은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거친 파도와 같은 연예계에서 리포터 자리를 20년 넘게 고수하며 작지만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며 버텨온 ‘통장요정’ 김생민이다. 그의 부상은 배금주의와 금수저론에 질려온 사람들의 시대적 부름에 응한 것이다. 보여주기식의 소비가 아닌 실제 서민들의 삶은 이런 것이라고 그가 몸소 증명하고 있다. 적게 벌면 적게 버는 대로 얼마를 벌든 묵묵히 저축하며 쌓아온 그의 저력이 이제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에 절약을 잘 실천하던 사람들도 임신 소식을 접한 순간부터 말초가 흔들려 허튼 소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심장박동 소리를 듣겠다며 가정용 기기를 사기도 하고 아직 성별도 모르는 아이의 옷을 사들이기도 한다. 신발을 사놓는 사람들도 보았는데 아이는 태어나고도 돌 전까지는 신발을 신고 밖을 걸어 다닐 일이 없다. 친정엄마와 백화점에 구경을 갔다가 몇 번 입지 못할 내복과 덮지도 않을 아기 이불 세트를 거금을 들여 덜컥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친정 부모 역시 손주가 태어난다는 기쁨에 말초가 흔들린 것이다. 백화점에서는 신생아를 위해서 준비해야 할 리스트라며 목록이 길게 적혀 있는 홍보물을 나누어 주기까지 한다.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다 보면 그 때 사들인 많은 물건이 쓸데없는 소비였단 걸 깨닫게 되지만 그때는 이미 환불하기엔 너무 지나버린 시기이다.

나 역시 나의 소비를 돌아보게 되었다. 잘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첫 아이를 출산할 때는 2주에 300만 원이 넘는 돈을 갖다 바치는 것이 과하다고 느껴져서 조리원을 가지 않았는데 그때의 결정을 후회해서 둘째 아이는 임신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조리원 예약부터 했다. 이유식도 첫째 때는 직접 만들어 먹였는데 아이 둘을 돌보면서 장 봐서 이유식까지 만든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배달 이유식을 이용하고 있다. 유모차는 디럭스는 스토케, 휴대용은 요요를 사용하고 있는데 간혹 너무 비싸다고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프레임이 워낙 튼튼하고 핸들링도 좋아서 잘한 소비라고 꼽고 있다.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해 카시트도 고가의 제품으로 샀다. 살 때는 목돈이 훅 나가는 기분에 마음 한편이 왠지 썰렁하지만 두고두고 잘 쓰는 물건이라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생각한다.

반면 내가 아깝다고 생각했던 것은 자잘한 소비들이다. 임신해서 입을 것이 없다 면서도 매일 밤 인터넷 쇼핑몰들을 기웃거리며 구입한 임부복들, 큰 아이와 놀이터에 가는 길에 한 잔씩 사마신 생과일주스와 아메리카노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아이와 공원으로 가면 돈을 덜 썼을 텐데 쇼핑몰에 가는 바람에 밥도 사먹고 장난감도 하나 사고 음료수와 어쩌다 눈에 들어온 마음에 드는 옷, 갑자기 떨어진 게 생각난 화장품까지 사면 나들이 한 번에 몇 십만 원이 순식간에 나가기도 했었다.

요즘 퇴근한 남편과 ‘김생민의 영수증’을 들으면서 운동을 하곤 한다. 애들을 재우고 야식으로 피자, 치킨, 족발을 주문하며 텔레비전을 보았던 시절을 비교하면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다. 야식비도 아끼고 다이어트까지 되니 수퍼 그뤠잇!!

나름대로 우리 가족의 절약 계획을 세워보았다. 일단 적은 금액이라도 적금을 들기로 했다. 주식이나 다른 방법을 이용하기보다는 일단 돈을 차곡차곡 쌓는 적금으로 재테크에 입문하라는 김생민의 조언을 받아들인 결과다. 요즘에는 돈을 쓰지 않는 날이 하루, 이틀 늘어나면서 ‘김생민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필요한 것이 많아 기저귀 등 주문해야 할 것이 많지만 말이다. 대신 주말에는 재테크보다 우위에 있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외식도 하고 아이가 원하는 곳으로 외출하기로 했다. 지난 주말에는 수족관에 가고 싶다고 해서 다녀왔다.

평소에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에 신발장을 열어보니 그렇게 내다 버렸건만 아직도 신발이 그득 차 있다. 나 자신에게 2년간 신발을 사지 않는 엄벌을 내리기로 했다고 남편에게 알렸더니 자신도 동참하겠다는 화답이 왔다. 가을을 맞아 깔끔한 하얀 운동화를 사고 싶어서 눈에 아른거렸지만 일단 신발장 안에 잠자고 있는 세 켤레의 운동화를 거덜 낸 후에 새로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11월이면 서울베이비페어가 열린다. 베이비페어는 여러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비교하며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 번에 여러 가지 제품들의 향연을 접하면 말초가 흔들려 충동적으로 소비를 할 가능성이 있다. 매번 이번에는 거의 안 샀다고 생각하는데 미리 준비해 간 현금을 다 쓰고 카드를 꺼내들고 제발 내 돈을 받아달라며 결제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한다. 가기 전에 내가 구입해야할 목록과 혹시 모를 추가적인 소비에 대비해 여윳돈의 범위를 정해서 가는 것이 절약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과도하게 쌓인 것을 비워내고 정직하게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것은 비단 재테크 뿐 아니라 내 삶의 중심을 단단히 하는 데에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한탕주의로 얻은 정직하지 못한 돈은 철학이 없기에 모래알처럼 내 손을 빠져나가며 그 삶은 언제나 공허할 것이다. 오랜 기간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살아온 김생민의 재조명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갑다. 급작스러운 주목으로 당황스러운 순간이 많이 닥치더라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잘 헤쳐 나가기를 바란다.

*본 칼럼은 소비에 대한 주관이 반영된 것이므로 특정 업체나 물건에 대한 소비 장려 혹은 비난이 아님을 밝힙니다.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전)넥슨모바일 마케팅팀 근무
(전)EMSM 카피라이터
(현)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7-09-13 14:50:12 수정 2017-09-13 14: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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