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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휴게실’ 앞 갈 곳 잃은 아빠들…“아빠는 출입할 수 없어요”

입력 2017-09-20 15:47:33 수정 2017-09-20 15: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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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맘DB)



“아빠는 출입할 수 없어요”
“그럼 어디서 수유해야 하나요?”
“기저귀 가는 것은 남자 화장실을 이용하고 수유는 직원 휴게실 안내해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제 막 7개월을 넘은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 김성민(36)씨는 “육아와 집안일로 쉴 틈 없는 아내가 우울해하는 것 같아 지난 주말 친구들과 당일치기로 여행을 보내줬다”며 “역에 마중 나왔는데 수유할 곳도 기저귀 갈아줄 곳도 마땅치 않다”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김씨는 “수유실을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양해를 구하고 사용하려고 했는데 남자는 출입하기 곤란하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수유는 다른 곳을 안내하겠다고 하고 기저귀 남자 화장실을 이용하면 된다고 하는데 넓고 쾌적한 유아 휴게실을 옆에 두고 아빠라는 이유로 왜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동육아, 싱글대디, 육아빠, 프렌디와 같은 말이 방증하듯 아빠의 육아 참여는 날로 늘어나고 있지만, 실생활 속 ‘아빠 육아’의 현실 이렇다. 수유할 곳도, 기저귀 갈 곳도 마땅치 않아 눈치
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키즈맘DB)


특히 공공장소 중 지하철역과 기차역의 유아휴게실은 여전히 엄마 전용으로 아빠는 출입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내 지하철 1~8호선의 ‘유아수유실’은 88곳으로 유아용 침대와 소파, 커피포트 등 수유에 필요한 각종 비품이 갖춰져 있지만, 엄마 전용으로 아빠의 출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차역의 상황도 지하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빠 출입 금지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며칠 전에도 다른 아빠가 수유실 가림막을 열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며 “수유실에 아빠가 출입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엄마들이 많아 엄마 전용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엄마 전용으로 운영하는 것은 전체가 비슷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키즈맘DB)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복합쇼핑몰의 유아휴게실의 경우 아빠 출입이 가능한 곳이 많아졌다고 알려졌지만 여전히 아빠 출입은 녹록지 않았다.

서울시내 한 마트에서 만난 러시아 국적의 안나(39)씨는 “아빠 출입이 금지줄 알면서 아이 둘을 케어하기 어려워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자국에서는 아빠 출입을 금하는 유아휴게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유아휴게실을 ‘Parents Room’으로 표기하며 엄마, 아빠 모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실제 엄마들이 생각하는 ‘유아 휴게실’의 인식은 어떨까. 한 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유아 휴게실 '아빠 출입금지' 어떻게 생각하세요?’의 투표결과를 살펴보면 총 320명이 참여, 아빠 육아를 위해서 출입을 허용한다는 의견이 65%, 불편하다는 의견이 16%, 기타 18% 순으로 나타났다.

출입 찬성의견을 남긴 한 누리꾼은 “아빠 육아에 대한 역차별이다”며 “실제로 이용하는 마트의 경우 아빠 출입 금지라 아이 기저귀 갈 때마다 남편이 좋아한다”는 웃지 못할 댓글을 남겼다.

하지만 신체가 드러나는 만큼 함께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출입 반대 의견을 남긴 한 누리꾼은 “아무래도 남자들이 왔다 갔다 하면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며 “유아휴게실이 수유실과 함께 있는 만큼 아빠의 출입은 반대”라는 의견을 남겼다.

이에 대해 육아정책연구소 도남희 박사는 “불편해하는 엄마들을 위해서 공간의 분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커튼과 가림막으로 수유실을 분리하면 엄마, 아빠 모두 육아에 참여하는 이상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 밝혔다.

이어 “아빠, 엄마 모두 육아에 참여하는 것을 아이에게 보여주면 긍정적인 인식을 준다는 것은 많은 연구결과로 드러났다”며 “육아라는 것이 엄마 아빠 공동의 의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어린 자녀와 외출하는 아빠들의 불편을 덜 수 있도록 남녀 화장실의 기저귀 교환대 의무설치 시설을 확대하고, 운동시설에 유아동반자를 위한 샤워실 및 탈의실을 설치하는 등 ‘아빠 육아’ 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난숙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은 “양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남성들의 육아 참여를 뒷받침하는 양육친화적인 사회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섬세한 시각으로 일상 속 국민불편 사항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사회 각 분야 정책사업에 대해 성인지적 관점에서 점검하는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사회 전반의 양성평등 수준을 높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류신애 키즈맘 기자 loveu@kizmom.com
입력 2017-09-20 15:47:33 수정 2017-09-20 15: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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