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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자의 별별생각]벌어야 할 돈 말고

입력 2017-12-02 09:00:00 수정 2017-12-04 11: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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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야 할 일/ 벌어야 할 돈/ 말고도 뭐가 있었는데' 퇴근길, 귓가에 들려온 낯익은 목소리. 에픽하이다. 컴백을 손꼽아 기다린 것도 아닌데 아는 사람이라도 만난 듯, 에픽하이의 컴백은 유난히 반가웠다. 반가움의 마음은 이내, 겸허한 슬픔이 차지했다.

누구보다 길고 긴 하루를 간신히 마치고 올라탄 버스. 오늘도 잘 버텨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밀려오는 피로, 부둥켜 잡고 있던 긴장의 끈이 풀린다. 창밖 너머로 비치는 반짝이는 강물이 아름다워서일까, 이어폰 사이로 흘러나온 씁쓸한 노랫말이 슬퍼서일까. 왈칵 쏟아질 뻔한 눈물을 간신히 참아냈다.

수많은 평범한 날들, 지극히 평범한 하루였다. 딱히 별다른 일 없었던 딱 그런 날. 슬픔은 어떤 날 보다 부풀어 올랐고 가라앉을 줄 몰랐다. 멜랑꼴리한 이상함 감정이 휘몰아치는데 애써 막고 싶지 않아 내버려 뒀다.

창문에 비친 모습이 한없이 가여웠고 안타까웠고 애처로웠다. 제대로 빠진 자기 연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민 굴레에서 일찍이 빠져나오긴 아쉬웠다. 그날만큼은 가능한한 오래도록 멜랑꼴리한 감정에 머물러 있고 싶었기에 그래야만 할 타당한 이유를 찾아내려는 오기를 부렸다.

어떤 대목이 마음을 뒤흔든걸까. 생각을 거듭할수록 분명해지고 팽창되는 생각. 한때, 선명하다 못해 빛나던 나의 '꿈'이자 부모님의 '꿈'. 쉬운 하루는 아니었지만 다른 날과 별다르지 않은 보통의 날, 들여다본 찬란한 내 꿈은 오랫동안 구석에 방치된 것처럼 희미했다.

잊은적 없고 잊을 수 없는 내 꿈. 누구나 꿈을 꾸고 나 역시 수많은 꿈을 꾼다. 쓰고 싶은 글이 있고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 '꿈'이란 게 그렇다. 한 번도 잊은 적 없지만 육신의 편안함과 안락함에 한 번 두 번 적당히 타협하다 보니 어느새 일보 후퇴.

'무엇을 상상하든 가능성만 생각하던 그때의 열정', '해낼 수 있다고 외치던 패기있던 모습'은 홀연히 그리움을 남긴 채, 자취를 감춘다. 이내 먹먹해지는 마음. 한발 뒤로 물러나는 뒷걸음질과 적당히 타협할 줄 아는 능숙함이 만들어낸 적절한 서글픔이었다.

내가 해야 할 일/벌어야 할 돈/ 말고도 뭐가 있었는데, 내가 가야 할 길/ 나에게도 꿈같은 게/ 뭐가 있었는데'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가는 길, '무사히' 하루를 보내기 위해 잊고 있던 본질과 중요한 가치가 마침내 울컥 쏟아져 나온다.




오유정 키즈맘 기자 imou@kizmom.com
입력 2017-12-02 09:00:00 수정 2017-12-04 11: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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