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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보다 무서운 산후풍

입력 2017-12-01 11:29:35 수정 2017-12-01 11: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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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이 자주 시큰거리고 손을 짚고 일어날 때 통증이 느껴진다. 어깨가 결리고 무거워서 누군가 마사지를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의자에 30분 이상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많이 불편하다' 찬바람 앞에 무너진 만성피로자의 고백이 아니다. 바로 산후풍을 앓고 있는 이들이 흔히 겪는 증상들이다. 예쁜 아이를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한파보다 무섭다는 산후풍의 고통이 시작될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은 출산 후 산모들의 건강관리를 각별히 중요시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평소 더위를 많이 타는 산모들이라면 이 과정이 더욱 고통스러운 것이 사실. 산후조리원이나 가정에서 일정 기간 몸조리를 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고 출산 후에는 반드시 미역국을 여러 날 동안 고정메뉴로 먹어야한다는 생각도 보편화 되어있다.
또한 찬바람을 쐬지 말아야한다는 고정관념은 여름철 출산한 산모들에게 땀띠를 선물한다. 산후관리기간 동안에는 청결도 포기해야한다. 간단한 샤워는 물론이고 샴푸도 자제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한국의 산후조리는 각별하다기 보단 유별나다고 해야 옳다.

동양의 산모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산후풍
그렇다면 서양의 산모들은 어떨까? 출산을 한지 겨우 몇 시간만 지나도 시원한 커피에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기도 한다. 물론 샤워도 시원하게 하는 것이 서양의 산모들의 흔한 산후조리풍경이다.
서양의 산모들과 한국의 산모들은 정말 문화차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상반된 산후조리기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한국 산모들에게 산후조리를 강조하는 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동양의 산모들은 골반이 내부가 좁은 타원형인데 반해 서양 산모들의 골반은 내부가 큰 원형에 가깝다. 이러한 골반의 모양과 크기 차이 때문에 서양 산모들에 비해 동양의 산모들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훨씬 힘들고 고통스럽다.
근육량의 차이도 문제다. 외부 온도에 민감하고 근육량이 적은 동양의 산모들은 출산 후 회복 속도도 서양 산모들보다 훨씬 더딘 편이다. 동양의 산모들은 외부 온도에 민감하다는 점 때문에 산후풍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다. 인종의 차이보다는 개인의 차이가 있다지만 동양의 산모들에 비해 서양의 산모들은 산후풍 증세를 호소하는 비율이 현저하게 낮다고 알려져 있다.


릴랙신 관리, 산모들의 건강을 좌우한다
남자의 몸보다 훨씬 유연한 여자의 몸은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급속도로 변화를 겪게 된다. 만삭 때를 기준으로 자궁은 약 1,000배 늘어나고 따라서 골반도 벌어진다.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이해가 가지 않을 만큼 엄청난 변화다. 이토록 급변하는 몸 속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힘줄과 인대를 유연하게 만드는 릴랙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안타깝게도 바로 이 물질이 산후풍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골반을 비롯해 몸속의 인대들을 유연하게 만들어 주는 릴랙신은 척추 관절의 인대도 늘어나게 만들고 결국 척추나 골반이 틀어지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평소에 쉽게 하던 빨래를 비틀어 짠다거나 무거운 것을 들었을 때 느슨해진 힘줄이 늘어나 손상되거나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이 호르몬이 활발히 분비되는 출산 후 반 년 정도의 시간은 평생 건강을 위해 꼼꼼한 관리가 요구된다. 골반의 변형으로 인해 수반되는 통증은 수없이 많다. 골반통을 시작으로 손목과 발목 각종 관절로 통증이 퍼지기 전에 제대로 된 산후관리는 필수적으로 따라야한다.

임신 전의 몸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릴랙신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는 시기를 잘 보내야 가능한 이야기라는 점. 올바른 산후관리도 고통스런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시작해보자.

김소연 키즈맘 기자 ksy@kizmom.com
입력 2017-12-01 11:29:35 수정 2017-12-01 11:56:21

#산후풍 , #산모 건강 , #산후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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