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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처럼 챙겨요" 미혼모의 안식처 '생명의 집'

입력 2017-12-06 19:11:17 수정 2017-12-07 10: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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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다가오는 것을 입소 희망 전화가 늘어나는데서 알아차린다는 곳이 있다. 미혼모 기본생활지원 시설인 '생명의 집'이다.

정부는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을 기본생활지원과 공동생활지원 두 가지로 분류한다. 기본생활지원은 숙식무료 제공과 분만의료를 지원하며, 공동생활지원은 미용·컴퓨터 등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공동생활지원시설이 2차 기관의 성격이라면 기본생활지원시설은 1차 기관인 셈이다. 전국적으로 기본생활지원시설은 20개소, 공동생활지원시설은 40개소가 있다.(12월6일 기준)

생명의 집은 시설명 그대로 생명을 품는 따뜻한 집, 예비 엄마들에게는 친정같은 곳이다. 그래서 이곳을 관리하는 인력은 모두 친정엄마나 마찬가지다.

김소영 금주수녀는 "모자보건법(하단 설명 참조)을 보면 일부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만 저희는 종교 교리(카톨릭)에 따라 수정된 태아일 때부터 이미 한 생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기와의 인연을 쉽게 포기하는 엄마들을 도와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을 갖고 있어요. '아기를 키울 자신도 없는데다 전적으로 맡아서 키워줄 것도 아니지 않나. 당사자가 아니라서 할 수 있는 말이다'라는 말을 듣기도 해요. 하지만 옛말에 '자기 먹을 건 갖고 태어난다'고 하잖아요. 그 말을 믿어요"

만13세부터 최고령인 45세까지 아기와 생명의 집을 찾는 엄마들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그만큼 사연도 많아 어느 정도 마음이 단련됐다고 생각하지만 몸이 아픈 아기들이 태어날 때마다 생명의 집 식솔들의 마음은 항상 시리다. "얼마 전에 13개월 된 아기가 하늘나라로 갔어요. 뇌가 형성이 안 된 채 태어나서 산소마스크를 쓰고 1년 넘게 버텼지만 그게 무의미하다고 보지 않아요. 지금은 무뇌수두증을 앓고 있는 아기가 엄마와 생활하고 있는데 누군가는 '그렇게 아기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까지 살려야 하는 걸까'라고 해요. 그에 대한 대답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살려야죠'에요"

정말로 손주를 맞이하듯 생명의 집 엄마들을 살뜰히 챙기는 그에게 힘든 부분은 무엇일까.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입소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어요. 대표적으로 불법체류자가 있어요.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을테니 입소를 허가해 달라고 해도 법적 근거로 불법체류 중인 다문화 엄마는 받지 못하게 해요. 정말 안타까워요"

'생명의 집' 엄마들이 직접 만든 작품


생명의 집을 가꾸는 사람들은 그 안타까움 때문에 현재 이곳에서 살고 있는 엄마들을 더 열심히 보살펴야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4년째 생명의 집에서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김소영 금주수녀는 "엄마들의 일상은 생각보다 단조로워요. 임신한 상태라 몸이 무겁기 때문에 많이 움직이는 건 부담스러워하거든요. 오전 8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9시가 조금 넘었을 때 다 같이 모여 일종의 조회를 해요. 12시에 점심식사를 하고 주중 오후에는 프로그램(집단미술치료, 꽃꽂이, 개인상담, 비즈공예)을 해요"

좀 더 들으니 단조로움 속에 활력소가 되는 일탈(?)도 있었다. "엄마들이 갑갑해 할까봐 에버랜드, 뮤지컬·영화 감상을 하러 밖으로도 나가요. 외식은 한 달에 평균 3번 정도는 가요. 저희 엥겔지수가 제법 높아요(웃음). 엄마들이 먹고 싶다는 건 거의 다 수용하거든요. 한겨울에 '아기가 수박을 먹고 싶대요'라며 수박을 사달라고 귀엽게 조르는 엄마도 있어요(웃음)"

생명의 집은 정부 보조금 없이 민간 후원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유동적인 지출이 가능하다. 경제가 어렵다보니 후원이 끊기는 곳이 많다는데 감사한 일이라고 말한 김 수녀는 이어 "정부 보조금은 한 끼 부식비가 700원으로 책정돼 있어요. 다행히 이곳은 민간 후원금만으로 꾸려나갈 수 있어요. 덕분에 엄마들에게 '좋은 것만 먹고, 예쁜 것만 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외식도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하고, 가격대가 있는 뮤지컬도 보러가요"

주변의 보는 눈 때문에라도 '굳이'라고 말하는 반응이 두려울 법도 하지만 뚜렷한 목표가 있기에 움츠러들지 않을 수 있다. "입소하는 엄마들을 보면 자아 존중감이 많이 떨어져 있어요. 물론 저희가 봐도 손 떨리는 금액이에요. 그럼에도 바꾸지 않는 건 엄마들의 훗날을 위해서예요.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힘든 순간에 직면했을 때 ‘나도 사랑받았구나’라며 이겨낼 추억과 자신감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거든요. 또래 친구들이 누리는 문화를 똑같이 경험하면서 주눅 든 모습에서 벗어났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김소영 금주수녀에게 바라는 점을 물었다. "장애인미혼모시설도 있었으면 해요.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은 따로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저희도 장애인 엄마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못하고 겉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국가에서 장애를 가진 미혼모들도 적극적으로 껴안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어요"

※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에 따르면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
입력 2017-12-06 19:11:17 수정 2017-12-07 10:26:50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 , #생명의집 , #미혼모 , #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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