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난긴 겨울밤, 바로 잠들지 못하고 자꾸만 뒤척여진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새벽 두 시를 가리키는 시곗바늘이 보인다. ‘잠들기는 틀렸구나’싶어 이어폰을 주섬주섬 꺼내 노래들을 채비를 마친다. 재생 목록을 보니 몇 해 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많은 이들을 눈물짓게 했던 이설아의 자작곡이 보였다. 재생 버튼을 누르고 노래가 나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고요한 밤, 귓가에 울려 퍼지는 노랫말. ‘엄마도 소년일 때가/ 엄마도 나만 할 때가/ 엄마도 아리따웠던 때가 있었겠지 (중략) 그 모든 걸 다 버리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 엄마로 산다는 것은/ 아프지 말거라/ 그거면 됐다’ 담담한 가사가 호젓한 마음을 휘휘 저어놓는다.
엄마들을 위한 팟캐스트 맘스 라디오 ‘친정 언니에게 말해봐’코너에서 소개된 사연 하나가 오래도록 기억 남는다. 친정엄마가 수술하게 되면서 자식 된 자신의 무심함과 이기심에 대한 내용이었다.
청취자는 10년을 넘게 무릎 때문에 고생했던 친정엄마가 여든이 가까이 된 나이에 갑작스레 수술하기로 결심했다고 운을 뗐다. 그간 고통을 참아왔던 친정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아픈 시간을 견뎌냈을 엄마의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고. 하지만 수술하겠다는 친정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복잡해졌다는 사연의 주인공. 하필이면 바쁠 때라 ‘조금만 있다가 애들 방학하면 수술하시지’라는 마음에서였다.
아픈 엄마를 두고도 자신의 상황과 생각에 몰두한 모습에 양가적인 감정에 휩싸였을 사연의 주인공.
이내 사연은 이어졌다. 친정엄마의 수술이 지나고 간병을 하며 동이 불편할 엄마를 위해 처음으로 머리를 감겨드렸다고. 수도 없이 감겨 주었을 친정엄마를 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질 수밖에 없다던 청취자.
그제야 하얗게 세어버린 엄마의 머리카락, 적어진 머리숱은 눈에 들어왔다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붉어진 눈시울을 감출때 즘, 그녀는 ‘엄마의 다리가 다 나으면 엄마와 더 많은 걸 함께 하겠다고’이야기하며 인사를 건넸다.
비단 사연 속 주인공의 이야기만은 아니었기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따뜻함을 느꼈다. 부모의 사랑이 너무나 당연한 자녀이기에.
‘잘 할 수 있을 때 잘해드리자’마음먹는 것도 잠시. 바쁜 일상 속 시간이 쫓기다 보면 잘해야겠다는 다짐도 자연스레 물거품이 돼버리기 일쑤다. 청취자의 사연처럼 상황이 앞서 엄마의 마음을 미루고 미루면 외면했던 지난날. 어느새 무심한 딸내미가 되어 있다. 언제나 함께 있을 것만 같은 엄마의 존재,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엄마의 품이 그리운 어른 아이. 자식에게 모자람 없는 넘치는 사랑을 허락했던 엄마에게 말 한 번 건네 보는 것은 어떨지. ‘후회하면 이미 늦었다’는 말을 귀담아 들으며 가늠하기 힘든 깊고 넓은 엄마의 사랑 앞에서 제대로 내뱉지 못하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해보자.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엄마의 사랑을 생각하니 코끝 시린 겨울밤, 따뜻해진다.
오유정 키즈맘 기자 imou@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