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오늘, 육아가 유난히 고된 날이었나요?<下>

입력 2019-01-12 23:15:00 수정 2019-01-13 12: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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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큼 일이 잘 안 풀린다. 할 일은 산더미인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해 대책 없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있다. 기자가 이소영 작가를 만났을 때가 바로 그런 날이었다.

그리고 이소영 작가의 차분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문장을 읽으며 시간의 '순삭'을 체험했다. 꽉 찬 동기부여를 받고 몇 년이 흐른 뒤, 이번에는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 '육아가 유난히 고된 어느 날(씽크스마트)'을 출간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기회가 찾아왔다. 이소영 작가의 '토닥토닥' 문체(기자 마음속의 정의)를 키즈맘 독자들과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인터뷰라는 구실을 내세웠다.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 다음은 이소영 작가와의 일문일답.

KIZMOM 책 속의 표현을 빌려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는 날’, 가장 먼저 어떤 행동과 생각을 하면 좋을까요?

이소영 작가(이하 이) 아무 생각을 안 하는 것! 물론 가장 힘든 일이지만요. 엄마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나 현실을 잠시 생각안하고, 잊고. '들숨', '날숨' 호흡 숨소리를 들으면서 잠시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걸 추천합니다.

유튜브에 3분 명상, 5분 명상 등 짧은 단위 영상이 적잖게 있어요. 너무 힘들 때는 펑펑 울어도 괜찮아요. 우리도 사람이잖아요. 잠시 숨 고르는 시간을 보내면 한층 마음이 편안해져요.

그 다음엔 좀 더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보는 거죠. 눈여겨봤던 카페도 가보고, (카페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홈카페를 차려보는 거예요. 예쁜 잔에 커피라도 마셔보고요) 정신이 좀 편안해졌다 싶으면 종이에 나를 힘들게 한 요소들을 적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흰 종이 위에 4칸을 그린 후 '지금의 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 '내가 되고 싶은 나', '우선순위' 등 본인만의 섹션을 만들어서 적으면 한층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KIZMOM 키즈맘 독자에게 추천할 책과 노래를 알려주세요.


도서 추천
윤여림의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이미 많이 유명한 책이에요. 엄마의 사랑이 느껴져서 찡했던 책입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영화로도 유명하죠. 주인공인 31세 저널리스트 리즈가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보며, 부딪히고, 다시 넘어지고 일어서는 과정을 통해 ‘대리만족’을 했답니다.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
부제가 너무 마음에 드는 책이에요. 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에 대하여. 저자의 왈, 마음을 가장 잘 돌아보는 길은 걷는 것이고, 걷기의 역사가 생각의 역사를 구체화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요즘 하정우씨의 '걷는 사람, 하정우' 책이 뜨듯, 그 전에 이 책을 읽으며 아이와 걷는 일상의 조각조차 즐겁게 느껴졌답니다.

노래추천
커피소년의 '토닥토닥 쓰담쓰담'
잔잔한 음색의 목소리가 정말 지친 저를 위로해주는 듯 해요.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
한창 육아로 힘들 때 친정 엄마에게 "힘들다, 힘들다" 그랬는데, 요즘엔 죄송하더라고요. 너무 힘든 티만 낸듯해서요. 이 노래를 들으면, 우리 엄마도 사람이었고, 여러 많은 날들을 살아오며 어른이 되어가는 거였구나. 이해할 수 있었어요.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운전할 때 종종 들어요. 가사가 마음에 들어요. 신나면서. "누구나 빈손으로 와 소설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인생이란 붓을 들고서 무엇을 그려야 할지 고민하고 방황하던 시간이 없다면 거짓말이지" 그냥 흥이 나는 노래가 아니구나 싶어요. 가사를 보면.

KIZMOM 책 제목에서 '육아가 유난히 고된'이라는 문구와 '어느 날'의 자간이 넓은데요, 특별한 의도가 반영된 건가요?

원래 제목은 '미니멀육아'였어요. 그런데 책 내용이 전부 미니멀에 대한 건 아니거든요. 어찌보면 잡다한 개똥철학 같아요. 그러다 출판사 사장님께서 어떤 엄마의 글을 보고 아이디어를 내셨어요.

누군가 SNS에 이런 글을 올렸나봐요. 너무 고되고 힘든데, 맥주마저 없다. 같이 먹을 누군가도 없다. 이런 내용이었대요. 엄마들은 그런 '어느 날'이 있잖아요. 저 역시도 언젠가 레고 장난감을 잘못 밟아 발에서 피가 나기도 했는데 하필이면 연고조차 없던 날이 있기도 했고요. 그런 '어느 날'을 읽으면서 '이런 날도 있구나 저런 날도 있구나'하고 넘어가며 다독이자는 마음에서 제목을 이렇게 정했어요.

마지막으로 이소영 작가에게 받고 싶은 질문을 물었다. '무진장 어렵네요(웃음)'라고 운을 뗀 뒤 답변을 보냈다.

(받고 싶은 질문은) 올 한해 어떤 마음으로 살고 싶은가요?
(여기에 대한 대답은) 좀 더 저를 들여다보고 저를 찾아가며, 제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관심 있는 것들을 탐구하는 탐색의 시기를 보내고 싶습니다.

키즈맘 독자님들도 올 한 해, 잘 버티면서, 잘 살아내셨으면. 잘 살아가셨으면.

그의 다정한 마무리 인사다.

이소영 작가



오늘, 육아가 유난히 고된 날이었나요?<上>에서 계속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
입력 2019-01-12 23:15:00 수정 2019-01-13 12:05:51

#육아가유난히고된어느날 , #이소영 , #독박육아 , #육아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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