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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나무의 공동육아이야기] 별명과 평어문화(上)

입력 2019-12-23 16:21:01 수정 2019-12-23 16: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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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는 부모와 교사가 모두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는 아이, 부모, 교사 즉,어린이집 구성원들끼리 친근감을 갖고 평등하게 잘 지내기 위한 장치라고 한다. 특히 별명은 어린이집 아이들이 어른인 다른 부모와 교사들에게 다가갈 때 느낄 수 있는 위계감과 어려움을 많은 부분 해소해준다.

또한 별명을 쓰는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에게 모두 ‘평어’를 쓴다. 호칭뿐만 아니라 대화도 평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화 내용도 자연스럽게 권위나 외적 압도감이 줄어든다. 아이를 위한 배려다.

다만 부모들 사이, 부모와 교사 사이, 즉 어른들끼리는 서로 '존댓말'을 쓴다. 이는 기껏해야 4살 안팎으로 나이 차이가 나는 아이들과 달리, 부모들끼리는 나이 차이가 20년이 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회의 자리에서 서로 반말로 의사소통을 할 경우, 원래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닌, '반말'로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생길 것을 우려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어른들끼리 존댓말을 쓰는 것도 아이들과 평어를 쓰듯 각자 상황에 맞게 배려한 것 같다. 외부에서는 이러한 공동육아어린이집의 별명과 평어문화에 대해 반감이 있으신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어떤 두 아이가 어른인 저에게 말을 거는데, 한 아이는 존댓말을 하고 다른 아이는 반말을 하더라고요. 저는 당연히 존댓말을 하는 아이가 더 예뻐 보이더라고요. 선생님도, 아이에게 항상 존댓말을 하도록 가르치면 어때요?"

"한국말의 존댓말을 못 배운 외국 교포애가 한국어를 하는 것 같아요. 좀 걱정되어요"


그때 나는 우리가 별명과 평어를 쓰는 이유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드렸고, 이 문화의 좋은 취지에 공감해주셨다. 참고로,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해 유명해진 어린이 전이수 그림책 작가의 어머니 김나윤 작가도 이런 고민에 봉착한 적이 있단다. 그래서 김나윤씨는 공동육아어린이집에 보내기 전에 어려서부터 알았던 대안학교 교사인 이웃집 오빠에게 '평어 문화'에 대해 물어보았다고 한다.

"반말을 하도록 가르치는 게 아니라, 존댓말을 존중심을 가지고 할 수 있을 때까지 세뇌시키지 않고, 기다려주는 거야. 그리고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관계에서 시작하면 아이들은 감정표현을 꺼리지 않고, 서슴없이 얘기해서 나눌 수 있게 돼"
- 전이수 엄마 김나윤씨의 책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에서 발췌.


부모가 만든 어린이집 로고 ⓒ 함께크는어린이집


그렇다고 우리가 이런 문화를 이해 못하는 어른들에게 매번 이렇게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짧게 '저희 아이 어린이집에서는 교사와 아이 사이에 평어로 친구처럼 대화하는 문화가 있어요."라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세상의 모든 어르신들이 이러한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약간의 절충안처럼 지나가는 동네 주민들이나 경비아저씨, 청소 아주머니에게 내가 먼저 "안녕하세요?" 이렇게 크게 인사를 한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전에는 '안녕하세요?'하던 첫째는 공동육아어린이집을 다니며 동네 주민들이나 경비아저씨, 청소 아주머니 등에게 다시 '안녕?'이라고 인사를 했다. 하지만 부모가 이렇게 매번 동네 어르신들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아이도 6살로 조금 성숙해져서인지 이제는 첫째, 둘째 모두 동네 어르신들께 모두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또한 어르신들이 조금 불편해하시는 눈치를 보이면 먼저 아이들과 친구처럼 평어 대화를 한다. 부모와 아이가 평어로 편안하게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은유적으로 우리 가정이 현재 따르고 있는 교육 방식에 대해 표현해주기 때문에 처음엔 약간 의아하거나 불편해하시는 눈치여도, 대놓고 큰 목소리로 말씀하시지는 않는다.

▶별명과 평어문화(下)에 계속...

입력 2019-12-23 16:21:01 수정 2019-12-23 16:21:01

#공동육아어린이집 , #공동육아 , #연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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