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00만 년 전 있었던 공룡 대멸종의 원인은 운석 충돌이며, 또 다른 가능성으로 제기됐던 화산폭발은 연관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새롭게 발표됐다. 공룡 대멸종의 정확한 원인을 둘러싼 과학자들의 계속된 이론 충돌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예일대학 핀첼리 헐 지질·지구과학 조교수 연구팀은 저명 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공룡이 멸종한 것은 온전히 운석충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약 6,600만 년 전 지금의 멕시코 유타칸반도에 발생한 운석충돌이 공룡 대멸종(K-Pg 멸종)의 최대 원인이라는 사실은 오늘날 고고학자들 사이의 중론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수의 학자들이 운석 충돌과 더불어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인도 데칸용암대지(Deccan Traps)의 화산폭발 역시 대대적 환경변화를 일으키며 공룡 멸종에 일조했으리라 주장해왔다.

지난해 말엽에도 이번 연구와 전혀 상반된 이러한 관점을 담은 논문이 발표됐다. 미국 미시간대학, 포틀랜드대학 등 공동 연구팀은 쌍각류의 껍데기 화석을 분석한 결과 운석 충돌 이전에 이미 화산 폭발로 인해 지구 기온이 오르고 수은 오염이 심해지는 등 환경 격변을 통한 멸종이 시작됐다고 주장했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데칸용암대지 화산폭발이 공룡 멸종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는 폭발이 일어난 구체적 시기다.

헐은 "화산폭발은 이산화황, 이산화탄소 등 여러 종류의 기체를 분출해 기후변화 및 지구 산성화를 야기하는 만큼, 충분히 대규모 멸종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기체 분출의 파괴력 보다는 그것이 일어난 시점이 언제인지에 집중하여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화산기체 분출의 정확한 시점을 알아내기 위해 해양화석의 탄소 동위원소 분석 데이터를 이산화탄소에 의한 세계 기후변화 모델과 비교해봤다. 그 결과 화산폭발로 인한 대부분의 기체 분출은 운석이 충돌하기 20만년 전에 일어난 일이며, 따라서 공룡 대멸종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고 연구팀은 결론 지었다.

이번 연구에서 기온변화 데이터 분석을 담당한 전 예일대 연구원 미카엘 헤네한은 "백악기 말 일어난 데칸용암대지 화산활동은 점차적 지구온난화로 지구 기온을 2도 가량 올리는 결과를 낳았으나 이것이 멸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기온 상승으로 인해)몇몇 종이 북극과 남극으로 흩어졌지만 운석 충돌이 일어나기 한참 전에 다시 본래 서식지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방승언 키즈맘 기자 earny@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