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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신체 불법촬영했지만 무죄?…"검경 증거수집 과정이 위법"

입력 2022-01-21 10:08:48 수정 2022-01-21 10: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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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신체를 상습적으로 불법 촬영한 사람이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수사기관이 휴대전화 압수수색 과정에서 당사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무죄 확정 판결이 났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4월 2일 오전 8시 20분께 시내버스 안에서 여학생(당시 16세)의 신체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몰래 촬영하는 등 약 1개월 동안 여성들의 다리나 치마 속을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재판에서 A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인 휴대전화 속 불법 촬영물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이유에서였다.

법원에 따르면 A씨가 불법 촬영을 하다 덜미를 잡힌 시기는 2018년 3월 10일이었다.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이 범행을 혐의사실로 삼아 4월 5일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았고, 영장에 따라 A씨가 소유한 휴대전화 2대를 압수해 디지털 증거 분석을 진행했다.

경찰은 이 휴대전화들 속에서 여성들을 불법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적지 않게 발견했지만 정작 영장에 적혀있는 범행 관련 자료는 찾지 못했다.

하지만 불법 촬영물을 확보한 데에는 틀림없다 생각한 경찰은 A씨를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휴대전화 속 사진과 영상을 유죄 증거로 삼아 A씨가 2018년 3~4월 동안 23회에 걸쳐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했다는 내용의 공소장을 작성했다.

1심과 2심은 이 수사가 애초에 잘못됐다고 판단내렸다. 증거로 든 불법 촬영물들은 압수수색영장의 혐의 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 않고, 휴대전화에서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 수사기관이 A씨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경의 수사가 위법했기 때문에 A씨의 자백이 있어도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는 셈이 돼버렸다.

대법원은 하급심과 달리 경찰과 검찰이 확보한 자료가 간접증거 또는 정황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범행 간격이 짧다는 점과,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여성을 찾아 몰래 촬영하는 등 수법은 동일하므로 피해자들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라면 동영상을 간접·정황증거로 쓸 수도 있었다는 취지다.

그러나 증거 확보 과정에서 A씨의 참여를 배제한 점이 결국 문제가 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객관적 관련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해도 피고인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 있는 이상 이 사건 동영상은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원심의 잘못은 (무죄) 판결에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입력 2022-01-21 10:08:48 수정 2022-01-21 10:08:48

#증거수집 , #무죄 , #불법 , #불법촬영 ,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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