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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짜리 사려다 2천만원 털려"…중고거래 사기 주의

입력 2022-04-01 10:43:11 수정 2022-04-01 17: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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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중고 거래가 증가한 가운데 '안전결제'를 표방한 가짜 사이트를 이용해 결제를 유도하는 사기 수법이 성행하고 있다.

네이버의 안전결제 시스템을 모방한 가짜 사이트를 만들어 구매자로부터 돈만 챙기는 방식으로, 교묘한 수법으로 인해 피해 금액도 커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신혼부부인 A씨는 최근 인터넷 맘카페에서 40~50만원짜리 젖병소독기를 미개봉 상태로 1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발견했다. 그는 게시글에 적힌 모바일 메신저 아이디로 연락해 구입의사를 밝혔다.

연락을 받은 판매자는 자신이 A씨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물품을 택배로 보내야한다며 A씨에게 '네이버 안전거래'를 제안했다.

그는 A씨가 안전거래 가상계좌에 돈을 입금하고 제품을 받은 다음, 구매 확정을 눌러야만 돈이 판매자에게 전달된다며 물품 수령 후 이상이 있으면 반품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안전거래' 방식에 믿음이 간 A씨는 판매자의 요구대로 메신저를 통해 받은 링크를 클릭해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한 뒤, 물품을 구매하고 화면에 안내된 가상계좌에 안전거래 수수료를 포함한 10만2천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판매자는 "수수료 없이 10만원을 입금해야 정상 거래가 이뤄진다"며 "수수료는 거래가 끝난 뒤 따로 내야 한다. 가상계좌로 다시 10만원을 입금하면 먼저 입금한 10만2천원은 2분 안에 환불처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A씨는 그가 말한대로 다시 10만원을 같은 계좌에 입금하고 환불받을 은행 계좌번호를 판매자에게 알려줬지만, 입금 요구는 끝나지 않았다.

그는 "환불해 주려고 하는데 요즘 안전거래 가상계좌로 검은돈 세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환불 단위가 80만원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며 "환불받으려면 가상계좌로 69만8천원을 더 입금해 환불금액 80만원을 맞춰줘야 한다"고 했다.

판매자는 이렇게 '환불금액을 80만원으로 맞춰야 한다', '금액을 여러 차례 나눠 입금해서 인식이 안 된다. 한 번에 다시 입금해라', '계속 에러가 난다. 환불금액을 500만원으로 맞춰 다시 입금해야 한다' 등 온갖 핑계를 대며 A씨에게 여러 차례 입금을 요구했고, A씨는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판매자의 요구에 따랐다.

이렇게 2시간 가량 메신저로 대화하면서 판매자가 A씨로부터 편취한 금액은 2천만원에 달했다.

A씨 측은 "메신저 프로필에 가족사진까지 걸어두고 네이버 안전거래를 이용하자며 안심시킨 뒤 가짜 사이트 링크를 보내 돈을 뜯어내고선 연락을 차단했다"면서 "사기 정보 공유 사이트 더치트를 통해 검색해보니 같은 계좌번호를 사용한 판매자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이들이 50명을 넘는다"고 했다.

실제로 '더치트'를 검색하면 같은 계좌 번호로 들어온 사기 피해 신고건이 52건에 달한다. 육아용품에서부터 TV, 골프채, 농막에 이르기까지 물품 종류도 다양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중고거래 사기꾼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활동하거나 대포 계좌를 쓰고 있어 검거하기가 쉽지 않다"며 "가짜 안전결제 사이트를 만들어 입금을 유도하는 경우 구매 금액뿐 아니라 개인 금융정보까지 유출될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제는 중고거래 사기로 피해를 입은 경우, 돈을 돌려받기 쉽지 않은데다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도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중고 거래 등 물품 거래를 가장한 사기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므로 계좌지급정지를 요청할 법적 근거가 없다. 사기에 이용된 계좌로 의심될 경우 금융기관이 경찰을 거치지 않고 피해자의 신고에 따라 해당 계좌를 즉시 지급정지 처리 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과는 다르다.

'물품 거래를 가장한 행위'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통과되지는 못한 상태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입력 2022-04-01 10:43:11 수정 2022-04-01 17:02:35

#중고거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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