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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촉법이지? 13·14세 앞세워 금은방 털게 한 '못난' 성인들

입력 2022-11-30 10:28:23 수정 2022-11-30 10: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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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오전 2시 51분께 대전 중구에 있는 한 귀금속 매장에서 귀금속 절도 사건이 일어났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2명의 남성은 불 꺼진 매장 출입문을 쇠망치로 내리 쳤고, 금 간 유리문을 부숴뜨려 가게 안으로 침입했다. 1명은 망을 봤고, 1명은 진열대에 놓인 귀금속 55점을 가방에 챙겼다.

2분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모든 일을 끝낸 이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났다. 이들은 귀금속이 담긴 종이가방을 한 공원 공중화장실에 놓아두었다.

경찰은 한밤 중에 귀금속 매장에서 일어난 절도 사건 수사에 착수했고 얼마 후 범인들을 붙잡았다. 이들은 이른바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13, 14세 미성년자들이었다.

형사책임을 지지 않도록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마련한 보호 제도를 범죄에 악용한 것은 20대 성인들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20)는 또래 및 후배 등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서류를 위조해 대출을 받게 한 다음 그 돈을 가로채는 일명 '작업대출'을 공동 모의했는데, 범행이 뜻대로 되지 않자 '금은방 털이'로 범죄 방향을 바꿨다.

이들은 역할을 나눠 범행 타깃을 정하고, 도주방법과 장물처리 계획을 공모했다. 범행에 나설 인물로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는 촉법소년을 앞세우기로 했다.

처음에는 장물 판매금액의 10%를 준다거나 오토바이를 사주겠다며 소년들을 불러들였고, 마침 가출해 돈이 필요한 소년 두 명이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6월 22일 0시께, 이들은 대전 서구의 한 카페에 모여 '총대'를 멘 소년들에게 범행계획과 방법을 설명했다. "보안업체가 오기 전 범행을 마치고 최대한 멀리 도망가라", "일을 확실하게 하고 만약 걸려도 우리 이름은 나오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다.

소년들은 3시간 뒤, 대전 서구의 귀금속 매장에서 첫 귀금속 털이를 시도했다. 출입문을 벽돌로 깨고 침입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이튿날도 밤 1시 5분께 유성구의 한 금은방을 털려고 했지만 똑같이 실패했다.

3번째 시도 만에 귀금속을 훔치는 데 성공했지만 경찰에 덜미가 잡히면서 A씨 등으로 약속받은 혜택은 받을 수 없게 됐다.

A씨 등은 소년들이 실패한 장소에 또다시 찾아가 3000여만원의 귀금속을 훔치는 등 2차례에 걸쳐 8000여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에서 범행 공모 사실을 부인하는 등 일부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집행유예 기간 중이거나 수차례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고, 특히 촉법소년을 이용한 범행으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며 A씨 등 성인 3명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입력 2022-11-30 10:28:23 수정 2022-11-30 10: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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