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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진의 육아사생활] 부부의 취미생활

입력 2016-05-11 17:00:00 수정 2016-05-11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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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이란 걸 즐겼던 적이 언제인가. 신생아 육아가 시작되면서 취미생활이란 단어 자체가 나에게는 호사스럽게 다가왔다. 그때 간절히 원한 단 한 가지가 있었다면 잠을 원 없이 자보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잠을 잘 만큼 자고 내 의지로 눈을 뜨는 순간이 미치도록 그리웠었다.

그랬던 시절도 꿈인 듯 지나가고, 15개월을 기점으로 조금씩 깊게 자기 시작한 뿅갹이는 4살이 되자 깼다가도 졸리면 스르르 다시 잠드는 기특한 아이가 되었다. 이제 말도 잘 통하고 위험한 것은 스스로 통제할 줄 아는 '어린이'가 된 뿅갹이 덕분에 우리 부부의 1차원적인 욕구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 밤에 길게 잠을 잘 수 있고 식당에 편히 앉아 음식의 맛을 느끼며 식사를 할 수 있게 됐고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있는 시간을 통해 혼자만의 시간까지도 즐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알면서 또 다른 거대한 블랙홀을 앞두고 있다. 바로 11월에 태어날 둘째…. 너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존재임과 동시에 내 모든 생활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어마어마한 생명체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 부부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큰 애가 어느 정도 크고 둘째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이 시점이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태평성대라는 것을. 우리는 이 시간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선 첫째에게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기 위해 가능한 한 야외활동을 많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올여름에는 물놀이를 자주 갈 계획이다. 가족여행도 꼭 갈 생각이다. 그리고 남편과 둘만의 시간도 갖기로 했다.

남편도 나와 한마음이었다.

"이제 샤인(태명)이 태어나면 주말에도 한동안은 당신은 샤인이와, 나는 뿅갹이와 보내게 될 수도 있는데 우리만의 조용한 시간이 정말 필요할 것 같아"


나는 취미로 꽃꽂이를 즐기는 편이었고 남편도 특별한 날에는 종종 꽃을 사 오곤 했다. 내가 꽃시장에 다녀온 날이면 '꽃이 가득해 집이 화사해졌다'며 좋아하는 남편이었다. 내가 함께 꽃꽂이를 해보면 어떨지 남편에게 묻자 좋아하면서도 약간은 망설이는 눈치였다. 이럴 때가 바로 내가 저지를 때다 싶어 클래스를 등록하고 남편에게 통보했다.

"우리 다음 주부터 같이 플라워 레슨 받자"

남편은 나의 행동력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마침내 첫 수업날이 다가왔고 남편과 나는 카메라까지 챙겨서 설레는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섰다. 공간을 가득 메우는 꽃내음과 감미로운 음악에 마음까지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남편은 꽃 사진을 하나하나 찍고 이름까지 메모해가며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다. 색색의 꽃과 소재들을 한아름 손에 쥐어가는 그 고요한 순간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맞은 편에 앉은 남편의 콧구멍과 입가에도 꽃을 마주한 설렘이 가득 묻어있었다.

"나도 사실 전에는 꽃꽂이가 여자들의 비싼 취미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직접 해보니 왜 사람들이 돈 내고 배우는지 알겠네. 다음 수업이 또 기다려진다"

우리가 만든 핸드타이드를 품에 안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은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말했다. 플라워 레슨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도 더 넓어지고 함께 공유하는 추억이 또 생긴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집에 돌아와서 문득 다른 부부들은 어떤 취미를 공유하고 있을까 궁금증이 생겼다. 지인들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았다.

1. 본인의 취미는?
2. 배우자의 취미는?
3. 현재 부부가 함께 하는 취미생활이 있습니까?
4. 앞으로 함께 해보고 싶은 취미생활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뜻밖에 다들 재미있어하면서 설문에 응해줬다. 여성들의 취미는 꽃꽂이나 자수부터 스킨스쿠버까지 다양하게 많았고 남성들의 경우는 게임과 자전거 정도로 비슷한 편이었다. 3번 항목에 대해서는 대체로 '육아' 라고 대답하는 가정들이 많아서 왠지 웃을 수만은 없는 대목이었다. 앞으로 함께 해보고 싶은 취미에 대해서는 운동이라는 대답이 주를 이루었다. 헬스장을 다니거나 스킨스쿠버, 자전거, 골프 등의 레포츠를 함께 하고 싶어 했다. 그 다음으로는 '여행'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별로'라고 대답한 가정도 있어서 웃음을 자아냈다. 다들 의외의 설문조사에 앞으로 함께 하고픈 것을 고민해보는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육아라는 생활에 치여 아름답지만 정신없는 순간을 보내고 있는 대부분의 젊은 부부들에게 어쩌면 취미생활이라는 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바쁜 삶에서 잠깐의 여유를 부릴 때 그 짜릿한 행복감을 빛을 발한다.

사랑해서 애를 낳았지만 그 애를 키우면서 또 많이 싸우게 되는 것이 부부관계다. 취미 생활을 함께 하면서 부부의 애정도 회복할 수 있다면 그 행복감의 크기는 더욱 커질 것이다.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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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전)넥슨모바일 마케팅팀 근무
(전)EMSM 카피라이터
(현)더나은심리계발센터 교육팀장
(현)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6-05-11 17:00:00 수정 2016-05-11 17:00:00

#육아 , #부부 ,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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