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연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 중에 하나가 이별이다. 누군가를 무지개다리 너머로 보내야 한다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이별과 상실을 경험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더욱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에게 가르쳐할 것 중 하나가 ‘건강한 이별’이다. <뭉치와 나>는 부모가 많은 말을 해주지 않아도 아이가 건강하게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알려준다.
노견 뭉치는 최근 들어 부쩍 피곤해하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아이도 뭉치와 헤어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이별은 조금도 쉽지 않다.
뭉치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 후, 아이에게 이상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먹구름이 머리 위에 무겁게 내려앉아 고개를 들 수가 없고, 비누가 통째로 눈에 들어간 것처럼 쉼 없이 눈물이 흐른다. 가장 나쁜 건, 문어가 몸을 칭칭 감아서 가슴이 너무 아픈 것.
그러던 어느 날, 꿈 속에 뭉치가 찾아온다. 뭉치가 먹구름과 비누, 문어를 쫓아내 준 꿈을 꾼 후 아이는 비로소 깨닫는다. 내가 기억하는 한 뭉치는 언제나 자신과 함께 있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 책은 먹구름과 비누, 문어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언제가는 다시 찾아올 것을 예견해서다. 다만, 뭉치가 언제나 함께할 것을 알기에 아이는 더 이상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다.
이렇듯 <뭉치와 나>는 소중한 존재와 이별한 후에 겪는 슬픔과 회복의 시간을 아이의 시선에서 담담하게 그려냈다. 이 동화를 읽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상실로만 연결되는 것은 아님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도서 : 뭉치와 나 / 글 알리시아 아코스타Alicia Acosta | 그림 메르세 갈리Merce Gali | 옮김 김혜진 / 명랑한 책방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