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잇는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백신이 초기 임상시험에서 100%에 가까운 효능을 보여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해당 백신이 상용화가 될 경우 HIV 연구 40년만에 성공한 첫 백신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일 의학계에 따르면 미국 스크립트 연구소, 미국 국립보건원(NIH), 월터리드 미 육군병원 등 연구팀은 백신 접종으로 체내에서 HIV를 광범위하게 중화시키는 항체 전구체를 유도할 수 있다며 초기 임상시험에서 약 97% 수준의 면역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HIV 백신 후보 'eOD-GT8 60me'를 8주 간격으로 두 차례 접종하면 HIV에 대한 면역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HIV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HIV 백신은 체내에서 면역반응을 일으켜 이 HIV에 감염되는 것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약물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HIV도 변이를 계속 일으켜 면역반응을 회피할 수 있어 치료제 또는 백신 개발이 어렵다.
18~50세 참가자 4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1상에서 eOD-GT8 60me를 투여한 36명 중 35명에서 광범위한 수준의 HIV 중화항체 전구체인 B세포 생산을 유도했다.
먼저 참가자 중 eOD-GT8 60me 투약군 18명은 백신 2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그램)을 투여한 뒤 8주 후에 면역증강제와 함께 같은 용량의 백신을 투여했다. 다른 18명은 100㎍ 용량으로 동일하게 진행했다.
대조군으로 참여한 12명은 eOD-GT8 60me 대신 식염수를 투여했다. 면역증강제로는 다국적제약사 글락소미스클라인(GSK)의 'AS01B'를 사용했다. 임상시험 후 경증 또는 중등도 수준의 주사부위 통증, 두통 등의 부작용이 있었으며 심각한 부작용 보고는 없었다. 이상반응은 대부분 1~2일 내로 해결됐다.
연구팀은 "HIV, 인플루엔자, C형 간염 바이러스 또는 베타코로나바이러스 계열 같은 항원 다양성이 높은 병원체에 대해 광범위하게 중화항체를 유도하는 것은 백신 설계에 있어 큰 도전"이라며 "배아 세포를 표적으로 한 백신 설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잠재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아 단계 세포를 표적으로 해 이후 다양한 HIV 항체로 분화해 각각 다른 HIV 부위를 표적으로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HIV가 복제과정을 거치면서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 중 상대적으로 동일하게 유지하는 부분은 몇 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확한 부위에 결합할 수 있는 매우 특정한 특성을 가진 특정한 항체를 도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OD-GT8 60me 개발이 임상2상에 진입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임상시험은 아직 초기 단계로 상업화 단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만약 성공할 경우, 범 인플루엔자 백신이나 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개발에도 적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은 "이 접근법이 HIV에만 도움이 돼도 엄청난 일이겠지만 HIV를 넘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 외에도 최근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에서도 mRNA(메신저 리보핵산)를 기반으로 유사한 기전을 가진 HIV 백신을 개발 중이다. 코로나19 백신처럼 mRNA를 세포 안으로 주입하면 HIV 항원 역할을 할 단백질을 만들어 내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모더나는 현재 국제에이즈백신이니셔티브(IAVI)와 함께 르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자사 HIV 백신 후보 'mRNA-1644'에 대한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 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입력 2022-12-05 09:49:21
수정 2022-12-05 09:4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