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를 지나면서 전세계적으로 영유아 백신 접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철저한 역학조사와 감염·접촉자 관리, 예방책 등 국가주도의 전방위적 'K-방역' 정책을 오랜 기간 유지했던 한국에서 백신 신뢰도와 하락폭이 모두 가장 부정적인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유엔아동기금(UNICEF)의 '2023 세계 어린이 백신 접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펜데믹 전후를 비교했을 때 '어린이에게 백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구 비율이 조사 대상 55개국 중 52개국에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의 하락폭이 제일 컸다. 백신에 대한 기존 신뢰도 90%에서 44%나 내려간 수치였다.
그 뒤를 이은 하락폭 상위권 국가는 파푸아뉴기니, 가나, 세네갈 등 아프리카 최빈국이 주를 이뤘다. 다만 일본도 30%포인트 넘게 떨어지며 하락폭 5위를 기록했다.
반면 3개국에서는 신뢰도가 올랐다.
상승폭 1위는 10%포인트 가까이 오른 중국이었고, 각각 2%포인트 안팎을 기록한 인도와 멕시코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신뢰도 수치만 놓고 비교하면 한국은 불과 48%에 그쳐 꼴찌인 파푸아뉴기니(46%) 바로 위를 기록했다. 어린이 백신 신뢰도가 50% 아래로 내려가고 40%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도 우리나라와 파푸아뉴기니 뿐이다.
신뢰도 상위권에는 인도(98%), 베트남(97%), 중국(95%) 등이 차례로 포함됐다.
미국(79%), 프랑스(75%) 등은 신뢰도가 약 10%포인트 하락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70%대로 나타났다.
유니세프는 "소셜미디어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정보에 대한 접근이 늘어남과 동시에 일부 지역에서 권위에 대한 믿음이 하락하고, 정치적 양극화와 기타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면서 세계 보건에 대한 위협이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서린 러셀 유니세프 총재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걱정스러운 경고 신호"라며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어린이들이 홍역과 디프테리아 같은 질병으로 사망하는 가능성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