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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원 이야기] - 조선의 정궁 경복궁

입력 2011-05-02 11:11:49 수정 2011050211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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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의 입지와 외조. 치조공간

한적한 비오는 오후, 도심 속에 남아 있는 옛 자연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커피 한 잔을 사들고 고궁을 들어서면, 웅장한 정문인 광화문이 우리를 맞는다.

경복궁은 이성계가 조선 건국을 위해 한양천도를 단행하는데, 현무에 해당되는 북악을 주산으로 하여 동쪽의 청룡인 낙산, 서쪽의 백호인 인왕산, 주작인 남산을 안산으로 하고, 중앙에 명당수인 청계천과 객수인 한강이 흐르는 명당지에 자리를 잡았다.

또한 도성 안을 동서남북의 사대문과 그 사이에 사소문을 배치하고, 동쪽이 풍수적으로 약하다 하여 비보의 의미로 '之'자를 보강하여 흥인지문으로 하였고, 연못도 조성하였다고 하지만, 현존하지 않는다.


촉촉이 물기를 머금은 마사토 마당을 거쳐 흥례문에서 근정전까지 갈 동안 별다른 정원이나 수목들이 없다.

굳이 찾는다면, 근정전 주변의 몇 그루의 회회나무나 명당수가 흐르는 영제교 주변에 몇 그루의 나무들과 홍예다리 난간 전후에 사악한 기운을 다스리는 서수(瑞獸: 길조의 짐승)와 좌우석축의 천록(天鹿)이 다양한 표정으로 궁궐의 입구부를 지키고 있다.

옛 부터 궁궐의 입구부인 외조공간은 정승을 상징하는 회화나무나 느티나무만 몇 그루 심었고, 별다른 정원은 조성하지 않았다. 회화나무는 선비의 굳은 절개와 높은 학문을 상징하는 학자수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회화나무를 3그루 심으면, 3대에 거쳐 정승이 난다"는 속설로 일부 사대부가에서나 별서정원에서도 즐겨 심었다.

정치가 이루어지는 치조공간인 근정전과 사정전 주변 공간에는 나무를 식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객의 침입으로부터 은식처를 없애고, 국왕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연회의 장소, 경회루 지원

왕과 왕비의 침전인 강녕전과 교태전에서만 나갈 수 있는 공간으로, 중국사신이나 신하와의 연회공간으로 사용된 경회루가 있다. 원래는 습지형태의 작은 연못이었는데, 태종 때 서쪽으로 옮겨 파고, 경회루를 건립하였다.

경회란 임금과 신하의 합일의 의미를 가지며, 건축물의 돌기둥과 단에는 주역의 원리인 팔쾌와 12달과 24절기가 내포되어 있다. 이는 천지만물의 중심이 왕궁이라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연못 속에는 3개의 장방형의 섬이 있는데, 그 중 제일 큰 섬 위에 경회루가 위치하고 있으며, 두 개의 섬에는 소나무, 못 주변은 느티나무와 회화나무가 심어져 있다.

옛 부터 방탕한 왕이 권력을 가지면, 정원이 활발히 조성되었는데, 연산군 때 연못의 서쪽에 만세산을 만들어 화려한 꽃을 심고, 봉래궁, 일궁, 월궁을 상징하는 작은 모형궁을 만들어 금은비단으로 장식하고, 비단으로 꾸민 황룡주를 타고 만세신을 왕래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누에 오르면 북쪽으로는 북악산이 서쪽으로는 인왕산, 남쪽으로는 남산과 관악산이 시선축에 있으며, 한강의 아름다운 경관이 조망되었다.

연조공간인 왕과 왕비의 사적공간, 아미산원

왕의 침소인 강령전을 지나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 후원을 들어서면 육각형의 굴뚝과 각종 석조물 및 화목과 초화류에 의해 꾸며진 계단형의 화계로 조성된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이 아미산원으로, 왕과 왕비의 사적인 공간이며, 외부와 단절된 궁궐 속에서 숨통을 틔우고, 계절별 경관미를 느낄 수 있는 연조공간(왕과 왕비가 생활하는 공간)이다.

아미산은 경회루의 연못을 만들 때 파낸 흙으로 조성한 곳으로, 중국의 사천성에 있는 명산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한국정원의 특색이라 할 수 있는 화계(花階)를 조성하였는데, 경사지를 이용하여 4개의 단을 만들고, 그 위에 초화류나 매화, 모란, 반송, 철쭉, 앵두 등의 화목(花木)류, 가장 상부는 소나무, 느티나무, 살구나무 등의 교목류을 심었다. 화계주변을 장식하고 있는 석조물로는 연화형 수조, 괴석이나 함월지, 낙하담, 앙부일귀대 및 육각형 굴뚝 등이 있다.


함월지(涵月池)는 달을 품고 있는 석지(돌 연못)란 뜻이며, 낙하담(落霞潭)은 붉은 저녁노을이 어리는 석지라는 뜻으로 수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미산의 육각형 굴뚝은 붉은 전돌로 만들어졌으며, 굴뚝처마와 지붕은 전통목조건물형태를 하고 있다.

굴뚝은 아름다운 경관구조물로 벽사와 장수와 복, 절개를 상징하는 문양들로 새겨져 있다. 하단은 벽사의 불가사리, 박쥐, 다음 단에는 불로장생의 바라는 십장생, 군자의 절개를 상징하는 사군자와 만자문, 그 위에는 장수의 상징인 학과 복을 의미하는 박쥐 및 사마의 방해를 막는 나티, 가장 상부에는 당초무늬가 새겨져 있다.

아미산원은 정원을 거닐면서 보는 느낌과 교태전 방안에서 보는 느낌, 마루에 나와서 보는 느낌들이 모두 다르다. 정원을 거닐 때는 아미산원의 공간이 전부이지만, 침실에서는 북악산을 원경으로 한 경관이 아미산원과 조화되어 나타난다.

즉 관람객의 입장이 아닌 닫힌 공간에서 일상을 보내는 바깥세상을 동경하는 주인의 느낌으로 정원을 완상했을 때 정원이 가진 깊은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비의 거처 자경전 꽃담과 십장생굴뚝

교태전 동쪽, 대비가 거처하는 자경전에는 아름다운 꽃담이 치장되어 있다. 정원을 조성할 수 없는 전각이라서 담장을 아름답게 치장하여, 삭막한 궁궐에 경관미를 나타내고 있다.

담장내벽은 대비의 만수무강을 바라는 의미에서 만수(萬壽)라는 문자와 외벽은 거북문, 천도복숭아, 모란, 매화, 대나무 등의 장식문양이 새겨져 있다.

자경전 뒤뜰을 돌아서 가면, 담장의 형태를 한 십장생 굴뚝이 축조되어 있는데, 이것 또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굴뚝에 어떻게 이런 장식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볼 거리를 제공하게 하였을까?

담장 중앙에는 십장생 무늬의 조형전을 끼우고, 그 사이에 회를 발라 화면을 구성하였다. 무늬는 십장생과 포도, 대나무, 국화, 새, 연꽃등이여, 둘레는 학, 나티, 불가사리, 박쥐, 당초문양전이 박혀있다.

굴뚝 상단 중앙에는 임금을 상징하는 용, 그 좌우에는 신하를 상징하는 학이 있고, 중앙에는 장수의 십장생, 자손번성의 포도, 복을 의미하는 박쥐, 악귀를 물리치는 상서로운 짐승인 나티와 불가사리, 하단부에는 재앙을 막는 해태 두 마이가 새겨져 있다.

대비전인 만큼 국사 및 후손의 번성 등, 국가안위를 걱정하는 전반적인 의미가 다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원공간인 향원지원

자경전을 나와서 북쪽으로 가면, 옛 후원이 있었던 곳이 나온다. 옛날에는 지금의 청화대 있는 곳까지 후원이 조성되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건청궁 주변과 향원지원만 남아 있다.

향원정은 정육각형의 2층 누각으로 향원지 중앙의 섬 위에 있다.

‘향원’이란 중국의 문인 주돈이의 ‘애련설’에 나오는 향원익청(香遠益淸: 멀리서 오는 향기는 맑음을 더한다)에서 유래된 것으로, 섬까지는 무지개형의 취향교가 연결되어 있다.

연못의 수원은 북쪽 “열상진원”이란 각자가 새겨진 샘물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유입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조선을 대표하는 정궁인 경복궁은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은 부분 불타거나 변형되었다가, 2010년 최종적으로 조선총독부를 허물고, 비뚤어진 광화문의 직선축 복원을 완료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화려했던 전각이나 가장 북쪽에 위치한 후원공간은 여전히 고증에 의해 복원을 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글 : 김 묘정 성균관대 조경학과 겸임교수 現 경기도 문화재 위원>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손은경 기자 (sek@km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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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02 11:11:49 수정 2011050211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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