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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원 이야기] ② - 조선의 이궁 창덕궁

입력 2011-05-30 16:03:31 수정 2011053016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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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했던 가로수가 이미 푸르름으로 가득 채운 5월의 어느 날, 비원秘苑으로 불리며 우리들 뇌리 속에 신비스럽게 다가왔던 이궁인 창덕궁 후원을 찾게 되었다.

항상 느끼는 계절의 변화이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고개들어 자연을 음미할 때면 계절은 우리의 마음보다 항상 앞서 가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자연을 감상 할 수 있는 고궁이면 더욱 그러하다.

창덕궁은 북악의 좌측 날개인 매봉을 선택하여 굴곡이 많고 불규칙한 지형에 자리를 잡고, 전각들은 지형지세에 맞추어 횡으로 배치된 까닭에 가장 한국전깅 궁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정원의 모습도 자연스러운 배치가 이루어져 자연경관의 풍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또한, 경복궁의 동쪽에 위치하여 동궐이라는 호칭이 붙었고, 좌우대칭의 경복궁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정문인 돈화문을 들어서면, 명당수가 흐르는 금천교가 나오고, 그 곳을 지나면 깨끗하고 말쑥하게 정리된 공간이 펼쳐지며, 괴목인 회화나무나 느티나무 몇 그루만 식재되어 있다. 수목의 식재가 없는 긴장된 왕의 직무공간인 인정전과 선정전은 지나면, 왕의 침소가 있는 사적공간인 대조전이 나온다.


대조전으로 들어가면, 용마루가 없는 전각 주변으로 푸른 기운의 향나무가 식재되어 있고, 괴석 석함 몇 개가 눈에 들어온다. 임금의 정사를 위해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는 사색의 공간으로 강한 남성적인 공간이다.

뒤편으로 발길을 돌려 들어가면, 후원이 아담하게 조성되어 있다. 봉황, 용, 학 등과 십장생 등의 문양이 화려하게 새겨진 굴뚝과 화계 위의 전통담장, 석조물인 괴석, 석함, 홍예문이 눈앞에 나타난다.

대조전 일곽까지는 평지라서 그냥 편하게 거닐 수 있는 곳이다. 대조전 끝자락에서 방향을 틀어 어느 정도 경사지를 따라 걷게 되면 그 동안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단방에 사라지는 청량한 공기를 호흡할 수 있다. 수풀로 우거진 산림 속에서 느끼는 서늘한 기운과 수목의 상큼한 냄새는 자연이 만들어낸 최상의 향기이다.

낮은 둔덕을 넘어서 수림이 펼쳐지는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단아함과 한적함으로 한국정원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한 폭의 그림과 같은 비원(秘苑) 즉, 후원공간이 펼쳐진다.

비원(秘苑)의 명칭은 처음에는 대한제국때 비원(秘院)으로 정원을 관리하는 부서의 명칭이었는데, 그것이 후원을 상징하는 비원(秘苑)으로 불리게 되었고, 지금은 원래의 의미를 찾아서 후원이라 불리고 있다.

후원은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한국 최고의 정원이라 할 수 있는 곳으로, 부용지와 주합루 공간, 애련지와 연경당 공간, 존덕지와 반도지 공간, 옥류천 공간 등이 있다.


첫 번째가 부용지원(芙蓉池苑)이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분위기로 어느 비오는 여름날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운 고궁의 정취에 매료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부용지, 부용정, 주합루, 영화당 등이 있다.

부용지는 부용정이란 정자가 있는 연못으로, 방지원도(方池圓島)이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났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음양오행설에 의해 인공적으로 조성된 곳이며, 땅을 상징하는 네모난 연못 속에 하늘을 상징하는 둥근 섬이 있으며, 그 섬에는 소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신선사상이 내포된 신선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부용정은 아(亞)자형의 형태와 분합문과 불발기 창을 가진 한국전통의 미를 가진 아름다운 정자이다.


부용정의 맞은 편 계단 위에는 우주만물의 의미를 내포한 주합루가 부용지 일원을 조망하고 있으며, 그 직선선상에 과거의 등용문인 어수문이 배치되어 있다.

어수문은 임금과 신하를 상징하는 것으로 물고기가 물을 만나서 하늘로 오르는 등용문으로, 영화당 앞마당에서 과거시험을 통과한 인재들은 등용문인 어수문(魚水門)을 통해서 주합류와 규장각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게 된다.

주합루의 계단에는 사계절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는 화계가 조성되어 있다. 또한, 어수문을 경계로 병풍역할을 해왔던 생울타리 차폐벽인 취병이 2003년에 대나무로 복원되었다.


부용지원을 왼편에 두고, 걸어 나오면 돌로 만든 문이 하나 보인다. 불로장생을 의미하는 불로문(不老門)으로 여기를 통과하면 불로장생한다는 속설로 한번쯤은 의례 통과를 해 보는 곳이다.

3호선 전철을 타기 위해 경복궁역에 들어가면, 불로문과 똑같은 석조물을 설치해 놓았다. 의미를 아는 사람은 다시 한 번 통과를 할 것이다.


불로문을 지나면, 담장 옆으로 고요한 정적인 분위를 느끼게 하는 애련지원(愛蓮池苑)이 나온다.

애련지는 중국의 유학자 주돈이의 '애련설'에서 유래가 되었고, 군자를 상징하는 연(蓮)이 심어져 있는 아담한 방지(方池)이며, 애련정이란 정자가 살포시 앉아 있고, 뒤편에는 괴석이 두 개 배치되어 있다.


맞은편에는 채색하지 않는 사대부 저택의 모습을 한 연경당이 보인다.

대문인 장락문 앞에는 악귀를 쫓는다는 벽사의 의미로 느티나무와 음나무가 심어져 있고, 연경당은 남성공간인 사랑채의 명칭이며, 농수정이란 정자가 화계 위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여성공간인 안채와는 낮은 담장에 의해 분리되고, 담 밑에는 괴석과 한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고, 안채 후원에는 과실수와 꽃이 피는 수목들로 채워져 조선시대 제사를 위한 과실수 확보와 휴식을 위한 여성공간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연경당 언덕을 넘어가면, 반도지와 관람정 공간이 나온다.

부채꼴 모양의 관람정은 '궁궐지' 기록에는 선자정(扇子亭)이라 칭했으며, 반도지의 형태는 한반도 모양과 비슷해서 반도지라고 하지만, 동궐도에 보면, 크고 작은 원형3개가 한곳에 모인 호리병 같은 모양이라고 하여, 지금의 모양은 한말과 일제강점기 초반에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반도지의 북쪽 하단에는 반월지와 육각형의 존덕정이 있다. 그리고 반도지와 반월지 사이에는 홍예석교로 연결되어 있다. 존덕정은 주변을 조망하기 위해서 한 단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후원의 마지막 공간인 옥류천 일대는 가장 깊숙한 곳에 숨어 있으며, 이전에는 개방하지 않았던 곳이다. 계류를 중심으로 정자들이 배치되어 있다.

청의정(淸漪亭)은 수전 속에 건립된 초정으로 지붕이 초로 되어 있다. 임금이 직접 농사를 지어 그 해의 백성들의 사정을 알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청의정 앞에는 임금이 마시는 물을 공급했던 어정(御井)이 있고, 그 아래에는 소요암과 옥류천이 있다.


소요암은 암석을 ‘C" 자형으로 잘라 만든 곡수거(물도랑)이며, 곡수거를 돌아온 물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작은 폭포를 조성하고 있다.

중국 진나라 왕희지의 유상곡수(流觴曲水)의 연회를 모방하여 술잔을 곡수거에 띄워 술잔이 자기 앞을 지나기 전에 한 수의 시를 짓고 그 술잔을 들이킨 감회를 여기에서도 행하지 않았을까?

바위에는 인조가 쓴 ‘옥류천(玉流川)’이란 글씨와 숙종의 '오언시' 가 새겨져 있어 연회의 공간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깊고 푸른 수림 속에 임금이 드시는 어정, 백성의 농사를 살피는 수전(水田)과 정자, 유산곡수의 연회를 할 수 있는 계류, 암반, 폭포 등이 한 대 어우러져 신선의 세계를 느끼게 하는 신비함을 자아내고 있다.

<글: 김묘정 성균관대 조경학과 겸임교수 現 경기도 문화재 위원>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손은경 기자(sek@km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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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30 16:03:31 수정 2011053016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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