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서 작가 김경민은 특유의 해학성과 섬세한 모델링, 드라마틱한 연출이 돋보이는 신작 13여 점을 선보이며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전시공간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추상과 비구상, 개념과 이즘(ism)이 두드러진 난해한 현대미술에서 김경민은 쉽고 재치 있는, 그리고 보편성을 추구하는 작품으로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말하기를 “상처와 고통으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작품을 통한 따뜻함과 치유를 전달해 주고자 한다”고 했다.
그의 작업은 존재적 철학, 예술의 담론과 같은 거창한 미학적 내용을 표방하는 대신, 미술사적 흐름과 시대의 변화에도 불변하는 인간의 기본적 윤리를 담음으로써 미술의 원초적 기능을 행하고 있다.
작가는 주변의 소소한 풍경과 인물을 작가적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하여 이를 경쾌한 조각작품으로 표현한다.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모습에 그녀만의 풍부한 상상력을 더해 이를 입체적 인물상으로 빚어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전체의 균형을 보다 강조하였다.
사이 좋게 목욕을 하는 모습을 그린 ‘친한 사이’에서는 맞닿음을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고 상부상조하는 부부와 모자의 모습이 눈에 띄고,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는 ‘산책 가족’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는 듯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밀하게 짜여진 공간 구성과 섬세한 연출도 특별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여러 개의 조각 작품이 하나의 통합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1층 전시공간은 흡사 단막극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관람객은 김경민의 인물상이 펼쳐 보이는 해학적 풍경 속의 주인공, 가족, 친구 또는 관객이 되는 경험을 하며 일상의 행복과 소소한 기쁨을 추구하는 작가의 의도를 공유하게 된다.
2층에서는 기존의 단순 큐브형 받침대에서 벗어나 공간과 기능, 재질의 특성을 고려한 독특한 형태의 스탠딩 작품을 접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작가는 계단 모퉁이, 천장 등과 같은 숨은 공간을 적극 활용하여 전시의 주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함과 동시에 보는 이의 시각적 재치와 재미를 더하였다.
전시는 31일까지. 02-720-5789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윤지희 기자(yjh@km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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