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인간이 된다면 무엇을 해볼까. 평소 미웠던 사람 혼내주기? 맛있는 것 몰래 훔쳐 먹기?
이런 생각은 우리의 옛 조상들도 했나보다.
『호랑 감투』(보리 펴냄)는 경남 언양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엮은 그림책이다.
우연히 신기한 감투를 얻게 된 한 영감이 욕심을 품고 나쁜 짓을 일삼다가 끝내 혼이 나기까지의 사건사고를 담아냈다.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보았을 투명 인간 이야기다.
호랑 감투는 우리 조상들이 산신으로 모실 만큼 신령스럽게 여겼던 호랑이의 수염과 눈썹을 엮어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주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영감은 조상 잘 모시던 선량한 사람이었다. 우연히 감투를 얻고,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이용해 남의 재물을 탐하고, 도둑질이 아주 버릇이 돼버린 것이다.
아무리 행복을 전해주는 물건이라도 어떤 마음을 먹고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진짜 행운이 될 수도 있고 불행을 부르는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어린이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책에는 이야기와 함께 우리 조상들이 살던 모습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병풍을 두른 제사상 위에는 밤, 대추, 사과, 배, 육포, 산적, 떡 같은 갖가지 음식이 얌전하게 제자리를 찾아 놓여 있다.
옛사람들의 온갖 먹을거리와 물건들, 장터를 누비고 다니는 엿장수의 타령 소리, 짚신 장수, 옹기장수, 생선 장수들의 활기찬 외침 등 장터 그림 속에서는 옛사람의 삶과 숨결이 들어 있다.
호랑 감투를 쓴 채 제사상 음식을 먹고 마시는 도깨비들의 익살스런 모습과 장터와 가계를 돌며 이것저것 도둑질하는 투명 인간 영감의 모습도 재미있게 그림 속에 녹아있다.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손은경 기자(sek@kmo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