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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고역열차

입력 2011-09-27 15:30:57 수정 2011-09-27 15: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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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은 글렀다 싶어서 풍속점에 가려고 했었습니다. 축하해줄 친구도 없고, 연락할 사람도 없습니다."

이런 수상 소감을 밝힌 작가 니시무라 겐타.

중졸에 날품팔이로 하루하루를 전전하던, 부친이 성범죄자라는 치명적인 이력을 지닌 사십대 중년 남자가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일본 제일의 문학상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특이한 이력을 가진 니시무라 겐타의 『고역열차』(다산책방 펴냄)는 친구도 없고, 여자도 없고, 한잔 술로 마음을 달래며 그날그날 항만 노동자로 생계를 꾸려가는 열아홉 살 간타의 서글픈 삶을 다룬 작품이다.

소설을 처음 접한 독자는 불편하고 낯선 느낌을 받게 된다.

재미있는 이야기 구조나 복잡한 플롯도 없고, 남녀의 뜨거운 로맨스나 애틋한 사랑의 감정도 없다. 마치 과거 카프 소설에 등장할 법한 가난과 물질적인 고통, 그것에 따른 괴로운 심리묘사가 그득하다.

일용직 노동을 하러 가는 아침 출근길에 한 그릇 메밀국수가 먹고 싶지만 돈이 없어 고갤 돌리고, 옆자리에서 빵을 먹는 남자를 보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요즘 세상에 또 다른 면이다.

작가는 이런 개인적인 경험을 '사소설(私小說)'이라는 일본 고유의 문학적 방식으로 녹여낸다.

자연주의자인 다야마 가타이의 『이불』로부터 시작돼 다자이 오사무의 서정적 작품들로 성숙을 맞은 후, 일본문학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르인 본격 사소설의 전통은 맥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니시무라 겐타는 그 전통을 무려 60여 년 만에 되살린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사소설의 후계자인 그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자기 일상의 흔적을 문자로 옮겨서 종위 위에 보관할 뿐이다. 가공되지 않은 그 삶의 단면은 당연히 거칠고 어딘지 불편하지만 거기에 깃든 진정성이야말로 『고역열차』가 주는 거친 매력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니시무라 겐타의 삶은 너무도 낮고 초라하다.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추악하다.

하지만 그 속내는 진솔하며, 쉽게 꺾이지 않을 듯한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대지진 이후 피폐함과 혼란 속에 던져진 일본인들은 그의 작품에서 진정성이 주는 희망을 보았다고 말하다. 이는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묵직한 울림과 문학적 감동을 통해 전해진다.

작가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위안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낮추어 진정성을 전하고, 노동과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작가다.

결국 이 소설을 혼란의 시대를 통과하며 고통 받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손은경 기자(sek@km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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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27 15:30:57 수정 2011-09-27 15: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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