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으로서 예술가의 초상을 보여주는 한 남자가 있다.
스무 편 넘는 장편소설에 중단편과 연구서, 산문집을 합쳐 50권 분량을 훌쩍 넘는 저작 목록, 그리고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가비‘, ’불멸의 이순신‘, ’황진이‘ 등 가장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원작을 지닌 이야기꾼. 바로 김탁환이다.
『김탁환의 원고지』(황소자리 펴냄)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온 세상이 달뜨던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소설을 집필하는 사이사이에 남긴 창작일기다.
출간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내면의 풍경을 가감 없이 드러냈던 이 기록 속에는 예술가의 삶이란 게 과연 어떤 모습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소설을 ‘쓰지 않을 때, 쓸 수 없을 때, 쓰기 싫을 때, 문득’ 써내려갔던 이 일기는 긴 시간을 거쳐 어느새 원고지 1천매를 훌쩍 뛰어넘는 서사시가 됐다. 이 책은 그야말로 숨 막힐 듯 치열하고 지루하리만치 성실한 ‘예술노동자’의 황홀한 분투기다.
김탁환 스스로 “날마다 몰래 치른 백병전의 흉터이자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쑥스러운 선물”이라고 고백한 이 책은 독자들의 어깨에 따뜻하게 손을 얹으며 다가선다.
가장 순수하고 정신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예술조차, 지루하고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을 거치지 않으면 완성할 수 없다는 하나의 진실 앞에서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그 위안의 정체는 예술가도 결국 일상을 견디는 한 인간이라는 동질감이다.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지만 예술을 꿈꾸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놀랄 만큼 흥미롭고 실용적인 텍스트이다. 창작이란 기술보다 예술가 개인의 정신이나 삶의 성실성에 빚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데뷔 이후 쉬지 않고 움직여온 예술노동자이자 탁월한 이야기꾼 김탁환이 써낸 10년 치 창작 기록. 만약 예술에 안내가 필요하다면 이보다 정직한 안내서가 또 있을까.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손은경 기자(sek@km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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