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틀비 여러분, 도대체 왜 글쓰기를 거부하는 겁니까?
한 명의 바틀비인 『바틀비와 바틀비들』(소담출판사 펴냄)의 화자는 바틀비증후군(결코 글을 쓰지 못하거나, 절대 글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 부정적인 충동 또는 무에 대한 이끌림)에 걸려 절필한 수많은 작가들이 어떤 이유로 절필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천착하여 주석을 다는 형식으로 기록한다.
그러나 사실 화자가 탐사하고자 하는 바틀비증후군이라는 테마는 중심이 없는 미로와도 같은 것이다.
문학을 그만둔 이유나 형태는 작가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고, 모든 경우가 단일한 특성을 띠고 있지도 않으며, 바틀비중후군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의 깊은 곳에 도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자는 스스로를 가리켜 그저 바틀비들을 추적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한다. 결국 화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수많은 바틀비들의 이야기를 단지 그대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실과 허구가 장난스럽게 버무려져 제2의 현실을 만들어내고, 다양한 문체와 분위기가 복잡다단하게 얽혀 웃음을 유발하게 된다.
작가 엔리께 빌라-마따스는 이 소설을 통해 소설을 쓰지 않는 이유와 소설을 쓰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결과가 소설 자체만큼 풍요롭고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손은경 기자(sek@km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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