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다이어리』, 『셀러브리티』 등의 칙릿 소설로 젊은 여성 독자의 큰 공감대를 형성했던 정수현 작가가 예상의 뒤엎는 장편 로맨틱 미스터리 『그녀가 죽길, 바라다』(소담출판사 펴냄)로 나타났다.
발칙하고 발랄한 연애이야기와 톡톡 튀는 문체로 신선하고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던 작가는 이번 소설로 조금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장르적 외도를 시도했다.
두 여자가 있다. 못생기고 뚱뚱한 외모에 전 애인은 자신의 친구와 결혼하는 데다 간절히 원했던 뮤지컬 오디션에서는 거듭 낙방하는 윤재희. 그리고 아름다운 외모에 직업은 변호사지만 과거 불행했던 기억으로 복수를 계획하는 이민아.
전혀 다른 인생의 길을 가고 있던 두 사람이지만 우연한 사고로 이민아의 몸에 윤재희의 영혼이 빙의돼 잠시 동안 육체를 공유하게 되면서 소설은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민아에게 빙의된 윤재희는 점점 그녀의 육체를 탐내기 시작한다. 본래 자신의 모습이었다면 절대 가지지 못했을 멋진 애인, 뮤지컬 무대, 부유한 집까지. 작가는 윤재희를 통해 자신이 절대로 가질 수 없었던 것을 가졌을 때, 조금씩 드러나는 추악한 인간의 심리변화를 그려낸다.
400페이지가 넘는 내용 안에 작가는 등장인물의 갈등구조와 각자가 가진 사연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면서 세밀한 심리묘사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이 쉴 틈 없이 서로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동안 소설은 마지막까지 숨 막히게 굴러간다.
작가는 분노와 좌절, 상처로 얼룩진 그들의 삶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여된 사랑이라 말한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으며 바깥세상과 마주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다.
내용 곳곳에 심어둔 복선, 읽는 내내 미궁으로 빠뜨리게 하는 트릭은 책을 덮는 순간까지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에 대한 감상에 빠져들게 한다.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손은경 기자(sek@km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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