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저씨가 캐릭터 헷갈리게.”
‘페이스 메이커’에서 극중 고아라가 김명민에게 내뱉었던 대사다.
운동선수가 무슨 담배냐며 혀를 내두르던 그가 어울리지 않게 담배 한 모금을 꾸역꾸역 들이키자 고아라가 황당해 하며 말하던 그 대사.
‘페이스 메이커’는 관객을 ‘헷갈리게’ 하는 영화다. 캐릭터들은 너무나도 예상 가능한 지점에서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들이 영화를 지탱하는 ‘이야기’라는 기둥을 흔든다. 기둥이 흔들리자 영화적 재미는 반감되고 관객들은 집중력을 잃는다.
▲ 개성 없고 진부한 갈등구조, 제 역할 못해
영화 ‘페이스 메이커’는 만호라는 인물이 어떻게 자신의 상황과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결승선에 달하는지를 그린 영화다.
자고로 ‘악역’과 ‘갈등’이 있어야 보다 풍성한 감동 스토리가 완성되는 법.
영화 내에서 그와 갈등구조를 그리는 여러 조연들은 만호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 갈등을 일으키는 캐릭터들이 너무나도 진부하다.
만호를 ‘늙다리’라고 놀리며 따돌림을 시키고, 그러다 돌연 만호의 사정을 알고 나서 ‘선배님’이라고 태도를 바꾼다. 참으로 헷갈린다.
이렇듯 ‘헷갈리게’ 하는 캐릭터들은 의미 없는 변화에 진부함까지 더해져 영화 내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조연들이 보다 풍부하고 다채롭게 그려졌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 경직된 대사에 영화는 제자리걸음만
영화에서 안성기는 만호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국가대표 감독으로 분했다.
차갑고 냉철한 전략가인 그는 시종일관 딱딱한 대사와 표정으로 등장한다.
안성기는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해 “시나리오를 아무리 읽어봐도 지루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라고 이야기했을 정도.
안성기가 연기한 감독뿐만이 아니라 나름 유머 코드를 맡은 조연 캐릭터의 대사마저 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읽는 듯하다.
경직된 대사에 영화의 발걸음은 그저 제자리를 머물고 있다.
▲ 인공치아 열연 김명민, 의외의 발견 고아라
결국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건 배우 김명민의 열연이다.
김명민은 인공치아를 끼고 등장해 이번 작품에서도 외적으로 큰 변화를 시도했다.
“말이 달릴 때 입 모양이 애처롭더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가지런한 치아가 마라톤의 치열함을 보여주기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해 분장을 한 것.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메소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김명민이 마라톤 연기를 한 대.’ 관객들이 기대할 수 있는 연기 이상의 열연을 펼친다.
영화에서 장대높이뛰기 선수, 일명 ‘미녀새’로 분한 고아라의 연기도 인상 깊다.
독한 눈빛으로 장대를 들고 뛰다가 시원하게 바(bar)를 넘겼을 때 천진난만하게 변하는 표정은 그녀가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난 순간처럼 느껴진다.
영화 ‘페이스 메이커’는 초반과 후반에 열심히 달린다는 점에서 마라톤의 모습과 닮았다.
영화의 도입부에 펼쳐지는 김명민의 열연에 관객들은 눈과 귀를 집중시킨다. 그러나 중반부로 갈수록 딱딱한 대사, 개성 없는 캐릭터들에 힘을 잃는다.
후반부에 이 영화는 참 열심히 달린다. 런던 현지 촬영이 빛난다. 진짜 2012 런던올림픽의 마라톤 경기를 보는 듯 리얼하다.
중반부의 지루한 레이스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다. ‘영화’라는 큰 레이스를 뛰고 나니 기억에 남는 건 김명민의 ‘미친 듯’ 완벽한 연기뿐이다.
12세 관람가. 1월 19일 개봉
글: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김수정 기자 (ksj@kmomnews.com)
사진: 윤희상 기자(yhs@km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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