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타 플랜’.
벨기에의 청년고용 정책을 뜻 하는 이 단어는 한 영화 덕분에 탄생했다.
십대 소녀가 일방적 해고를 당한 뒤 펼쳐지는 지옥 같은 현실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 9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영광을 누렸던 영화 ‘로제타’.
이 영화는 전 세계에 청년실업 문제에 불을 지핌과 동시에 다르덴 형제 감독에게 거장의 타이틀을 안겨 주었다.
그렇다. 다르덴 형제는 언제나 사회적 문제를 날 것 그대로 다루며 영화를 통해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은 어려웠고, 그래서 때로는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곤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조금 다르다. 2011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자전거 탄 소년’은 다르덴 형제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대중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들의 영화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음악’이라는 존재와 벨기에 국민배우 ‘세실 드 프랑스’를 캐스팅 했다는 점이 감독의 대중적인 발걸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세실’은 유일한 핏줄인 아버지로부터 버림받는다. 작고 날카로운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한 마리 ‘투견’같다.
영화에서 ‘세실’을 둘러싼 남성들은 모두 무책임하게 그려진다. “다신 찾아오지 말라.”며 피붙이를 냉정하게 문전박대하고, “나야? 저 아이야?”라는 삼류 드라마 같은 유치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 가운데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구원’의 메시아 ‘사만다’가 있다.
‘세실’의 위탁모인 그녀가 어떠한 이유로 거칠디 거친 ‘세실’을 도맡게 됐는지, 감독은 친절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저 그녀가 묵묵히 ‘세실’을 돌보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마음 한켠에 희망이란 이름의 불빛을 환히 비출 수 있게 된다.
심리적 동기를 배제한 맹목적인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하는 다르덴 형제의 연출은 관객으로 하여금 ‘구원’과 ‘사랑’에 어떠한 각주를 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면하게 한다.
‘세실’과 그의 위탁모 ‘사만다’가 따스한 햇살 아래서 돗자리를 피고 점심을 먹는 장면은, 아마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구원‘의 이상적인 모습과 일치할 것이다.
자전거를 빼앗기고, 돌로 맞고, 나무에서 떨어져도 훌훌 털어내고 다시 힘차게 페달을 밝을 수 있는 힘.
눈물을 꾹 참고 자전거 경적을 울릴 수 있는 힘.
그 힘의 근원은 친 아빠도 아닌, 그가 아끼는 자전거도 아닌, 맹목적으로 ‘세실’을 지지해주는 ‘사만다’일 것이다.
초여름의 햇살과 시종일관 흐르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그리고 열심히 페달을 밟는 ‘세실’을 따라다니다 보면 관객은 어느새 깨닫게 된다.
우리 손에 들려 있는 것이 회색빛 돌멩이인지, 향긋한 점심 도시락인지.
우리는 누군가에게 ‘구원’이 돼 준 적이 있는 지.
영화 ‘자전거 탄 소년’은 ‘그럼에도 구원은 존재한다.’고 믿고 싶은 영화계 거장이 관객에게 건네는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김수정 기자 (ksj@km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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