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열여섯 살이니까, 앞으로도 엄청 후진 날들이 꽤나 남아 있다는 걸 상상할 수 있을 거다. 내 생애 최고의 날은 다섯 살 때, 디즈니랜드에서 물에 빠져 죽을 뻔한 때였다. 어떻게 보면, 나는 그 후로 계속해서 죽어가고 있는 셈이다."
『소가 되어가는 소년』(작가정신 펴냄)은 어느 날 갑자기 광우병이라는 진단을 받은 열여섯 살 고등학생 캐머런의 대모험을 그린 소설이다. 불치병이라는 다소 통속적일 수 있는 소재를 오히려 환상적인 블랙코미디로 그려냈다.
모험이 전개되는 동안에도 의식이 흐려지거나 꿈을 꾸는 장면에서는 병실에 누워 치료를 받는 캐머런의 모습이 중간중간 오버랩되며, 어떤 것이 진짜 현실인가를 독자들에게 묻는다.
광우병 진단을 받기 전 캐머런은 문학 시간에 '돈키호테'를 배우는데, 이 소설을 전반적으로 돈키호테의 패러디로 읽을 수 있다.
캐머런의 모험 자체가 돈키호테의 모험을 연상시킬 뿐 아니라, 캐머런이 산 중고차 '로시난테'는 돈키호테의 말 이름이고, 여정을 이끄는 천사 '덜시'는 돈키호테가 사모하는 아가씨 '둘시네아'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돈키호테가 미친 걸까, 아니면 미친 이 기사들의 이상을 옹호하는 세상이 문제인 걸까?'라는 질문 역시, 캐머런의 모험에 대해 비슷하게 변주되고 있다.
이런 장치들을 통해 이 소설은 죽어가는 소년의 이야기를 코미디로 만들어버린다. 재기발랄한 모험담이라는 형식에 죽음과 그것을 넘어서는 희망, 사랑, 삶의 의미 같은 메시지를 선명하게 담아냈다.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손은경 기자(sek@km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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