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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괴물 감독의 괴물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입력 2012-01-27 13:10:24 수정 2012012713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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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냈다. 스물다섯 나이에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떠들썩한 데뷔식을 치뤘던 윤종빈 감독이 세 번째 연출 만에 ‘대작’을 만들어 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는 윤 감독의 힘 있는 연출과 순간을 포착하는 섬세함이 빛나는 작품이다.

최민식, 하정우는 물론 조진웅, 마동석 등 스크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 이들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133분의 러닝타임이 지루할 틈 없이 지나간다.

▲ 전무후무 완벽한 캐스팅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윤종빈과 호흡을 맞춘 하정우. 그리고 충무로에서 가장 연기 잘 하는 배우 최민식. 이 두 배우의 캐스팅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이토록 밀도 높은 수컷 향으로 가득한 시나리오를 그 어느 배우가 소화하겠냔 말인가. 혹 이 글을 읽고 서운해 할 배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를 본다면 수긍할 것이다. 하정우, 최민식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윤종빈 감독의 탁월한 캐스팅 능력은 ‘조연급’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최형배’(하정우)와 같은 조직 출신인 경쟁세력 두목 ‘김판호’를 연기한 조진웅은 서늘한 눈빛으로 존재감을 뽐낸다. 극중 최민식과 하정우 사이에서 균열을 불러오는 역할을 맡은 그는 영화에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더한다.

조연 중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검사 ‘조범석’을 연기한 곽도원이다. 영화 ‘황해’의 김승현 교수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연극계에서는 이미 알아주는 중견 배우. 무표정한 얼굴로 폭력과 욕설을 일삼는 악질 기득권층을 신랄하게 그려냈다.

각자의 필모그래피에서 최고의 연기와 명장면을 선보인 배우들과 이를 이끌어낸 윤종빈 감독.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충무로 전무후무 완벽한 캐스팅을 통해 배역에 대한 탁월한 이해, 남다른 집중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 시대를 관통하는 스타일리시한 칼날


시대를 정확하게 재현하는 건 쉬운 일이다. ‘사실’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사람’을 재현하는 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은 ‘사실’을 넘어서 ‘사람’을 오롯이 담아낸 영화에 박수를 보낸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범죄와의 전쟁’은 박수 받기에 충분한 영화다.

자연광을 사용한 빛바랜 듯한 영상. 쭉 뻗은 실루엣 가운데 디테일이 살아있는 의상들. 이불 무늬마저 그 시대의 향기를 담은 섬세함은 윤종빈 감독 손에서 탄생한 80년대의 ‘살결’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그저 멋있는 척만 하며 사실을 외면하는 건 아니다. 윤종빈 감독은 부패와 폭력으로 가득했던 80년대에 서슬 퍼런 칼날을 들이댄다. 다만 이 칼날이 무척이나 ‘스타일리시’하다는 거다.

이명세, 봉준호, 박찬욱을 잇는 또 다른 스타일리스트 탄생을 지켜보는 재미, 꽤 쏠쏠하다.

▲ 아버지, 당신은 누구십니까?


의외로 이 영화는 ‘아버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윤종빈 감독이 “아버지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을 정도로 ‘범죄와의 전쟁’은 이 시대의 아버지에 대해 뜨거운 시선을 보여준다.

극중 로비를 일삼던 세관 공무원 ‘최익현’(최민식)은 ‘최형배’(하정우)와 손을 잡으며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물론 시작은 화려했다. 명예와 부로 부산 일대를 거침없이 휘어잡았다.

‘최익현’이 이른바 ‘신의 직업’이라 불리는 세관 자리를 버리고 ‘조폭’과 손잡은 이유는 놀랍게도 ‘부성애’ 때문이다. 부성애로 똘똘 뭉친 ‘나쁜놈’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 ‘최익현’은 피 비린내 나는 밤거리에서는 허세 가득한 깡패로, 집에서는 아들에게 영어단어 퀴즈를 내는 푸근한 아버지로 변신한다.

맞고, 찔리고, 밟혀도 ‘아들내미’의 유학을 꿈꾸며 지옥 같은 치욕을 참는 아버지. ‘조폭’이라는 영화적 장치를 이용해 한국영화 사상 가장 치열한 인생을 사는 아버지를 그린 ‘범죄와의 전쟁’은 최민식의 극강의 연기로 완성됐다.

아쉬운 점은 기대만큼 하정우의 존재감이 도드라지진 않다는 것. 영화가 ‘최익현’이라는 ‘아버지’의 대서사를 흔들리지 않고 따라가다 보니 그의 디딤돌이자 걸림돌인 ‘최형배’(하정우)의 비중이 많지 않다.

‘아버지’에 대한 물음표는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느낌표로 변한다. ‘살인의 추억’이후 가장 인상 깊은 엔딩이라 할 수 있는 ‘범죄와의 전쟁’의 마지막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쉬이 극장 의자에서 일어나기 힘들게 한다.

탄식이 절로 나오는 엔딩 컷은 우리들 마음속에 자리 잡은 저마다의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는 군인을, ‘비스티 보이즈’에서는 호스트를,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아버지에 대해 돋보기를 들이 민 윤종빈 감독. 이번 작품으로 충무로는 ‘남자’에 대해 힘 있게 그려낼 줄 아는 괴물 감독을 갖게 됐다.

청소년 관람불가, 2월 2일 개봉.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김수정 기자 (ksj@km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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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27 13:10:24 수정 2012012713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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