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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워 호스’, 스필버그가 거장일 수밖에 없는 이유

입력 2012-02-03 09:57:33 수정 2012-02-03 09: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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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스티븐 스필버그였다. 그는 영화 ‘워 호스’로 거장의 면모를 다시 한 번 유감없이 발휘했다.

사실 ‘동물’과 ‘전쟁’은 그의 주 전공이다. 영화 ‘죠스’를 통해 ‘상어’를 여름하면 생각나는 동물로 만들었으며,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쉰들러 리스트’는 지금까지도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중 최고로 꼽힌다.

이번 영화 ‘워 호스(War horse)’는 제목에서 눈치 챘듯이 ‘동물’과 ‘전쟁’을 키워드로 한다. 스필버그가 오랜만에 휴먼 드라마로, 그것도 자신의 전공을 소재로 한 영화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기대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맘껏 기대해도 좋다.

튼튼하지도, 눈에 띄지도 않는 말 ‘조이’. 하지만 조이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운명처럼 함께했던 소년 앨버트는 조이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이며 피를 나눈 형제처럼 시간을 보낸다. 앨버트와 조이, 푸른 대평원과 파란 하늘이 종종 한 컷에 잡힌다. 너무나도 찬란한 이 장면을 보고 있자면 꼭 이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라게 된다.


‘워 호스’는 말을 둘러싼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스필버그는 ‘조이‘라는 한 마리 말을 통해 1차 세계대전을, 그리고 그 속의 사람에 대해 그려냈다. 전쟁에 군마로 차출된 조이는 앨버트와 헤어진 뒤 여러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간다. 그리고 조이를 마음에 품은 이들은 전장의 한 복판에서도 ‘따뜻함’을 놓치지 않는다.

구원에 대한 희망, 희망에 대한 구원. 인간이 인간이길 포기한 지독한 전쟁 속에서도 조이를 스쳐간 이들은 ‘희망’의 온기를 말 못하는 한 마리 말에게 불어넣는다. 그렇다면 ‘워 호스’는 대책 없는 낙천주의에 빠져 있는 영화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절망 한 가운데 있는 희망이기에 더욱 절절하고 더욱 가슴 아프다.

조이를 포기하지 않고 지지하던 이들은 차가운 총성을 맞으며 하늘로 사라져 간다.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잔인한 현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는다. 극중 인물이 총살을 당하는 장면은 천천히 돌아가던 풍차에 가려 그저 한 줄기 총성만 들리고, 화사한 미소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던 이의 죽음은 또 다른 이의 목소리를 통해 듣게 된다.

오히려 검붉은 핏빛으로 가득한 전쟁의 참혹함을 사람이 아닌 조이를 통해 보여준다. 지쳐 흔들리는 다리로 대포차를 끌 때, 콧잔등을 비비며 의지했던 동료 말이 으스러져 갈 때, 철조망을 몸에 친친 감고 주인 앨버트를 향해 달려 갈 때. 눈물은 하염없이 쏟아지고 가슴은 저릿해진다. 바로 여기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힘이 느껴진다. 사람이 아닌 동물을 통해 이토록 뜨거운 감정을 이끌어 내기란, 거장이기에 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조이를 연기한 14마리의 대역마들도 눈에 띈다. 최근 몇 년간 본 동물의 연기 중 단연 으뜸이다. 위험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장면을 직접 연기해 극에 사실감을 불어 넣었다.

‘워 호스’의 러닝타임은 무려 146분. 하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도 여럿이고, 무엇보다 보편적인 메시지를 그렸음에도 146분 동안 관객을 집중케 하는 건 스필버그의 노련하면서도 섬세한 연출 덕분이다. 더불어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존 윌리엄스의 음악은 경이로움 마저 느껴진다.

‘워 호스’엔 ‘올해의 장면’으로 꼽힐만한 명장면들이 있다. 우선, 중립지대를 뜻하는 ‘노 맨즈 랜드’에서 철조망에 얽힌 조이를 구하기 위해 나선 양국 군인의 모습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엔딩신은 극장 문을 나선 뒤에도 한동안 쉬이 잊히지 않는다. 스크린을 수평으로 가로 지르는 평원과 감색 노을, 그 사이를 유유히 걸어가는 조이와 앨버트의 모습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기도 하다.

영화 ‘워 호스’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진부하지 않으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다.

조이에 대해 맹목적인 애정을 보이는 인물들을 통해 구원과 희망에 대해 역설한다는 점에선, 얼마 전 개봉한 다르덴 형제 감독의 ‘자전거 탄 소년’이 떠오른다. 세계가 사랑한 거장들이 공통적으로 ‘희망’에 대해 목소리 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하지만 놓치고 있는 것에 대한 외침 아닐까.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작품상, 촬영상, 음악상 등 6개 부문 노미네이트. 12세 이상 관람가, 9일 개봉.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김수정 기자 (ksj@km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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