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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유하 감독이기에 아쉽다, ‘하울링’

입력 2012-02-15 13:44:34 수정 2012021614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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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와 장르를 유려하게 넘나들며 섬세한 연출의 대가라는 평을 받아온 유하 감독과 이름 석 자만으로도 영화에 든든한 신뢰도를 불어 넣는 송강호. 이 둘은 최근 몇 년간 충무로에서 흥행 성적이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대중뿐만 아니라 평단의 지지도 약해졌다. 유하 감독은 2008년 영화 ‘쌍화점’에서 전편 ‘비열한 거리’를 비롯 그간 보여줬던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힘을 잃었다는 평을 받았으며, 송강호는 ‘푸른소금’으로 77만 관객이라는 쓰디 쓴 흥행 참패를 맛 봐야했다.

하지만 이 둘이 한 영화에서 조우할 땐 얘기가 달라진다. 바로, 영화 ‘하울링’ 얘기다. 스크린에 인물의 미묘한 감정선을 오롯이 담아내는 유하 감독의 장기가 생활형 연기의 달인 송강호를 만났을 때 빚어낼 시너지를, 영화계 안팎에서 기대하고 또 고대해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울링’은 아쉬운 부분이 많은 영화다. 매끈하면서도 힘 있게 이어나가는 큰 줄기가 없어 영화가 전체적으로 허전하다는 인상이 깊다. 무엇보다 영화의 핵심인 여형사 ‘은영’(이나영)과 늑대개의 공감이 가슴에 ‘훅’ 하고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은 ‘하울링’이 갖는 치명적인 한계다.


승진 때마다 후배에게 밀리는 만년 형사 ‘상길’(송강호)은 고과가 낮은 분신자살 사건과 함께 새파란 신참 형사 ‘은영’(이나영)을 파트너로 맡게 된다. 상길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수사를 시작하지만 단순 분신 사건이 아닌 정교하게 제작된 시한 벨트에 의한 계획살인임을 알아채게 된다. 이 결과 상길은 승진 욕심에 상부에 보고 하지 않고 독단적인 수사에 나선다.

여기까지만 보면 ‘하울링’은 ‘송강호’ 원맨쇼에 가까운 영화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여형사 ‘은영’에 방점을 찍고 있다. 원작이 그러했듯 유하 감독은 여형사가 거친 남자들의 세계에서 느끼는 소외, 허탈과 이혼녀로서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 할 외로움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물론 극의 초반 송강호 특유의 능글맞은 유머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지만, ‘형사’ 송강호에 기대했던 만큼의 분량은 아니다. 유하 감독은 “송강호, 이번 작품에서 열연 안 했다.”라고 얘기 했을 정도로 송강호는 상대 배우 이나영이 돋보이도록 힘을 빼고 작품 속에 슬며시 녹아 들어간다.

이러한 송강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울링’은 여형사 ‘은영’의 감정을 관객에게 온전히 전하지 못한다.

신참 여형사 ‘은영’은 소위 ‘돌싱’이다. 게다가 고아다. 집에 가면 반겨주는 이 없는 외로운 사람이다. 어디 집에서만 외롭겠는가? ‘꼰대’ 냄새 물씬 풍기는 남자 선배들 틈에서 억울한 대접을 받기 일쑤다. 그런 ‘주변인’으로서의 은영이 늑대도, 개도 아닌 늑대개 ‘질풍’과 교감을 느낀다는 것이 영화 ‘하울링’의 핵심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문제는 이 ‘교감’이 툭, 툭 끊어져 전달된다는 거다. 원작 소설은 여형사가 늑대개에 동질감을 느끼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해 극찬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영화 ‘하울링’은 은영의 감정을 보여줘야 할 지점에서는 뜬금없는 내레이션을 쏟아내고, 내레이션이 필요한 극의 초반에는 단순 회상 장면으로 은영에 대한 설명을 대신한다.

유하 감독이 어떤 연출가인가. 삶의 무게에 비틀거리는 삼류 조폭 ‘병두’에 인생의 비릿함을 입혔고(‘비열한 거리’), 로맨틱한 베드신과 살아 꿈틀거리는 대사(‘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인정받았던 감독 아닌가. 그런 그의 손에서 만들어진 ‘하울링’이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잔잔한 파고 같은 영화’라고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잔잔한 파고’의 진폭이 너무 낮다. 불길 속에서 눈을 마주치고 서로를 바라보는 ‘은영’과 늑대개 ‘질풍’의 시퀀스가 아마도 파동의 시작일 것이다. (편집과정에서 잘려 나간)‘은영’의 내레이션이 극의 초반부터 등장했더라면 ‘공감’의 파동이 영화의 끝까지 고요하면서도 힘 있게 나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 미덕이 없는 건 아니다. 주변인에 대한 이야기를 ‘늑대개’라는 신선한 소재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시도는 스토리텔러 유하 감독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터. 감독 스스로는 “다시는 동물 영화 안 찍겠다.”고 엄살 피우지만 ‘질풍’을 연기한 늑대개의 연기는 분명 인상 깊다. 최근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워 호스’ 속 연기마와 견주어 봐도 빠지지 않는 ‘동물 연기’를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밝히진 않겠지만, 늑대개 ‘질풍’이 살인견이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서늘한 슬픔을 안겨준다. 이 과정을 ‘은영’이 힘 있게 지탱해주지 못 해 본래 소재가 갖고 있던 고유의 슬픔보다 약하게 전달되지만 말이다.

강렬한 ‘한방’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의 결을 살뜰히도 보듬어주던 유하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그립단 얘기다.

16일 개봉, 15세 관람가.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김수정 기자 (ksj@km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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