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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맘 톡톡]김소민 동화작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작가 되고파"

입력 2012-03-26 10:39:33 수정 2012032610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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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바꿀 수 있다면요? 뽀로로랑 바꿔보고 싶어요."

2010년 제5회 소천아동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하고, 최근 작 <캡슐 마녀의 수리수리 약국>으로 제1회 비룡소문학상을 손에 거머쥔 김소민 동화작가.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한 순간의 실수로 아빠와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부터 아빠뻘의 아줌마와의 데이트장면까지 어느 한 부분 아이의 시선을 놓치지 않고 생생하게 그릴 수 있는지.

역시 달랐다. 예쁜 여자의 얼굴로 하루만이라도 살아보고 싶다는 여자 어른들의 마음과는 달리 어린이의 대통령 뽀로로의 영혼과 바꿔보고 싶단다.

비 내리기 직전의 흐린 날임에도 아이처럼 귀엽고 재밌는 작가 덕분에 비룡소 출판사 인터뷰 장소는 따뜻한 오후의 햇살처럼 화사했다.

- 제5회 소천아동문학상 신인상 수상에 이어 이번 제1회 비룡소문학상 까지 두 번이나 수상했다. 기분이 어떠한가?

평소 사람들이 ‘기대 안 했다’라는 말을 할 때 안 믿었다. 어떻게 기대를 안 할 수 있겠는가. 근데 정말 기대도 안 했었다.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안 믿었었다. 처음 문학상을 탔을 때는 정말 힘이 들어갔었다. 뭔가 의미를 남겨야만 할 것 같았다. 두 번째 쓸 때는 힘을 뺐다. 아이들이 봤을 때 재밌고 신나고, 뒤 돌았을 때 생각도 나고. 그런데 이렇게 받게 됐다. 로또 맞은 기분이랄까.(웃음)

-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순간은 언제인가?

봉사활동을 하다 안산 이주노동자들의 아이들이 인권유린을 당하는 것을 보고 충격 받았다. 그 과정에서 법대로 편입했다. 공부해서 아동청소년 법률전문가가 돼 어린이 구호단체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부모님이 편찮으셨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버티다가 결국 학업을 포기했다. 그 때 많은 위안을 줬던 것이 동화책과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런 작품들을 읽고 보면서 삶이 달라졌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기쁨을 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 작품 아이디어는 보통 어디서 얻는가?

아이들을 만나는 기회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 동네에 놀이터가 있는데 시간대 별로 연령이 다르다. 아침에는 미취학 아동들, 점심때 지나면 저학년, 그 시간이 지나면 고학년. 시간대 별로 가서 애들 주위에 맴돌다가 서로 눈에 익힌다. 그러다 함께 이야기하고 놀게 되고. 아이들의 고민도 듣는다. 그러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엄마들하고도 얘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 때 ‘이런 걸 해보면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하면서 참고하기도 한다.


- 아이들의 고민도 듣게 된다고 했는데 ‘아이들은 이런 것도 고민 하는구나’라고 느꼈던 적이 있는가?

아이들의 고민은 굉장히 깊고 넓다. 아주 작은 것에도 고민을 한다. 친구한테 거짓말을 했는데 들통이 나서 며칠 동안 잠을 못 자는 아이도 있었다. 빵이 하나밖에 없어서 가방에 넣어 놨는데 친구가 먹을 것을 달라고 했다. 없다고 말했는데 가방이 엎어지면서 빵이 나와 버렸다. 여자애들은 이런 걸로도 울고 그런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도 그 나이 때에 이런 작은 것 가지고도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 이번 수상작 <캡슐 마녀의 수리수리 약국>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이 작품은 어떻게 해서 쓰게 된 것인가?

사랑의 리퀘스트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골육종에 걸린 7살 아이의 사연이 나왔다. 그 아이는 굉장히 의연했다. 아프지 않냐고 물으면 원래 아픈 거라고 대답한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랐다. 그러면서도 아이니까 속은 썩어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아이를 만나면 ‘아, 재밌다’ 이런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이해와 배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아픈 아이가 까르르 웃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 영혼을 바꾸는 캡슐 약의 성분이 ‘늑대의 욕심’, ‘살모사의 교활함’, ‘산양의 순진함’이다. 이 조화에 숨겨진 의미가 궁금하다.

우선 캡슐 마녀의 입장에서 ‘마법’, ‘신비로움’을 생각했다. 이런 느낌만을 가지고 가다가 더 깊게 생각을 하게 됐다. 어른들은 영혼을 바꾼다면 잘 생긴 사람, 돈 많은 사람과 하고 싶어 한다. 반면에 아이들은 뽀로로, 로보카 폴리같이 캐릭터를 떠올린다. 정말 순진무구하게 본다. 그래서 영혼을 바꾼다는 것에 인간들의 욕심과 교활함, 그 와중에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순진무구함.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 캡슐마녀는 약값을 돈 대신에 게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달라고 한다. 이유가 무엇인가?

아이들은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항상 엄마의 눈치를 봐야 한다. 숨어서 게임을 하는 아이들에게 통쾌함을 주고 싶었다. 또, 신선한 느낌을 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마녀가 인간세상에서 할 수 없는 것. 주민번호가 없으면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주민번호가 없을 때 가장 절실한 것, 그러다 게임으로 하게 됐다.

- 이번 책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처음에 생각하고 들어간 게 이해다. 아이들은 갑자기 싸우는 경우가 많다. 머릿속에 이해의 과정이 없거나 아니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이해의 마음을 아이들이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 하나 생각하고 쓰고자 했다. 이해를 어떻게 풀어야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됐고,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 ‘영혼 바꾸기’라는 소재를 택하게 됐다.

- 그렇다면 누구와 영혼을 바꿔서 이해해보고 싶은가?

이것을 쓰면서 ‘나는 누구와 바꿔보고 싶은가’라고 떠올려 봤는데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글을 아주 잘 쓰는 작가와 바꿔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잠깐 해봤다. 지금은 뽀로로와 바꿔보고 싶다. 아이들이 정말 사랑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랑 친해졌다고 생각해서 안아도 주고 그러고 싶은데 쿨한 아이들은 안 안아주더라. 근데 뽀로로의 경우는 아이들이 먼저 안아주고 한다. 정말 부럽다. 그래서 뽀로로로 바뀌어서 아이들이 안아줬으면 좋겠다.


- 이 책을 본 사람들이 내용과 그림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한다. 특히 마음에 든다거나, ‘내가 봐도 이 장면은 멋지다’라는 그림이 있는가?

캡슐마녀가 빨간 가방을 끌고 떠나는 편지 그림을 좋아한다. 아이들이 신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한다. 마녀가 쿨하게 나왔고, 게임 레벨도 많이 올랐고, 약도 남겨주니까. 어떤 사람들은 아빠의 몸으로 바뀐 동동이가 아빠의 몸을 보고 깜짝 놀라는 장면이 쇼킹하다고 한다. 이 장면이 어른들의 괜한 부끄러움을 자아내지만 아이들은 그냥 본다. 만져도 보고. 애들은 애들이다.

- 민숙자 아줌마와 동동이의 데이트 장면은 아이들의 생각 수준을 그대로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이 장면은 어떻게 착안하게 됐는가?

특별히 짜서 쓰지는 않았다. 내가 아이라면, 내가 정말 데이트를 간다면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총 동원하게 되지 않겠는가.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할지 생각해 봤다. 아이들도 드라마를 잘 본다. 드라마에서 데이트할 때 드라이브 하고 목걸이 사주고 하는 이런 장면을 아이들이 잘 기억 하더라. 여기서 상상을 계속 했다. 그 여덟 아홉 살짜리 아이가 무슨 짓을 할까. 이야기가 진행되려면 엉뚱하게 사고를 쳐야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매운 것을 먹고 싶다는 말에 떡볶이 집에 가고, 떡볶이 국물을 가슴에 흘리고, 택시 만 원 어치 드라이브를 하는 것들을 넣게 됐다.

- 이번 동화에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는가?

어릴 때 꼭 읽어야 하는 책이었는데 읽으면서 너무 힘들고 괴로운 적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나 이 책은 그림책 떼고 소위 글밥 좀 는 아이들이 읽는 책이다. 읽고서 ‘책이라는 것은 너무 괴롭고 재미없는 거야’라고 생각이 들게 된다면 내가 정말 나쁜 일을 한 게 아닌가. 그래서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힘들어하지 않는, 읽고서 생각을 하게 하지만 체하지 않게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 이번 책도 그렇고 <실험용 너구리 깨금이>도 반전이 있다. 반전 코드를 지향하는 것인가?

지향을 한다고 하기엔 부끄럽다. 이야기가 예측 가능하게 나가면 읽다가 아이들이 ‘에이~’ 이럴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하도 놀라서 ‘이거 뭐지?’ 하면서 한 번 생각할 거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반전을 좋아하는 편이다. 반전이 있을 때 쾌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아이들에게 그런 느낌을 전해주고, 이야기가 재밌고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래서 그런 방법의 하나로 반전이라는 것을 쓰게 되는 것 같다.

- 지금까지 나온 작품을 보면 이야기의 주가 됐든 부가 됐든 아픈 아이에 대한 치유의 마음이 들어있는 것 같다. <실험용 너구리 깨끔이>에서 ‘연희’라는 아이의 비중은 적지만 자라지 않는 병을 앓고 있고, 이번 책도 아픈 아이를 보고 나온 작품이다. 아픈 아이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되는 것인가?

가장 불쌍한 사람을 떠올려보면 아픈 사람인 것 같다. 돈이 없으면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벌 수 있고, 밥이 없으면 얻어서라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아프면, 아주 많이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픈 사람이 제일 불쌍하게 느껴진다. 아픈 사람을 보면 순간 정신이 멍해지고 그런다. 그래서 그런 마음이 알게 모르게 캐릭터나 내용에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

- 그렇다면 동화를 통해 ‘누군가가 치유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것인가?

내가 감히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잠깐 읽고 순간 아픈 것을 생각 안 했으면 한다. 아프게 되면 자신이 아픈 것만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아이들이 아프면, 더군다나 아주 어릴 때 아프면 자라야 할 땐데 아픈 것에만 집중하게 되고 겉늙어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 읽고 그저 한 번 웃길 바란다.

- 꼭 한 번 써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그리고 현재 구상중인 작품은 있는가?

현대과학이 발전했음에도 풀 한 포기 나는 비밀을 밝히지 못했다고 들었다. 그게 굉장히 마음에 와 닿았다. 대자연의 신비를 담았지만 재미있는 환타지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그리고 캡슐마녀의 다음 이야기를 구상 중이다. 더욱 신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 동화책 구입 시 엄마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더라. 동화작가로써 엄마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어린 시절에 직접적인 지식을 외우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세상을 품을 수 있을만한 심성과 감성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요즘 초등학교 교육에서 인문학이나 예술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집 앞 놀이터에서 가끔 동네 어머님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이들의 창의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더라. 내 생각엔 창의력은 단순히 머리가 비상해지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낀 것을 머리로 구체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되게끔 엄마들이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

아이들이랑 똑같이,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어른이라고 잘난 척 하지 않고, 내가 아이가 돼서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한다. 가르치고 교훈을 주고 훈계하는 것은 못 할 것 같다. 그저 책을 통해서 ‘다함께 놀자’ 식의 것을 보여주고 싶다.

사진: 윤호준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손은경 기자(sek@km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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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26 10:39:33 수정 2012032610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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