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의 맛’이 연일화제다.
강렬한 주제, 주인공들의 노출수위, 베드씬, 칸 영화제 진출 등의 연관어를 등에 엎고 개봉전부터 상위 검색 순위에서 내려 올 줄을 모른다.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
언론시사로 그 장막을 걷은 이 영화는 좀 아쉽다.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하는 주인공과 제목에서 느껴지는 주제를 스토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사태다.
영화의 전반은 대충 이렇다. 재벌 집 집사일을 보는 주영작은 그 집의 모든 일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어느날 윤회장과 필리핀 하녀의 불륜장면을 목격하고 혼란스러워 하던 중, 안주인인 백금옥과 위험한 관계를 맺게 된다. 모욕적인 느낌을 버릴 수 없었던 그에게 백금옥은 권력과 돈을 제안한다. 그리고 보여지는 주영작의 갈등.
지난 제작보고회 때 상업성을 많이 고려했다는 감독의 말을 상기시키듯 영화 속 캐릭터들은 귀엽다. 때문에 코미디 영화도 아닌데 진지한 분위기에 갑자기 툭툭 터지는 캐릭터들의 코믹요소(?)로 인해 진지하게 파고들던 영화의 주제를 자꾸 붕붕 띄운다.
또한 백금옥, 윤회장을 제외한 캐릭터들은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 주인공인 주영작은 돈에 찌든 세상에 사장당하지 않기 위해 고뇌하는 청년이다.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이 시대의 아름다운 청년. 하지만 영화 속 주영작은 돈의 맛을 알아가는 그 탐욕의 언저리에 들지도 못한 채, 심리가 변해가는 드라마틱한 모습없이 밍숭밍숭한 캐릭터로 남는다. 아름다운 청년이기 보다는 너무나 ‘보통’ 청년이다.
또한 돈의 맛에 유일하게 중독되지 않은 나미도 자유로운 영혼과 돈이 전부인 재벌 딸의 언저리에서 선명한 존재를 각인시키지 못한다. 때문에 백금옥, 윤회장만이 이 영화 전반을 이끌고 가며 다른 캐릭터들은 관찰자의 입장으로 비춰질 정도.
게다가 '돈의 맛'이란 탐욕스런 주제를 제시하고자 하는 장치가 정말 거북스럽거나 혹은 매혹적이지 않아 스토리 설정의 강렬한 ‘그 무엇’이 느껴지지 않는다. 감독의 전작 ‘하녀’에서 처럼 또렷하고 강하게 캐릭터의 울분이 느껴지는 일련의 사건이 없는 것도 이를 거든다. 그리고 영화 초반과 전체적인 설정은 회사 경영권 승계 문제로 떠들썩하게 했던 국내 굴지의 모 기업만 떠오르게 하며 ‘극’의 느낌을 비켜가기도 한다.
물론 임상수 특유의 세련된 미쟝센은 치밀하고 예민하게 계획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대리석바닥에 내리 꼿히는 구두굽소리처럼 차갑고 세련됐다. 한 장면씩 사진으로 남겨도 좋을 만큼 매력적이고 매끈하다.
오는 17일 개봉.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송혜리 기자(shl@km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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