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잘하고, 가정생활과 육아도 잘하고 싶은 워킹맘! 하지만 늘 시간에 쫒기고, 일에 치이고, 가족 눈총 받느라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지요.
워킹맘으로서 고민도, 고충도 많지만 이야기 털어 놓을 곳이 없을 때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이 속 시원하게 답해드립니다. (사연 제보 : ysy@kmomnews.com)
Q : 안녕하세요 소장님, 아빠와 사이 먼 아들 때문에 걱정이 큰 워킹맘입니다.
5살 난 저희 아들은 낯을 가려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빠에게 말이지요. 유치원에서든 놀이터에서든 언제나 활발하게 사람들하고 잘 지내는데 유독 아빠를 멀리합니다. 퇴근한 남편이 안아주려고 하면 끙끙 대면서 빠져나오고요, 목욕탕도 같이 안 가려고 합니다. 저랑은 말도 잘 하는데 남편이 ‘유치원에서 뭐했어’ 하고 말을 걸면 묵묵부답이니... 순한 성격의 남편도 욱하고 화를 내기 일쑤고요. 주말에 가끔 일을 나가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남편과 아들 둘만 놔두고 나가려면 걱정이 앞섭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소장님께서 좀 도와주세요.
A : 안녕하세요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입니다.
아이가 아빠를 멀리하고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빠와 함께 한 경험이 별로 즐겁지 않았거나 심하게 혼나서 부정적인 감정이 남아있을 때 그럴 수 있습니다.
간혹, 엄마나 주변 사람들이 아빠에 대한 험담이나 안 좋은 얘기를 하는 것을 듣고는 아빠를 ‘나쁜 사람, 안 좋은 사람’ 이라 생각해 멀리 경우도 있고요.
아빠들은 아이와 놀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자칫 힘으로 압도하려고 하기도 하고 게임 또는 놀이를 할 때 승부근성을 발휘해 이기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이기고 지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자신이 지는 것에 자존심을 상해합니다. 특히 아들이라면 더하지요.
지금까지의 놀이 방법을 점검해보고, 아이에게 ‘아빠와 놀이 시간이 즐겁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단, 이 때 엄마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아무리 재미있는 놀이라 하더라도 아이의 흥미를 끌지 못하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빠보다 엄마와 보낸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엄마가 아이의 성향이나 좋아하는 놀이, 스타일을 더 잘 압니다. 이 부분들을 아빠에게 수시로 알려주셔야 해요.
승부욕이 강한 아이라면 게임이나 운동을 할 때 눈치 채지 못하게 한 두 번씩 져줌으로써 성취감을 느끼게 해줘도 좋고, 블록이나 조립 놀이 등을 할 때 아빠가 다 해주려고 하기 보다는 옆에서 코치만 해줘 아이가 ‘내가 혼자 해냈다!’ 라는 느낌을 갖게끔 알려주세요. 느린 기질의 성향을 가진 아이라면 아빠가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지켜보게끔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구요.
아빠도 거리감을 두는 아이와 노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으니 “무조건 함께 놀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영화표를 예매해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운동(야구, 축구, 농구 등)을 직접 관람하고 해보게끔 해서 점점 서로가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다 보면 아빠도 아이와의 놀이에 자신감을 갖게 되고, 아이도 아빠와 노는 것이 재밌다고 느껴져 더욱더 함께 하려고 할 겁니다.
아빠에게 무조건 ‘프랜들리 아빠’를 요구하기 전에 아빠가 아이와 함께 할 때 어떤 점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지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또한 아이 역시 왜 아빠와 거리감을 두려고 하는지 등을 물어 이유를 파악한 다음 서로 조금씩 친해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엄마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마지막으로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아이 앞에서 아빠에 대한 험담이나 부정적인 이야기는 금물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들은 말을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어 아빠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진짜로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정적인 말 대신 아빠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등을 수시로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정리>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임수연 기자 (ysy@kmo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