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이정재, 김윤석, 전지현, 김수현, 김해숙, 오달수.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그나마 제일 막내인 김수현 마저 드라마 ‘해품달’로 슈퍼스타 반열에 올랐으니 누구하나 조연이라 치부하기 어렵게 됐다.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
영화 ‘도둑들’이 언론시사로 그 불꽃튀는 전쟁터를 공개했다.
이 영화는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한 팀이 된 한국과 중국의 ‘도둑’ 10인이 펼치는 범죄 액션 드라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의 최동훈 감독과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해숙, 오달수, 김수현, 그리고 임달화, 이신제, 중국상까지 한∙중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소식으로 올해 초부터 화제를 모았던 기대작.
각설하고, 영화는 생각보다 재밋다.
캐릭터를 전면전으로 내세운 이 영화가 재밋을 수 있는 이유는 단연, 캐릭터들이 가진 개연성 때문. 당초 사공이 많아, ‘서로 주연자리 싸움하다 끝나버리면 어떻하나’하던 우려를 비웃듯 135분의 러닝타임이 쫀쫀한 구성위에 생동감있는 캐릭터들로 가득 차 있다.
최동훈 감독은 각각 도둑들의 역사를 설명하며 누구 하나 얍삽하거나 비열하지 않게 눈길 가는 캐릭터로 빚어냈다. 영화 후반부엔 팀원의 배신으로 인해 각각의 캐릭터가 같은 목적을 가진 거대한 하나의 인물로 조명되면서 이야기와 캐릭터가 일제히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마카오 박 김윤석과 팹시 김혜수는 여전히 ‘타짜’의 영광을 떠올리게 한다. 하얀 셔츠의 깃을 재킷 밖으로 꺼내 입고 느릿느릿 대사를 이어가는 김윤석은 타짜의 아귀 그대로이며, 타짜이후로 별다른 화제작이 없던 김혜수는 신분이 마담에서 금고털이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섹시하고 도도한 팜므파탈 정마담이다. 하지만 김윤식 아닌 마카오박, 김혜수 아닌 팹시를 떠올리기 힘들 만큼 꼭 들어맞는 연기에 더 이상 캐스팅과 그들의 연기에 불만 할 수 없게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예니콜 전지현이다. 영화 초반 촌철살인 휙휙 던지는 최동훈 감독 작품 특유의 말투를 따라가기엔 호흡도, 발음도 부족하지만 후반부로 흐를수록 그야말로 날 티나게 툭툭 던지는 단어들이 그녀의 것처럼 녹아들어 놀랍다.
특히 영화 곳곳에 전지현을 위한 장면들, 가령 옛 지오다노의 광고를 떠올리게 하는 샤워씬,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타이트한 의상 등이 그녀를 이 영화의 비주얼 꽃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한다.
나이를 먹어도 나이를 잊게 만드는 이정재의 소년스러움이 놀랍고, 국민엄마에서 완벽한 도둑년으로 변신한 김해숙의 넓은 연기 스펙트럼이 감탄스럽다.
이 영화 볼만하다. 올 하반기 최고의 한국영화 기대작답다.
캐릭터들을 하나로 요리할 수 있는 ‘그 요소’를 잘 알고 있는 최동훈 감독의 명석한 두뇌가 가장 빛을 발하는 영화다.
오는 25일 개봉.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송혜리 기자(shl@kmo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