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엔 교과서박물관은 여름방학을 맞아 각 시대별 교과서 특징을 정리해 24일 발표했다. 교과서박물관에는 개화기부터 현재까지 총 20만여 점의 교과서 및 교육 자료를 소장하고 있으며 전시된 교과서변천사과정을 통해 시대변화와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 일제강점기, 1910~1945
이 시기 교과서는 한국인의 언어와 문화를 말살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교과서 표지에는 왜색이 짙은 후지산과 벚꽃이 등장한다. 내용도 일본어로 작성돼 있고 일본어를 ‘국어’로, 국어를 ‘조선어’로 지칭했다. 당시 교과서에는 동해를 ‘일본해’로, 남해를 ‘조선해’로 표기했으며, 이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이다.
▲ 미군정기와 교수요목기(敎授要目期), 1946~1955
광복 이후 최초 교과서 ‘한글 첫 걸음’에서 잃어버렸던 우리말과 글을 배울 수 있는 터전을 만들었고, 1948년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후 문교부에서 발행된 최초의 국정교과서 ‘바둑이와 철수’의 등장으로 ‘단어식’ 학습법에서 ‘문장식’, ‘단원제’로 교과서 내용이 발전해 단원마다 철수, 영이, 바둑이의 소소한 생활상을 담았다.
또한, 전쟁 시기 발행된 전시 교과서의 크기와 종이의 질이 눈길을 끈다. 현재 교과서 절반 크기에 표지와 내지 모두 누런 갱지로 만들어져 6·25 전시 이후 힘들었던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
▲ 제1차~제7차 교육과정, 1955~현재
전쟁이 끝나고 정부는 5~10년 단위로 교육과정을 새롭게 편성해 교과서를 발행했다.
먼저 제1차 교육과정(1955~1963), 제2차 교육과정(1963~1973)의 화두는 ‘반공’이다. 이름도 생소한 ‘승공’이라는 교과서가 따로 발간됐고, 교과서 곳곳에는 ‘공산당’이라는 문구가 쉽게 눈에 뛴다. 반공포스터 그리기, 반공 표어 및 글짓기 등 반공을 강조한 행사들이 이어졌으며, 1990년대에 들어서야 사라졌다.
제3차 교육과정(1973~1981)은 유신 헌법의 이념을 가르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디자인 면에서는 온통 흑백이던 교과서에 6쪽 이내의 컬러 화보가 실렸다는 점이 큰 변화였다.
제4차~제5차 교육과정(1981~1992)의 특징은 통합과 다양성이다. ‘우리들은 1학년’과 국어, 도덕, 사회를 ‘바른생활’, 음악, 미술, 체육을 ‘즐거운 생활’로, 수학과 자연을 ‘슬기로운 생활’ 과목으로 통합 편찬 발행됐고, 제5차 교육과정에선 국어는 ‘읽기’ ‘말하기·듣기’ ‘쓰기’로 산수는 ‘산수’와 ‘산수 익힘책’으로 나눠지는 등 1교과 다 교과서 제도가 등장했다.
제6차 교육과정(1982~1998), 제7차 교육과정(1998~2007) 교과서는 내용뿐만 아니라 종이의 질과 디자인에서 크게 발전했다. 이전 교과서들에 비해 색감도 다채롭고 종이 질이 좋아졌다. 교과서 논란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으로 현대사 정립의 어려움과 더불어 교과서가 한 나라의 사회상, 문화, 역사를 반영한다는 의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 겨레의 반쪽 북한의 교과서
북한 교과서는 시대별로 내용과 디자인 등에서 큰 변화가 없고, 정치사상교육과 기술교육 과목이 많다.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 원수님의 어린 시절’,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원수님 혁명 활동’ 등의 교과서도 따로 있다. 국어, 수학, 영어를 중시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설명 방식에서 ‘땅크’, ‘승냥이’ 등의 정치적인 색채가 묻어나 있다.
미래엔 교과서박물관 유학영 관장은 “교과서는 한 시대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최고의 역사서”라며 “여름방학을 맞아 학부모와 자녀가 함께 교과서박물관을 찾아 교과서를 살펴보고 학예사의 설명을 들으면 뜻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박근희 기자 (bgh@kmo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