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따르면, 급식업계 1위 기업인 아워홈은 지난해 7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LG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3남인 구자학 회장이 세운 아워홈은 2000년 LG유통에서 분리, 독립 운영되고 있지만 구자학 회장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LG 가족 기업인 셈이다. 덕분에 여전히 LG그룹 사업장의 급식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2위 업체인 삼성에버랜드도 삼성그룹 사업장의 급식시설을 전담·관리하며 지난해 매출 7000억 원을 올려 승승장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행태가 이해는 된다. 제 식구 밥그릇 자기가 챙기겠다는데 어쩌겠는가. 아무리 일감 몰아주기라고 비난해도 쉬이 고쳐질 부분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대기업이 정부 및 공공기관, 기업체, 학교 등 다양한 사업장에 손을 뻗음에 따라 중소 업체가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정부는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 급식장 위탁운영에서 대기업을 배제하고, 중소·중견 급식업체의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배제되는 대기업은 삼성에버랜드,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한화호텔&리조트, CJ프레시웨이 등 5곳이다.
당시만 해도 중소 급식업체들에 빛이 드는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대기업 편이었다.
지난 4월 진행된 한국전력 구내식당 입찰만 해도 자산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대기업의 참여를 배제하고 중견·중소기업만 입찰할 수 있도록 했지만, 급식시장 1위 아워홈도 입찰에 도전한 바 있으며, 결국 입찰 자격은 충분하지만 중소기업에는 어울리지 않는 동원그룹 계열 동원홈푸드가 사업권을 가져갔다.
또한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 구내식당 역시 세계 3대 급식업체 아라마크의 한국법인 아라코가 사업권을 따 냈다. 입찰에는 대기업이 배제됐지만 동원홈푸드와 아라코 두 곳만 입찰 경쟁에 나섰다.
반면,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는 한국전력과 달리, 2천명이 넘는 직원들의 식사를 중소기업에 맡길 수 없다는 명분하에 구내식당 입찰에서 중소기업을 전면 배제하고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과 중견기업만 입찰을 허용했다. KIST 사업권은 동원홈푸드가 맡았다.
대기업 배제를 통해 기회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중소기업이 선택되는 경우까지 늘어난 것은 아니다.
아무리 대기업을 배제해도 동원그룹 계열 동원홈푸드와 풀무원 계열 이씨엠디, 아라마크의 한국법인 아라코 등 중견 기업의 등쌀에 밀려날 수밖에 없다.
중견과 중소는 차이가 크다. 결국 또 다른 대기업인 중견 기업의 손에 모두 들어갈 뿐이다.
검증되지 않은 중소기업 보다 위생과 식자재 구매, 인력 부분에서 문제없어 보이는 대기업을 선택하고 싶은 것 당연하다. 하지만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누가 사업을 진행하고 준비하고 발전코자 노력하겠는가.
기껏 대기업에게 빼앗은 급식 시장,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임수연 기자 (ysy@km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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