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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문하면 9년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는 빵의 비밀

입력 2012-12-05 11:48:26 수정 2012120511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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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는 빵이 있다.

일본에는 ‘천사의 빵’이라 불리는 빵이 있다.

각종 방송 매체와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화제가 돼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지만 주문 후 9년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이 빵은 대형 빵집에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모양은 아주 소박하며, 조용한 주택가 안쪽에 위치한 작은 공방에서 작은 오븐으로 구워진다.

이 심플한 빵이 사람들에게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이 빵이 그렇게 인기가 있는 것일까?

빵을 굽고 있는 사람은 전직 경륜선수 타이라 미즈키.

그는 경기 중 사고로 큰 부상을 입었고, 한때 ‘평생 식물인간으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제빵사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어떤 사람은 작은 즐거움을 위해,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또 어떤 사람은 병마와 싸우면서 그가 만든 빵이 배달되는 행복한 순간을 애타게 기다린다. 그렇게 그가 만드는 빵은 ‘천사의 빵’이라 불리며 사람들에게 행복과 살아갈 용기를 전하고 있다.

타이라 미즈키의 이야기가 일본에서 책으로 출간된 것은 2010년 4월.

그 시절 ‘천사의 빵’을 주문하고 받을 수 있는 시간은 3년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미즈키의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매스컴을 통해 소개된 데다, 2011년 초 쓰나미 피해 지역에서 ‘천사의 빵’을 받고 삶의 희망을 얻은 사연이 방영되면서 주문은 더욱 늘어 2012년 12월 현재 ‘천사의 빵’을 받으려면 9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선수등록수첩을 반환한 뒤로 줄곧 절망감에 빠져 있던 그를 다시 살게 해준 것이 빵이다.

재활치료를 겸해서 빵을 조금씩 만들었는데, 그 빵을 먹어본 사람들이 “맛있다”면서 “재료비를 줄 테니 만들어달라”는 재주문을 그즈음부터 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경륜이 아니면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가 없다’던 미즈키도 사람들의 재주문 요구에 마음이 점점 움직였고, 지금은 ‘내가 빵으로 살아갈 용기를 얻었듯 사람들도 이 빵을 먹고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해 빵을 만들고 있다.

사고후유증으로 그의 몸은 여전히 불편하다. 왼쪽 다리에 마비 증상이 남아 있어 보조기구를 하고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끌 듯이 걷는다. 혼자서는 바깥 외출을 할 수 없어 항상 아내와 함께 다닌다. 왼손의 악력은 오른손의 반 정도이고 목에서 어깨, 등, 허리에 걸쳐 심한 통증이 있어 장시간 서 있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게다가 ‘고차뇌기능장애’라는 인지기능 장애를 앓고 있다. 이 장애로 인해 장마나 태풍 등으로 기압이 낮은 날이면 전날부터 심한 두통을 앓는다. 어지럼증과 현기증, 지끈지끈 머리를 쥐어짜는 듯한 통증에 시달리고, 휴대폰․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것도 전차를 타는 것도 힘들다. 전자기기나 고압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에 극도로 민감해 그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두통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빵을 만들 때만큼은 이 모든 고통을 잊고 빵을 주문한 사람만 생각하며 최고의 정성을 쏟는다.

빵을 만드는 그에게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가장 우선시되는 원칙은 ‘몸에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이다. 그는 많은 빵 재료들 중에서도 물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쓴다. 롯코구켄 산에서 나는 부드러운 맛의 샘물을 밤마다 길어와 빵 맛을 최고로 낼 수 있는 온도로 맞춘다. 물의 온도는 빵의 발효와 직결되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조절하되 그 날의 기온과 습도를 계산해 적절하게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여름에 실내온도가 30도인 경우에는 반죽이 처지기 때문에 반죽용 물의 온도는 30도에 맞춘다. 반대로 겨울에는 발효가 잘 안 되므로 55도 정도로 물을 데워서 사용한다.

그 외에 유기농 밀가루와 쌀가루, 미네랄이 풍부하기로 정평이 난 미야코지마 설염(雪鹽), 몸에 좋은 발효버터, 손수 만들거나 무공해 재료로 만든 드라이푸르츠 등의 재료를 아내와 함께 세심히 선택한다.

두 번째 원칙은 ‘빵도 사람과 같다. 좋은 환경에서 만들어진 빵이 맛도 좋다’이다. 그래서 그는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공방의 온도와 습도를 반죽이 발효되기 좋게끔 맞추고(실내온도가 23~24도, 습도가 60~65퍼센트), 태교를 하듯 듣기 좋은 음악을 틀어놓는다. 그리고 공방 바깥에는 정원을 예쁘게 꾸며 매일같이 손질한다.

세 번째 원칙은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빵을 만들 수 없다’이다. 그래서 그는 작업 전에 아내를 통해 빵을 주문한 사람의 사연을 귀 기울여 듣고, 빵을 만드는 동안에는 그 사람만 생각한다. 한 번에 한 사람 분량의 반죽을 하고, 오븐에 넣어 구울 때도 한 사람 분량만 굽는다. 그렇기에 그가 구울 수 있는 빵은 3시간에 단 하나, 하루 종일 구워도 겨우 4~5개뿐이다.

빵 반죽을 할 때 그는 아주 진지하다. 나무판 위에 잘 갠 반죽을 올리고 양손을 번갈아 움직이면서, 손바닥 아래쪽 반에 체중을 실어가면서 리듬에 맞춰 반죽을 한다. 5분 정도 그렇게 하다 보면 나무판에 들러붙어 있던 반죽이 매끈하고 둥글어진다. 다음은 둥글게 만들어진 반죽을 양손으로 감싸 빙글빙글 돌리면서 바깥쪽을 안쪽으로 접어가며 반죽을 한다. 반죽을 둥글게 뭉치거나 내리칠 때도 그는 부드럽게 살짝, 반죽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정성을 다한다.

“반죽에 스트레스를 주면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없어. 사람과 같아서 너무 억눌리거나 간섭받는 것도 싫을 거야. 그러니 딱 알맞을 만큼만 만지고 반죽을 해야 돼.”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반죽들을 바라보고 웃는다.

“음, 오늘도 반죽이 기뻐하고 있군.”

신간 '행복을 나르는 천사의 빵(전나무숲)'을 펼쳐본다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에도 천사가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키즈맘뉴스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입력 2012-12-05 11:48:26 수정 2012120511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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