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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석 교수의 '두뇌창고를 넓혀라'] (1) 두뇌를 깊이 자극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13-01-07 15:12:24 수정 2013-01-07 15: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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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두뇌창고를 넓혀라'라는 자녀 교육서를 펴내고 H백화점 측에 선물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1주가 지날 무렵 무려 120권이나 구입해갔다는 것이 아닌가. 간부사원을 만나 물어보았더니 직원들에게 선물했다는 것이었다. '직원들의 에너지를 높인다는 게 별 건가?' 자녀교육의 걱정이 사라지면 에너지의 흐름이 회사로 유연하게 흐를 것이었다. 별 것 아닌 듯한 책 한 권이 생산성 향상과 창의력 증진이라는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랐다. 책을 구입해 선물한 회사 고위층의 아이디어는 꽤 신선한 발상이었다.

전국의 학부모들은 아이 때문에 초비상이다. 워킹맘은 물론 직장에 올인해야 하는 키즈대디 역시 아이와 놀아줄 시간도 없고 아이를 위해 정보를 입수하거나 특별한 노하우를 배우고자 뛰어다닐 시간조차 없다. 자연적으로 배우자와 티격태격 입씨름하다 종국엔 부부싸움으로 번져 가정의 평화는 빛바랜 흑백사진이 되고 만다. 반면 아이는 일상사로 부부싸움을 해대는 부모 때문에 되레 불안, 공부는 뒷전이 되기 쉽다.

엄마는 아이 때문에 한 없이 불안하다. 하루가 다르게 입시 요강이 복잡하게 바뀌고 입시 전략이 바뀌는 통에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다보니 미칠 지경이 된다. 이웃집 동식이는 벌써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공부한다는데....아래 층의 새롬이는 유명 강사만 모였다는 ooo학원에 등록했다는데… 우리 은식이는 도대체 어떻게 하여야 한단 말인가.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는다’고 남의 집 아이가 우리 아이보다 낫다든가, 잘 한다 또는 xx, oo 좋다는 걸 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들으면 속이 뒤집힌다.

설상가상으로 무엇을 해보려 해도 모두가 돈이다. 한 여름 채소에 물을 듬뿍 주듯 돈이 많이 들어가야 교육도 성과가 있다는데 이제 겨우 중간관리층에 턱걸이를 할까 말까한 아빠의 경제상황으로는 터무니 없다. 푸어하우스가 아니라 푸어교육이 될까 걱정이다.

무엇이 진정 아이를 위한 길일까? 자녀교육이란 게 꼭 이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것일까? 무려 12년간, 3살부터 시작하면 거의 15년간이나 공부해야 대학에 들어가도록 입시 수준이 엄청나게 높아진 것일까?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고1때 500명 중 490등에 머물렀던 어떤 학생은 바로 고1 겨울방학 때부터 정신을 바싹 차리고 공부한 결과 재수하지 않고도 서울 유수의 대학 경영학과에 쉽사리 들어갔고 바로 1년 후엔 대망의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였다. 들리기론 낮은 내신 때문에 이른바 명문을 못 들어갔을 뿐 실력으로는 명문쯤 들어갈 만한 실력을 불과 2년 남짓한 사이에 쌓은 것이었다. 도대체 12년, 15년씩 아이를 닦달해서 얻은 결과는 무엇일가? 인수분해도 못 풀만큼 바닥이었던 그가 고시나 다름없는 CPA시험에 합격하기까지는 고작 3년여 기간이다.

무조건 국영수만 집어넣으려 압박하는 엄마나 학원을 안 다니면 입시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라고 위협하는 사교육이나 일부 그릇된 공교육이 문제이다. 자식 농사란 말도 있듯 농사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 최근 주말농장에 뛰어든 탓으로 농사를 배웠다. 농사의 핵심은 맨 먼저, 밭을 깊이 파 이랑을 잘 만들어야 한다. 그냥 씨만 뿌리면 아예 싹도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사 싹이 나더라도 무성한 잡초와 벌레 및 병균 침입으로 견뎌나지를 못한다. 다음엔 퇴비를 듬뿍 주어 바탕을 튼튼히 만들어야 한다. 퇴비 살포를 소홀히 하면 고추 같은 것은 8월인데도 잎사귀가 노랗게 변하거나 시들시들해지는 조로증으로 ‘농사는 일찌감치 끝난다’.

공부의 이치가 꼭 이와 같다면 억지일까. 아이가 어렸을 때는 이랑을 잘 만드는 길, 바로 두뇌를 깊이 여는 작업에 몰두해야 한다. 무작정 지식만 마구 구겨넣다간 여름날 고추농사 끝나듯 공부도 끝난다. 왜 그럴까? 두뇌가 감당을 못하기 때문이다. 두뇌의 이랑을 잘 만드는 작업에 대해 나는 “두뇌창고를 넓혀라”고 말한다.

두뇌엔 각종 정보를 저장하는 무수한 룸이 있다. 이게 바로 두뇌창고다. 두뇌창고를 넓히는 길은 꼭 삽이나 괭이로 딱딱하게 굳어버린 밭을 깊게 파헤쳐 고랑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땅을 깊이 파게 되면 공기가 잘 통하고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퍼진다.

두뇌에게 삽질은 두뇌가 짜릿짜릿한 맛을 보도록 무수한 자극을 주는 길이다. 두뇌란 성질이 고약해서 동일한 정보가 계속 들어오거나 시답잖은 정보가 들어오면 질색하고 외면한다. 질색한다는 의미는 정보를 입력하고 출력하는 연결 회로, 바로 시냅스를 마구 쳐낸다는 이야기다.

두뇌란 실로 고약한 성깔을 지녔다. 달래는 길은 오직 자라날 땐 두뇌에게 끊임없는 자극을 골고루 주는 것 뿐이다. 인공적으로 제조한 무기질 비료가 아닌 양질의 유기질 퇴비를 많이 주는 것과 같이 짜릿한 자극, 자연에의 접촉과 체험을 비롯해 국영수가 아닌 역사, 문학, 철학과 같은 양질의 자극을 주면 두뇌는 좋아서 문을 활짝 연다. 오뉴월 채소 자라듯 두뇌가 쑥쑥 자라나는 소리, 곧 머리 좋아지는 소리가 멀리서도 들린다.

게임이나 TV도 자극임엔 틀림없지만 산성 화학비료 등으로 토양이 척박해지듯 두뇌도 황폐해져 가벼운 정보가 들어와도 시냅스가 맥을 못추고 " 아이구머니! 시냅스 좀 살려요!"하고 주저앉고야 만다. 아이의 공부는 막을 내린다. 앞으로 본란에서는 바로 이런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어 보고자 한다.

정헌석 < 전인코칭연구소장·전 성신여대 교수 >
입력 2013-01-07 15:12:24 수정 2013-01-07 15:14:07

#키즈맘 , #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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