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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의 워킹 맘&대디 스토리] (4) "결혼 후 아내가 달라졌어요"

입력 2013-02-06 16:45:37 수정 2013020711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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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각 분야 멘토들과 집 안에서 ‘존재감 제로인 아빠를 존경하는 아빠’로 바꿔주는 '우리 아빠가 달라졌어요'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워킹대디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우리 아내가 달라졌어요’는 안 하냐는 것이었다.

‘아내가 달라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남편들의 속내가 궁금해 하루는 남편들만 모아놓고 이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따라다니면서 잔소리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에요”
“보기만 하면 인상을 쓰고 소리를 지르니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요”
“자기 관리 좀 했으면 좋겠어요 살이 많이 쪘는데도 뺄 생각을 안해요”
“입만 열면 돈!돈!돈! 제발 돈 이야기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살짝만 만져도 짐승 취급을 하니 나는 뭔가 싶어요”
“시댁 식구들 흉 좀 안 봤으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지 않으려고 하더니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마음 속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것을 보고 ‘그 동안 저 응어리들을 담아 놓고 사느라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안쓰러움이 일었다.

여자들은 주변 사람들과의 흉을 과장한 수다를 통해 남편에 대한 불만을 많이 풀어내곤 하지만, 남자들은 아무리 친해도 집안 이야기는 잘하지 않는다.

많은 아내들은 남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때 “우리 남편이 결혼하더니 변했어요!”라고 말한다.

남편들의 아내에 대한 불만을 듣다보니 남편들도 진정 아내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우리 아내가 결혼하더니 변했어요!” 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할 때는 적어도 상냥하고 예쁜 모습만 보였을 때니 말이다.

사람이고 사랑이고 변하기 마련이어서 죽고 못살아 결혼한 부부도 살다 보면 싸우기 마련이다.

문제는 부부 사이에 ‘독’이 되는 싸움의 기술을 펼치느냐, ‘약’이 되는 싸움의 기술을 펼치느냐다.

이 싸움의 기술에 따라서 부부 관계가 철저하게 망가질 수도 있고, 오히려 더 굳건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 하면서 알게 되어 친해진 부부가 있었는데 이들은 입만 열면 서로 비난하기에 바빴다.

“너가 그러면 그렇지~”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어” “넌 항상 그런 식이야” “됐거든~!” 하면서 다른 사람이 있든 없든 깎아내렸다. 당연히 부부 사이가 최악일 수밖에.

주변 사람까지 불안하게 만들었던 이 부부가 ‘싸움의 기술’을 제대로 배운 뒤로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부부에게 전수한 싸움의 기술은 바로 ‘존댓말 쓰기’와 ‘호칭 바꾸기’ 그리고 ‘장점 찾기’ 였다.

이 부부를 가만히 보니 오래 연애하고 결혼한 탓인지 너무 허물이 없었다.

조금은 부부 사이의 격식이 필요했다.

‘존댓말 쓰기’는 서로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심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싸움이 커지는 것을 막아준다.

호칭 역시 ‘야! 너! 오빠!“ 로 부르다보니 부부인지 남매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언어 자체가 거칠었다. 둘 다 듣고 싶은 호칭이 ”자기야~“ 여서 호칭을 ”야“에서 ”자기야~“로 바꿨더니 확실히 오가는 말이 부드러워졌다.

사이가 안 좋은 부부를 보면 단점부터 캐기 바쁘다. 단점과 장점 쓰기를 시켜 봐도 단점은 빽빽하게 쓰는데 장점 쓰기에서는 뜸을 들인다.

이 부부 역시 서로에 대한 단점만 보며 상대방을 깎아내렸는데 장점을 찾아내어 노트에 적으라고 하자 처음에는 난감해하더니 어느새 서로에 대한 장점 50개 이상을 찾아냈다.

이 장점 쓰기는 서로에 대한 불만이 생겼을 때 보면 효과적이다.

‘아 맞아! 이런 장점이 있었지? 이렇게 좋은 면이 많은데...’ 하며 상대방을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약’이 되는 싸움의 기술 덕분에 이 부부는 관계가 많이 회복됐고, 지금도 작심삼일을 반복하며 끈끈한 부부애를 과시하고 있다.

만약, 부부 사이가 너무 안 좋아서 “누가 우리 아내 또는 남편 좀 바꿔주세요!” 라고 외치고 싶다면 우리 부부가 과연 어떤 싸움의 기술을 펼치고 있는지 한 번 잘 생각해보자.

이혼한 부부들을 보면, 싸움의 내용이 아니라 부부 관계에 독이 되는 ‘비난’ ‘경멸’ ‘회피’ 등 싸움의 방식 때문에 이혼을 한다고 한다.


‘너가 바뀌면 나도 바꿀게’ 가 아니라 ‘내가 먼저 달라져볼게’ 하는 마음으로 지금 당장 부부 관계에 약이 되는 방법들을 실천해보자.

그러다보면 언젠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게 될 것이다.
“너는 꼭 커서 아빠(엄마) 같은 사람과 결혼해라~ 그래야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으니까!”

이수연 <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 >

입력 2013-02-06 16:45:37 수정 20130207111609

#키즈맘 ,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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