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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의 워킹 맘&대디 스토리] (5) 설에 땡땡이(?)친 며느리

입력 2013-02-13 09:52:00 수정 2013-02-13 09: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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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잘 보냈냐는 인사에 “시댁 안가고 집에서 먹고, 놀고, 잤다” 고 말하면 모두들 하나 같이 “좋았겠다!”라며 너무도 부러워한다.

설 일주일 전이 시아버님 제사여서 이미 다녀온 것도 있었지만 때마침(?) 큰 아이가 수두에 걸려 의도치 않게 집에만 있게 된 것이었는데 이유야 어찌됐든지 간에 시댁을 안 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난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솔직히 말하면 첫날은 “야호~!”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좋았다.

교통 체증 겪으며 고속도로에 있는 대신 편안하게 방에 누워 뉴스로 교통 상황 확인하는 것도 좋았고, 음식 준비하는 대신 대충 집에 있는 것 먹으며 뒷정리 걱정 안하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음이 헛헛해졌다.

마음 편히 늦잠을 자야지 했는데도 설 당일 아침이 되자 평소 제사 준비 시간에 맞춰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졌고, 제사상을 차리는 시간이 가까워지자 초조해졌다.

며느리가 2명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안 내려간 바람에 일흔 살이 훌쩍 넘은 시어머니 혼자 제사상을 차리게 한 것이 너무나 맘에 걸려 TV도 눈에 안 들어오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제삿날 “이번 설 때는 연휴가 짧아 왔다 갔다 하기 힘드니까 내려 오지마” 라고 강하게 말씀하셨으면서도 막상 설 연휴가 다가오자 몇 번이나 내려올 건지 물어보셨다.

확답을 못 드리다 마지막 날 아이가 아파서 못 내려가겠다고 말씀드리자 “내려와서 음식이라도 먹으면 좋을텐데...” 하시며 감췄던 속내를 드러내며 많이 아쉬워하셨다.

어머니의 서운한 마음이 이곳까지 전해지는 듯해서 연휴 내내 몸도 마음도 무거웠다.

형님 역시 같은 마음이었는지 시어머니에게 전화해서 “다음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려가겠다”고 했단다.

그 동안 시댁과 약간 거리감을 뒀던 형님이 그런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래, 이게 바로 ‘가족’이겠지!‘싶어 괜시리 코끝이 찡했다. 안 보면 보고 싶고, 생각하면 짠하고 안쓰러운 마음. 아무래도 그 동안 부대끼면서 미운정 고운정이 많이 들었나보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늘 그랬듯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는 워킹맘들의 상담 요청이 줄을 이었다.

몸이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부터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게 쌓인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워킹맘이자 아내, 며느리로서 충분히 공감이 간 내용들인지라 글을 읽으며 분노하기도 하고 응원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여자들에게 있어 시댁은 늘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오죽했으면 화장실과 시댁은 멀면 멀수록 좋다고 했을까.

하지만 각방을 쓴 부부가 이혼율이 높듯, 안 보고 살면 가족도 인연이 끊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 같다.

부부가 미우나 고우나 서로 몸을 부대끼면서 자야 서로의 '짠함‘ 을 확인하며 남편에 대한 소중함도 아내에 대한 소중함도 깨닫듯이, 가족도 서로 얼굴과 몸을 부대끼면서 미운정 고운정을 들여놔야 서로에 대한 ’짠함‘으로 진정한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닐까.

돌아오는 추석에는 이번에 느낀 ‘짠함’ 으로 시어머니에게 더 잘하는 며느리가 될 수 있길. 그리고 추석 연휴에는 시댁에 대한 불만 대신 가족에 대한 감사의 글들이 가득하길 바래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것’도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 중 하나니까 말이다.

이수연 <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 >
입력 2013-02-13 09:52:00 수정 2013-02-13 09:53:00

#키즈맘 ,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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