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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이재원의 좌충우돌 육아] (5) "엄마는 코트가 하나야?"

입력 2014-01-09 18:15:28 수정 2014-01-09 18: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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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어느 휴일, 친한 가수네 돌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아들과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편은 출근을 한 터라 아이 옷을 입히고, 나도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돌잔치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터라 나름대로 깔끔한 옷을 찾아입고, 요즘 즐겨 입는 코트를 걸쳤다.

“자, 지오야, 이제 가자.”

“엄마! 엄마는 코트가 하나야?”

“으응? 왜? 이상해?”

“아아니이이이. 예뻐. 예쁜데, 그거 하나냐구우우우!”

“아, 다른 것도 많지! 지오도 코트 다른 것도 있잖아! 아빠도 그렇고...”

“왜에에?”

“@%*”

올 겨울에 남편이 나름대로 가볍고 디자인이 괜찮아 보이는 코트를 골라줘서 날마다 입었더니(그것도 실은 홈쇼핑을 끊으라는 당부를 하기 위한 남편의 전략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네 살배기한테 별 질문을 다 받게 되었다 싶어 너털웃음부터 났다.

‘그래도 최근에 산 것인만큼, 오늘 만나는 이들은 오랜만에 보는 거니까, 새 것으로 보일거야.’

지오의 지적(?)에도 꿋꿋이 ‘교복’처럼 입는 코트를 걸치고 현관에서 최대한 날렵한 코의 힐을 찾아 신으려 했다. 호피 무늬도 좀 들어가고, 아이 손을 잡고 등장해도 아이 엄마같지 않아 보일 구두를 찾아 신발장을 뒤지고 있던 차, 지오의 목소리.

“엄마, 이걸로 신어.”

지오는 어그부츠를 신으라고 했다. 이건, 날마다 똑같은 코트를 입는다는 지적보다 더 심각한 ‘재앙’이었다.

“지오야, 엄마는 오늘 이 구두를 신고 싶어(난 지금 사무실로 출근하는 게 아니라, 사교의 장을 향해 가고 있단 말이야, 아들아...).”

“아니야, 나랑 엄마랑 커플룩해야지.”



아, 대체 언젠가 나는 왜 지오와 지오 아빠가 비슷한 색의 티셔츠를 입은 모습을 보고 흐뭇해 했었던가. 그 때 왜 ‘커플룩’이라는, 강력한 연대의식을 심어주는 그 단어를, 아이에게 알게 했던가.
어그부츠를 신고 눈물을 머금고 집을 나섰다. 성수 역의 프라이빗한 공간에 열린다는 돌잔치였다. 흔히 돌잔치를 여는 장소가 아니었다. 그 뜻은, 처음 가 보는 장소이며,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 습관적으로 택시를 타는 나의 습관을 못마땅해하는 남편조차도 ‘택시를 타는게 제일 낫겟다’고 조언을 했을 정도였는데... 지오는 지하철을 타겠다고 고집했다.

“지오야, 그럼, 엄마랑 지하철 한 정거장만 타 보고, 그 다음엔 택시를 타고 가자. 엄마가 거길 못 찾을 것 같아서 그래.”

“성수역에 내려서 택시를 타자.”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럼 집에서 택시를 타자.”

“싫어!”

몇 번 말이 오간 뒤 또 다시 나는 백기를 들었다.

‘그래, 평일에 함께 있는 시간도 거의 없는데... 길을 헤매면 어떻고, 돌잔치에 좀 늦으면 어때. 지오 마음이 즐거운 게 제일 중요해.’

결국 성수역에 내려 택시를 탔지만 예상보다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 민망해져버렸다. 택시 기사님께 죄송했지만, 기사님은 “3,000원 주웠네, 허허”하고 웃어주셨다.

엄마를 긴장하게 하는 아들 덕분에, 요즘은 옷장에서 잠자고 있는 예전 코트도 꺼내서 이리저리 연출을 해 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문제의 코트를 입을 때면 지오는 어김없이 지적을 한다.

“엄마, 엄마는 코트가 하나야? 나는 맨날 갈아입는데! 히히.”

이재원 < 텐아시아 편집장 >
입력 2014-01-09 18:15:28 수정 2014-01-09 18:15:28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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