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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평강과 온달'…고구려 이야기와 영어의 만남

입력 2014-01-10 15:38:28 수정 2014-01-10 15: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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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고구려, 고구려여 영원하라”

숲속을 표현한 무대세트에서 금방이라도 말을 탄 무사들이 튀어나와 사냥을 할 것 같다.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돈다. 막이 오르자 웅장한 전통 음악과 함께 무용이 이어진다.

지난 9일 오전 11시,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에서 어린이 영어 뮤지컬 <평강과 온달(Princess 평강 and 온달 the fool)>이 첫 공연의 막을 올렸다. 19년간 영어 뮤지컬만 전문으로 해 온 극단 '서울'이 고구려 이야기 '평강과 온달'을 작품화한 것이다.

이 뮤지컬의 관전 포인트는 등장인물이 전원 아동,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보통 어린이 뮤지컬이라 해도 성인 배우들이 출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역사와 영어를 다루는 이 뮤지컬을 아동 배우들이 잘 소화해 낼 수 있을지 궁금증이 모아졌다. 관람석에 앉은 아이들의 표정은 자못 진지했다. 자신의 또래들이 펼치는 연기과 영어 실력에 감정이 동화된 까닭이 아니었을까.

이야기는 낙랑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낙랑제는 고구려에서는 매년 3월 3일 낙랑 언덕에 모여 집단으로 사냥하고 제사 지내던 것을 가리킨다. 낙랑제 우승자로 호명된 이는 '온달'. '평강공주'가 그와 결혼하기 위해 공을 들인 결과다. 귀족과의 정략결혼을 거부한 평강공주는 온달에게 글공부, 활쏘기, 말타기 등을 연마하도록 도와 장성한 분량으로 성장시킨다.


온달의 연기는 이 대목에서 빛이 났다. 온달 역을 맡은 백서희 양은 능글맞게 느껴질 정도로 농익은 연기력을 자랑했다. 매일 바보같이 헤죽거리다가 평강공주를 만나 멋진 장군으로 탈바꿈할 때는 매서운 눈빛을 보여줬다. 특히 무예를 갈고 닦은 온달이 객석으로 와서 활쏘기를 하자 아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 나왔다. 화살에 맞은 새의 깃털이 무대로 떨어지는 순간, 관객의 호응은 절정에 달했다.

우여곡절 끝에 평강공주와 결혼한 온달을 못마땅하게 여긴 귀족들은 그를 제거할 책략을 세운다. 신라에게 빼앗긴 한강 이남 땅을 찾아오라는 명목으로 온달을 전쟁터에 내보낸 것이다. 명을 받은 온달은 전쟁터에서 열심히 싸우지만 끝내 죽음을 맞이한다.


온달과 무사들의 무예 솜씨는 이 뮤지컬의 백미라 할 만 했다. 전통 음악과 잘 어울려 옛 고구려의 기상을 한껏 느끼게 해 줬다. 그들이 전쟁터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장수들의 비장함이 느껴질 정도로 섬세하게 묘사되었다. 관을 부여 잡고 우는 평강공주 뒤로 나타난 온달의 실루엣은 보는 이의 마음을 저릿하게 할 정도였다.

인상적인 것은 평강공주의 이미지를 수정해 조명한 점이다. 기존의 평강공주는 약하고 소심한 이미지로 각인돼 있었는데 뮤지컬에서는 주체적인 모습으로 표현됐다. 자신을 여우, 귀신으로 생각해 자꾸 달아나는 온달을 끝까지 쫓아다니고 설득하여 온전한 주체로 만드는 모습에서 평강공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용기있는 자만이 하는 일이라며 두려워하지 않을 것을 노래하는 대목에서는 진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평강공주를 짝사랑하는 정민 도령의 마음 앓이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정민 도령 역을 맡은 아동 배우는 예쁘장한 외모로 평강공주 주위를 맴돈다. 성량이 맑고 깨끗해서 공주를 향한 사랑을 고백할 때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전달력의 부족은 아쉬운 점으로 평가된다. 이 뮤지컬은 역사 이야기를 다루는 데다가 모든 대사를 영어로 진행한다. 등장 배우들의 연령이 낮아 어려운 소재와 언어를 모두 소화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참석한 저학년 아동들에게는 급박한 전개에 따라 한글자막을 따라가는 일도 벅차 보였다. 그나마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이 친숙한 이야기인 덕분에 대략적인 줄거리 파악은 가능했다.

공연이 끝나고 홀 바깥에서는 출연 배우들이 관객들과 포토타임을 가졌다. 전통 의상과 분장을 한 배우들이 마냥 신기한 아이들은 서로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흥미진진한 고구려의 역사와 춤, 노래에 영어를 접목시킨 이번 공연은 전달력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공연 문화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된다.

<평강과 온달>은 오는 12일(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다.

일정 1월 11일(토) 14:00, 12일(일) 17:00
장소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
문의 극단서울 02-747-0035 www.smusical.com
인터파크 티켓 1544-1555 http://ticket.interpark.com
48개월 이상 입장가. 반드시 1인 1매 티켓 소지. 입장권 20,000원.

이주희 인턴 기자 kizmom@hankyung.com
입력 2014-01-10 15:38:28 수정 2014-01-10 15:38:28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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