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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성적인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병원' 같은 극단 서울

입력 2014-01-24 14:26:20 수정 2014-01-27 09: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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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영어 뮤지컬 전문 극단 서울
이정희 예술감독 "저희 극단이요? 엄마들이 병원인 줄 알아요"


2009년 8월 캐나다 에드먼턴 프린지 페스티벌 현장. 스포트라이트가 무대를 밝히자 쪽진 머리를 한 작은 동양인 아이들에게 세계의 눈길이 쏠린다. 수채물감을 푼 듯 고운 빛깔의 전통의상을 입은 아이들은 흥겨운 사물놀이 가락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춘다. 볼 때마다 모양과 색이 바뀌는 만화경 같다.

"에헤라디야~", "춘향아~", "몽룡"과 같은 귀에 익은 단어들이 가끔씩 들리는 것으로로 추정하건데 우리나라 전통 고전 '춘향전'이리라. 이색적인 광경에 넋을 잃고 보던 세계인들은 이들이 영어로 연기를 하자 더욱 뜨거운 박수로 호응했다.

극단 서울의 작품 '춘향'은 북미 최대의 축제인 ‘에드먼턴 프린지 페스티벌’에 올라 티켓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세계 언론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춘향'의 주역 극단 서울은 지난 1995년 창단해 15년간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영어 뮤지컬을 공연온 단체다. 연 2회 국내 정기 공연은 물론 뉴욕, 에든버러, 상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해외 무대에도 여러 번 오른 실력파 극단이다.



지난 9일 꿈의숲아트센터에서는 작품 '평강과 온달'을 무대에 올렸다. 내년 인도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이번 공연은 80%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극단의 인기는 국내에서도 대단했다. 입단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 2014년 봄학기 초등, 청소년 단원은 대기자가 많아 입학자를 받지 못할 정도다. 어린이 공연이라고 해서 학예회 수준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배우들의 연기에서부터 영어 대사, 무대 세트, 음악 등 전 영역은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쳐 탄탄한 구성력을 갖고 탄생하기 때문이다.

심상치 않은 궤적을 남기고 있는 극단 서울. 이 극단의 중심축 이정희 예술감독을 명륜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Q ‘극단 서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A 워낙 아이들을 좋아했다. 그리고 이왕 연극에 뛰어 들었으니까 뭔가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다. 졸업하고 바로 극단 일을 시작했는데 95년도 그때 당시는 영어 뮤지컬 자체가 없었다. 영어 연극도 한 번 해 봤는데 그건 별로 재미가 없더라. 그래서 영어 뮤지컬로 전환했다.

이쪽 영역을 개척하기 쉽지 않았다. 처음에 단원들 6명으로 시작했다. 극단 하면서 신조가 하나 있었는데 '절대 가난한 극단 되지 말자'였다. 그래서 교재도 만들어서 판매하고 이벤트 들어오면 공연하고 영어뮤지컬 교재 의뢰도 받아서 제작했다. 아카데미도 운영하면서 선생님들 월급 주고 사무실 월세도 내면서 극단이 자체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끔 만들었다.

Q 그냥 뮤지컬도 아니고 영어 뮤지컬인데 원래 영어에 관심이 많았나?
A 아니다. 원래 관심 없었다. 단지 연극을 전공했고 아이들하고 연극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남들이 안하는 것에 도전하고 싶었던 거다. 영어 너무 어렵다. 계속 공부해야 한다. 그래도 선생님들이 다 따로 계시니까 괜찮다. 대본 쓰는 파트, 대본 감수하는 파트, 대본 가이드 녹음하는 파트 등 전문가들이 다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영어뮤지컬 작품을 만들 수 있다.

Q 입단 희망자의 경우 어떤 경로를 통해서 오나?
A 처음에 엄마 손에 이끌려서 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자신감이 없거나 성격이 내성적인 아이들이 엄마 때문에 와서 오만 인상을 쓰면서 수업을 한다. 근데 한 작품 끝나면 엄마한테 도로 각서를 쓴단다. 공부 열심히 할 테니 극단 생활 계속 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극단이 엄마들 무기란다. 극단 나가려면 엄마한테 잘해야 하니까.

Q 극단에 입단하려는 지원자가 많을 것 같은데 오디션 볼 때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이 있나?
A 우리 극단은 오디션은 없다. 유치부나 초등학생 그 나이가 되면 들어올 수 있다. 6~7세 아이들을 위한 유치부가 있고 초등반, 청소년반이 따로 있다. 연 2회 공연하는 초등, 청소년 단원의 경우 한 기수당 70~80명 정도다. 유치부는 15명 정도가 제한 인원이다.

대신 역할은 공평하게 하기 위해서 역할 배정 오디션을 본다. 우리가 역할을 임의로 주지 않고 아이들도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없다. 한 달 연습한 후에 역할 배정 오디션을 보는 거다.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 가능성을 본다.

사실 자리가 없어서 입단 희망자를 못 받고 있다.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대기하고 있어야 들어올 수 있으니까. 나가는 인원이 거의 없다 보니까 들어올 자리도 없는 거다.

Q 아이들이 한국말로 대사 외우기도 힘들어하지 않나? 지도 노하우가 있다면?
A 일단은 가이드를 잘 해야 한다. 그냥 영어 하는 분이 아니라 전문적으로 성우나 액팅 전공하는 분이 가이드를 해야 한다. 발음만 중요한 게 아니라 연기까지 할 수 있게 지도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뜻도 모르면서 외우려고만 하는데 우리는 한글 대본을 정말 많이 강조한다. 한글 대본을 3~4번 꼼꼼하게 읽으라고 한다.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내용을 알고 난 후에는 깊은 뜻까지 깨닫게 되더라.

애들이 슬럼프에 빠질 때가 있다. 발음 죽어라 안 고치고 자신의 습관대로 하는 거다.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한번 그 발음이 입에 익으면 고치기 힘들기 때문에 계속 옆에서 지도해 줘야 한다. 그래서 처음 대사 익힐 때부터 신경 써서 익히라고 한다. 왜 어른들도 시골 말투 고치기 어렵지 않나. 아이들도 똑같기 때문에 처음부터 바른 발음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Q 공연 전에 합숙을 한다고 하던데?
A 합숙을 통해서 아이들이 맡은 역할에 더욱 몰입하도록 만든다. 자기 역할에게 편지를 쓰게 한다. 액팅 코치가 계속해서 발음을 고쳐준다.

또 합숙할 때 아이들 인성 교육에도 중점을 둔다. 자기가 받은 밥은 다 먹게 하고 남한테 피해 주지 않으면서 샤워하도록 지도한다. 단체생활이다 보니까 지켜야 할 약속들을 교육하게 되는 거다.

Q 극단 생활을 통해 영어 실력 말고 아이들에게 변화되는 모습이 있나?
A 너무 많이 변한다. 일단 여기 오면 사춘기를 잘 넘길 수 있고 아이들이 참 많이 성숙해 가는 것 같다. 목표의식이 생기는 것 같다. 자기가 원하는 걸 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거다. 인생에 아무 낙이 없었던 친구가 입단해서 꿈을 찾고 뭔가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모습 보면 뿌듯하다.

또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긴다. 가끔은 자폐증 있는 아이들이 극단에 들어오는데 그때 아이들이 약한 친구들을 감싸주면서 함께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고 서로의 단점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모습을 배우는 거다.

아이들도 그렇지만 부모님들이 너무 만족스러워 한다. 특히 아빠들 같은 경우는 엄마들보고 아이들 교육 중에 가장 잘 한 게 극단 서울에 보낸 거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학부모들이 극단 서울을 '병원'으로 알 정도다. 갔다 오기만 해도 아이들이 고쳐지니까.

Q 극단을 꾸려가면서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이 있나?
A 아동극이지만 아이들한테 질 좋은 것을 보여주면 눈높이가 올라간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항상 아동극은 성인극보다 더 잘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내 주관이다.

또 단원들에게 항상 큰 꿈을 그리라고 얘기한다. 대한민국에 대해서 요만큼 밖에 모르고 서로 경쟁 하기 쉬운데 해외 공연에 많이 내보내서 더 큰 세계가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다.

Q 극단 서울의 2014년 공연 일정과 향후 계획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A 올해 5월에는 인도팀과 만나 두바이하고 아부다비에서 '흥부놀부' 공연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8월에는 미국 디즈니랜드 성인 배우들과 함께 캐나다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미국에도 회사를 냈다. 그 곳에서 활동을 열심히 할 거다. 인도에도 아카데미 오픈을 계획 중이다. 그 지역에 아카데미를 설립해서 우리 극단에서 만든 뮤지컬을 가지고 현지 아이들에게 소개도 하고 교류 사업을 계속 하고 싶다. 그렇게 교류한 아이들과 아동·청소년 페스티벌을 여는 꿈을 꾸고 있다.



서울 극단은 이정희 예술감독이 총 지휘하고 상임연출, 조연출, 무대감독, 드라마액팅코치 등 각 분야의 전문 지도자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키즈맘 이주희 인턴 기자 kizmom@hankyung.com
입력 2014-01-24 14:26:20 수정 2014-01-27 09:48:19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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