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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이재원의 좌충우돌 육아] (6) "엄마는 함께 있을 때만 사랑해!"

입력 2014-01-27 09:52:18 수정 2014-01-27 09: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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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엄마는 왜 맨날 밤에 오는 거야?"
"응?"
"저녁에 왔으면 좋겠는데에에!"

달력이 바뀌기를 기다렸다는 듯, 새해가 되면서 아이는 거짓말처럼 '아기'에서 '어린이'가 되어 버린 것만 같다. 저녁 약속이 없는 날이라도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8시30분 정도, 늘 아이가 저녁을 먹고 2,3시간 뒤에 엄마가 나타나니 졸음을 참고 기다리는 게 일상이다.

"지오가 아무래도 너를 기다리느라 잠을 참는 것 같아."

한경 DB



고모의 말씀에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고 속으로 되뇌어왔다. 그런데 이제는 지오가 직접 나에게 어필을 하고 나서니 나는 할 말을 잃는다. 다른 전업주부 엄마들처럼, 낮에 함께 있자는 것도 아닌, '저녁'에라도 왔음 하는데 '밤'에 나타난다는 '지적'에 마음이 아프다. 저녁에라도 함께 있었으면... 밥이라도 함께 먹었으면... '착한 어린이들'처럼 9시에는 함께 잠들었으면... 그것이 지오의 소망이련만.

퇴근한 뒤에 내가 저녁을 먹을 때 함께 자리에 앉아서 또 식사를 하고, 그 이후에 밀린 이야기를 나누면서 놀다보면, 어느새 11시. 다음날 아침이면 피곤해하고, 출근과 등원에 허둥지둥. 여느 맞벌이 부부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상이 나에게도 반복이다.

사실 작년초까지만 해도, 지오는 내가 일주일 열흘씩 출장을 가도 잘 지내는, 쿨한 아가였다. 나는 그 비결이 나에게 있다는 자만심을 갖고 있었다. 지오가 말을 하기 전부터, 출근 전에, 오늘 저녁을 먹고 올 것인지, 바로 올 것인지 등 시시콜몰한 직장생활을 보고하곤 했다. 덕분일까. 5개월 때 일주일간 미국 출장을 가도, 돌 지나자마자 일주일 이상 칸 출장을 가도, "지오야 가서 엄마도 열심히 일할게. 너도 행복하게 지내고 우리 즐겁게 만나자"하면 잘 지냈었다.

사실 연애할 때를 생각해봐도 그렇지 않은가. 꼭 함께 있어야만 사랑인가. 함께 있어도 믿지 못하고 늘상 싸운다면 사랑이 견고하지 못하고, 떨어져 있어도 믿음이 강하다면 사랑도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개똥 사랑학'이었다.

그래서, 늘 아이에게 "엄마는 지오를 사랑해. 지오랑 함께 있을 때도 사랑하고, 엄마가 회사에 가거나 출장 가서 떨어져 있을 때도 사랑해"라고 반복했었다. 하지만 지난해초, 내가 회사를 옮기고, 지오가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하는 시기가 맞물리면서, 더 이상 이런 주문은 효과가 없었다. "아니야! 엄마는 안 사랑해! 같이 있을 때만 사랑해!"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하긴, 지오에게 시시콜콜 보고하는 일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니... 내 죄가 컸다.

아침이 되어 아빠가 옷을 입혀주려고 하면(대부분은 아빠가 입혀주지만), 심통이 나는 아침이면- "싫어, 싫어, 엄마가, 엄마가"라고 하거나,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서 나의 사랑을 확인 받으려 한다. 혼내도 보고, 매달려도 보며, 쩔쩔 매는 내 자신의 모습에서, '우리 부모님도 이렇게 힘들게 나를 키우셨겠지' 싶은 마음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애를 낳아봐야 철이 든다는 말이 있고,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있는 것일까.

다행히, 아이는 사랑에 배반하지는 않는다(아직까지는). 양팔을 한껏 벌려 나를 안으며, "나는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엄지 손가락을 들고) 엄마, 최고!" 해 주면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줄 수 없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 행복을 느끼는 시간적 비율은 힘든 시간에 비해 1/10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도를 비교한다면, 고통의 수억배에 달하는 행복이다. 그것이 바로 인류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이유 아닐까. 인간은 참으로 재미있고 오묘한 존재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재원 < 텐아시아 편집장 >
입력 2014-01-27 09:52:18 수정 2014-01-27 09:52:18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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