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야 일어나 어서어서 일어나
천근 활을 치켜 들고 나쁜 마음 맞춰라
백두야 일어나 어서어서 일어나
화살 맞은 나쁜 마음 눈처럼 녹아버리네"
배달마을에 솟은 '백두산'의 비밀이 밝혀졌다.
흑룡거인을 물리친 백두거인은 재앙의 순간에 다시 일어난다는 말을 남기고 누워서 그대로 산이 된다. 바로 '백두산'이다.
지난 5일 꿈의숲아트센터에서 '백두거인의 비밀'이 2014년 첫 공연의 막을 올렸다. 이 공연은 '극단 현장'이 백두 신화 모티브를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춰 전래놀이 형식으로 풀어낸 마당뮤지컬이다.
등장인물 하백, 고우루, 아미, 신농, 여와, 추밀은 자연 속에서 평화와 아름다움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이들은 구성진 춤과 노래로 고루한 신화의 내용을 신명나게 들려준다. 무대는 구름과 산, 돌, 나무 등으로 꾸며져 배달마을의 정기가 한껏 느껴진다. 무대 왼편에는 오리 모양의 솟대가 꽂혀 있는데 하늘로 통하는 장소인 '솟터'를 표현한 것이다.
주인공들은 산에서 직접 채취한 먹거리를 가지고 나와 서로 나누어 가진다. ‘달콤 새콤 사과‘, ’쪽쪽 닭알 닭알’, ‘똑또르 똑똑 옥수수’, ‘울퉁 불퉁 감자’ 등 각양의 표현으로 음식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어지는 시장놀이에서는 물물 교환의 원리를 일깨워준다. 아이들은 먹거리 '쵸'를 얻기 위해 추밀에게 자신이 가진 음식 하나씩을 준다. 갖고 싶은 물건을 위해 자신의 소유물과 교환하는 시장원리를 교육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당한 관계는 욕심 때문에 어긋나기 시작한다. 쵸를 더 많이 먹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불평등한 놀이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닭과 여우놀이'는 쵸를 가진 권력자 추밀과 아이들의 관계를 상징적인 놀이로 표현해낸다. 여우는 술래인 추밀을, 닭은 신농을 나타내는데 갈등이 심화되자 추밀은 악의 화신 '흑룡거인'을 불러들인다.
3m는 족히 넘어 보이는 거구에 형형색깔의 기괴한 얼굴을 한 악의 형상이 바로 '흑룡거인'이다. 아이들은 백두의 형상을 가지고 착한 마음으로 단결하면서, 추밀을 구해내고 흑룡을 쫓아내는 싸움을 하게 된다. 모두 백두거인으로 거듭 태어나 따뜻한 사랑의 화해를 하며 백두거인의 선한 마음의 정신을 확인한다.
이 마당극 전반을 관통하는 컨셉은 놀이다. 음식을 나누는 법도,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경제 원리도, 심지어 악과 만나는 일도 모두 놀이로 구현해낸다. 스마트폰에 빠져 다른 활동을 잊고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정한 규칙에 따라 움직이고 땀 흘리는 사회성을 경험하게 해 준다. 공연 도중 관람객과 함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도 진행한다. 아이들은 서로 참여하기 위해 높은 열의를 보였다.
핵가족 시대의 구성원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백두거인의 비밀은 ‘홍익인간’의 이념을 일깨운다. 바로 '널리 이롭게 하는 정신'이다. 지위의 높고 낮음, 부요함과 빈곤함의 차이를 떠나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마음을 회복하는 것을 우리사회의 미래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뮤지컬의 묘미는 옛 것을 발견하는 재미에 있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사물 연주단이 무대 한켠에서 직접 장단을 연주하는데 그 흥겨움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자극적인 음악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우리 소리가 가진 깊은 울림을 경험하게 해 준다. 뭐니뭐니해도 흑룡거인을 물리칠 때 선보였던 길쌈놀이가 압권이다. 자연의 기운을 모아 진을 치고 악의 세력을 몰아내고자 했던 옛 선조들의 삶의 끈기와 정신이 감동스럽게 다가왔다.
공연이 끝나고 난 후에는 국악대 음악극과 출신의 배우들이 12발 상모돌리기와 버나 돌리기를 선보여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 공연을 본 아이들이라면 이기적인 마음이 발동할 때 "어화둥둥 백두"를 외쳐 마음을 다스리게 될 것이다. 또한 악한 생각을 끊고 사람들과 연대하며 살아가려 했던 우리 선조들의 정신을, 백두산을 생각할 때마다 떠올리게 될 것이다.
공연날짜 : 2014년 2월 4일~16일 평일 11시, 2시 (단체에 한함) 주말 11시, 3시 (단, 월요일 공연 없음)
공연장소 :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
티켓예매 : 인터파크, YES24. 단체 기획사 문의 극단현장 02-765-3516, blog.naver.com/realmadang. 전석 20,000원.
키즈맘 이주희 인턴 기자 kizmom@hankyung.com
